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매립 금지, 종량제봉투의 다음 경로

2026년 1월 1일 이후, 매립 대신 선별·소각으로 바뀐 처리 방식

by 원지윤

종량제봉투를 버리는 일은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봉투를 묶어 배출 장소에 놓고, 수거차가 가져간다. 우리는 대개 그 순간 생각한다.


“이제 끝났다.”


하지만 2026년 1월 1일부터 수도권에서 달라진 것은 ‘배출 방식’이 아니라 버려진 뒤의 처리 방식이다.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서는 생활폐기물을 선별이나 소각 없이 그대로 매립지에 묻는 직매립이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여기서 자주 생기는 오해가 하나 있다.

‘그럼 종량제봉투가 없어지는 건가?’


아니다. 종량제봉투는 그대로 존재한다. 다만 종량제봉투가 수거된 뒤의 길이 바뀐다. 직매립이 막히면서, 종량제봉투는 더 이상 ‘매립지로 직행’할 수 없다.


정책 문장으로 풀면 이렇게 된다.

생활폐기물은 선별(재활용)·소각을 거친 뒤, 남는 잔재물(소각재 등)만 매립할 수 있다. ‘매립이 사라진다’가 아니라, ‘그대로 묻는 매립이 금지된다’에 가깝다. 이 전환이 우리 생활에 주는 이점은 분명하다. 생활폐기물이 ‘그대로 묻히는 양’을 줄이면서 매립지 부담을 완화하고, 처리 과정이 선별·소각 중심으로 재정렬된다.


무엇보다 '버리면 끝'이던 생활폐기물이 어떤 경로를 거쳐 처리되는지가 정책의 언어로 더 선명해진다. 이 변화는 갑자기 등장한 선언이 아니다. 2021년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확정·공포 당시부터 일정은 예고돼 있었다. 수도권은 2026년부터, 수도권 이외 지역은 2030년부터 단계적으로 직매립을 금지한다는 계획이었다.


문제는 ‘금지’가 곧 ‘안정’은 아니라는 데 있다. 직매립을 멈추려면 그만큼 선별·소각 처리 역량이 필요하다. 지역마다 공공 소각시설 용량과 준비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시행 초기에는 민간 위탁 계약 확대나 임시 보관장 활용 같은 단기 대책이 함께 논의됐다.


시행 직후 곧바로 떠오른 단어가 있다. 원정 소각. 수도권 쓰레기가 비수도권으로 이동한다는 논쟁이다. 생활폐기물 처리는 지역의 환경 부담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동은 곧 ‘부담의 이동’이라는 질문을 불러온다.


정부는 이에 대해 2026년 1월 7일 설명자료를 내고, 제도 시행 이후 수도권 외 소재 업체에서 처리된 양은 발생량의 1.8% 수준이며 대부분의 생활폐기물은 수도권에서 처리 중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내가 종량제봉투에 넣어 배출한 쓰레기는 실제로 어디로 갈까. 직매립 금지 이후의 기본 경로는 대체로 세 단계다.


선별(재활용 가능분 분리) → 소각(가연성 처리) → 잔재물만 매립(소각재·불연성 등)


즉, 종량제봉투는 ‘매립지로 직행’하는 대신 처리시설로 먼저 이동해 걸러지고 태워진 뒤, 마지막에 남은 것만 묻힌다. 그래서 종량제봉투 안에 재활용품이나 음식물이 섞일수록 선별이 어려워지고 오염이 커져 더 많은 양이 소각·잔재물로 남는다. 반대로 분리배출이 정확해질수록 종량제봉투는 ‘정말 남은 것’만 담게 되고, 시스템이 감당해야 할 비용과 부담도 줄어든다.


다만 이 논쟁은 숫자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이동 물량의 크기뿐 아니라, 계약 구조가 고착되는지, 공공 처리 인프라 확충이 계획대로 진행되는지, 지역 간 부담 조정이 어떤 방식으로 설계되는지가 ‘다음 해의 현실’을 만든다. 법과 제도는 날짜에 맞춰 시행되지만, 시설과 합의는 그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매립 금지가 던지는 질문은 ‘매립을 막았으니 해결됐다’가 아니다. 오히려 질문은 이렇게 바뀐다.
매립을 막은 뒤, 그 다음 경로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GREEN LOG DAILY는 이 정책을 성공이나 실패로 구분하지 않는다. 대신 기록한다. 종량제봉투가 수거된 다음, 그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그 경로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해지는지.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건 배출의 ‘순간’뿐인 것처럼 보이지만, 정책은 그 순간 이후의 세계를 바꾼다. 달라진 것은, 종량제봉투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종량제봉투의 다음 경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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