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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이머문자리 Apr 24. 2024

와디즈, 변하지 않으면 망한다

2023년 사업보고서가 말해주는 사실들

500~600만 유저들이 사랑했던 와디즈. 그중 한 명인 나는 와디즈에서 3년 반을 일했다.

그만큼 와디즈를 사랑했었다. 그래서 매년 4월이 되면 사업보고서가 공시되기를 기다렸다가 자세히 들여다본다. 

그 내용을 요약해 보기 전에 내가 와디즈를 사랑"했었"다고 말한 이유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2019년 5월에 와디즈에 입사를 했고, 2020년까지는 와디즈가 참 잘했었다.

그 시절 내가 개인적으로 와디즈를 '스토리 셀러'라고 정의했다. 그만큼 개개별 프로젝트의 콘텐츠가 남달랐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매력적인 스토리가 시너지를 내서, 크라우드펀딩에 솔깃해서 와디즈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났었다. 

지금도 그 명맥은 유지하고 있지만, 5년이 지난 지금의 와디즈는 여전히 5년 전 정도에도 못 미치는 참신함을 갖고 있고, 그 시절만큼 매력적이지 못한 듯하다. 5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다른 플랫폼(쇼핑, SNS, 영상 등)의 콘텐츠들의 매력도 상향되고 있기도 하니, 와디즈의 콘텐츠가 5년과 동일한 매력도를 가졌더라도 상대적인 매력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와디즈 서비스를 보면 2019년 당시와 거의 변한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스토어(즉시 구매)도 생기고 했지만, 신규 서비스가 주는 매력이 별로 없다 보니, 여전히 펀딩만 보이는데, 그 형태나 방식이 고객이 보기에는 변한 것이 거의 없게 느껴진다. 쿠팡이 로켓배송, 로켓 와우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하면서 고객들의 뇌리에 새로움을 각인시켜 주는 것과 같은 임팩트 있는 서비스의 신선함을 와디즈는 별로 갖고 있지 않다.

서비스 자체의 신선함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와디즈를 사랑했었던 많은 고객들이 여전히 와디즈를 사랑해 주기를 바라기는 어려울 것이다. 와디즈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공시된 사업보고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1. 어떤 사업을 하고 있나?

사업보고서를 보면 손익계산서가 영업수익, 영업비용으로 합쳐져 있다. 이 세부항목을 보려면 주석을 봐야 한다. 영업수익 주석 23에 가면 매출 항목이 있고, 주석 24에 가면 비용 항목이 있다.

우선 영업 수익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영업 수익 중 가장 큰 수수료 수익이 와디즈 펀딩과 스토어에 입점한 업체들로부터 수수료를 수취하는 부분이다. 위의 표를 보면 분명히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래 표와 같이 매출의 구성을 보면 와디즈의 근간인 펀딩과 스토어가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도리어 광고 수익이 증가하고 있다고 느껴지는데, 이 부분은 고객 대상 서비스가 아닌 입점 업체 대상 서비스이다. 이는 와디즈의 근간인 펀딩, 스토어가 성장하고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보면, 와디즈는 정체 상태인 것이다. 그리고 상품 매출은 아마도 스토어에서 매입해서 판매하는 부분이 있어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역시 큰 성장이 없다.


상품 매출의 경우 연간 60억이 약간 안 되는데, 이를 월로 환산하면 5억이고, 이는 미미한 금액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해당 매출의 원가를 보면 사업적으로 더욱 무의미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럼 와디즈 매출의 가장 큰 부분인 수수료 수익을 보면 이에 상응하는 거래 금액(거래금액 X 00% = 수수료수익)이 있다. 나도 와디즈의 평균 수수료율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펀딩 하기 베이직 10%, 프로 13%, 엑스퍼트 19% 임을 보고 대략 15% 정도라고 감안하면 거래 금액을 아래와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10%, 13% 수수료를 더 많이 이용할 것이기 때문에 평균은 15%보다 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보면 연간 거래금액(Gross Merchandise Volume, GMV)은 1500억 원 전후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 내가 근무하던 시절에도 연간 거래금액 목표가 4천억 원에 달했던 것으로 보면, 계획 달성이 요원한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2. 어떤 비용을 절감했는가?

