결혼 3주년
아팠다. 아니 여전히 아프다.
어제보다 살 만 하지만 오한은 여전하고 온몸은 후드려 맞은 것처럼 아프다.
지난 토요일부터 남편이 골골대기 시작하더니 월요일부터는 감기몸살로 앓아누웠다. 이틀을 꼬박 아프더니 그 감기가 나한테 왔다. 수요일 시작된 감기는 목, 금 이틀간 절정이었다가 오늘에서야 조금씩 낫는 듯하다.
이번 감기가 특히 힘들었던 이유는 신경통이 심했던 시기와 겹쳤기 때문이다.
척수 손상 이후로 여러 합병증이 생겼는데, 삶의 질에 가장 많은 타격을 주는 건 신경통이다.
신경 통로인 척수가 손상되면서 신호가 왜곡되어 별 이유 없이 통증 신호가 뇌로 전달되는 건데, 애초에 존재하는 통증이 아니기 때문에 통증을 완화할 방법이 없다. 그냥 진통제를 먹고 견뎌야 한다. 같은 이유로 언제 아플지도 모른다.
화요일 밤이 랜덤으로 뽑힌 유독 아픈 날이었다. 시한부 인생을 다루는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입에 약을 털어놓고 온몸을 덜덜 떨며 눈물 콧물 다 쏟았다. 그런 상황이 되면 나도 모르게 심호흡하는데 동시에 신음 소리가 절로 난다. 매섭게 찾아온 통증이 잠깐 가시고 나니 주변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나를 지켜보던 남편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날 약을 몇 알 더 먹었지만 결국 새벽 5시까지 잠을 못 잤다. 잠을 못 자서였을까. 그날 바로 감기 기운이 몸을 엄습했다.
금요일도 그랬다. 열이 많이 나서 4시 반에 퇴근해 집에 왔다. 자려고 누웠는데 신경통 때문에 잘 수가 없었다. 다리도 아프고 열은 열대로 나고 퇴근한 남편 보자마자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났다. 동시에 자주 아픈 내가 미안해서 더 눈물이 났다.
사랑하는 사람이 저로 인해 제 인생의 여러 고단함을 함께 겪게 될까 그게 마음에 많이 걸렸습니다
3년 전 썼던 결혼서약서의 한 구절이다. 아직도 휠체어가 문제가 될 때나 내가 아플 때면 이런 생각이 든다.
금요일 밤에도 남편에게 고생 많이 시켜 미안하다고 했더니 그보다 더 많은 걸 주는 사람이라고 괜찮다며 안아준다. 오히려 감기 옮겨서 미안하다고 자기가 잘하겠다고 한다.
혼자였다면 무너졌을 순간에 함께여서 다행이고 고맙다. 곧 결혼 3주년, 연애시절보다 더 따뜻하고 다정한 남편이라 고맙다. 고단함을 함께 하지만 또 함께 행복한 사이라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