영업 수익이 2022년 342억에서 2023년 397억으로 크게 늘지 않았는데, 당기손익은 2022년 적자 306억에서 2023년 159억으로 크게 줄었다. 이는 비용을 줄였다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재무제표를 볼 때는 금액 자체보다는 비중과 전년비 증감을 보는 것이 유의미하다. 아래 비중은 영업수익 대비 비중이다. 그리고 비중이 큰 것들만 봐주면 된다. 

상단의 옅은 오렌지색 음영이 인건비와 관련된 비용을 모아봤다. 이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아래의 표에서 비중은 전체 비용 중에 차지하는 비중이다. 금액으로 보면 전년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인력 구조조정이 거의 없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이는 아래 혁신의숲 임직원수 데이터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출처 : https://www.innoforest.co.kr/company/CP00010146)


전체 비용 절감이 전년비 110억 원인데, 광고비 절감액이 126억 원이다. 즉, 광고비 줄여서 적자를 줄였다는 것이다. 광고비 지출을 줄였음에도 매출이 전년대비 줄지 않았다는 점은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겠다. 

2022년의 광고비가 비효율적으로 지출된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 부분은 나의 단순한 호기심으로 남겨두려고 한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수치가 있다. '대손상각비'이다. 영업수익 대비 비중은 1.8%로 크지 않은데, 전년비가 131.1%이다. 대손상각비는 간단하게 말하면 회사가 받아야 할 돈 중에 못 받을 돈으로 보아 손실처리한 금액을 의미한다. 그런데 적자 내는 회사가 돈도 잘 못 받아온다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부 운영에 있어서도 부실한 부분이 있는 건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아래 표를 보면 총 장부금액이 매출채권 총액인데, 매출채권 발생 이후 얼마나 경과했는지에 따라 3개월 초과, 6개월 초과, 9개월 초과로 분류되어 있다. 2022년 말 대비, 정상 매출채권 외에는 전부 증가한 것을 알 수 있고, 9개월 초과는 더 크게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상기 표는 매출채권의 손실충당금 금액으로 재무상태표 항목이라서 상기 비용항목과 금액이 다른데, 아래를 보면 어떻게 비용에 반영되는지 알 수 있다. 기말과 기초의 차이가 대손상각 비용으로 반영되게 되는데 중간에 '제각'이라고 해서 못 받는 것으로 확정된 채권이 있어서 -4.4억이 되면서 당해 대손상각비가 급증했다.


수수료 매출은 거래금액에서 차감하고 수취하고, 상품 매출도 개개인 고객이 카드 결제하기 때문에 매출채권으로 남겨질 금액이 거의 없다고 보면, 매출채권의 대부분은 광고 수익에서 온다고 볼 수 있을 듯하다. 

광고 수익이 2022년 51억 원에서 2023년 83억 원으로 늘어났는데(전년비 +62.4%), 대손상각비는 전년비 +131%라는 것은, 해당 사업모델이 탄탄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아래 PC버전 와디즈 페이지(2024년 4월 24일 15:04분 캡쳐)에서 펀딩 중인 프로젝트들에 AD라고 표기된 것들이 광고 구좌인데, 달성 금액을 보면 크지 않은(5천만 원 이하) 것을 볼 수 있다. 프로젝트를 통해서 충분히 돈을 못 벌게 되니 광고비는 못 주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또는 내가 모르는 광고 구좌에 문제가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이번에 사업보고서를 보면서, 내가 와디즈에 근무하면서 생각했던 부분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와디즈의 성장을 위해서, 나는 내부 시스템을 보완해서 단순 운영 인력을 줄이고,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업무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플랫폼을 refactorying 하는 동시에 ERP를 연동하여 단순 업무들이 자동화될 수 있게 하면서, 인력 구조조정을 하여, 장기적으로 비용이 줄어들 수 있는 경영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refactorying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내부 시스템을 위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기는 한 것 같은 대목이 있기는 하다. 아래의 무형자산이 그중 한 가지라고 볼 수 있다. 다만, 2021년에서 2022년에 2.9억이 늘었고, 2022년에서 2023년이 13.6억이 늘었으니, 대략 10억 정도를 2023년에 통상적이지 않은 곳에 투자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다만, 그 정도로는 내부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개선하기에는 어려운 금액으로 보인다. 


그리고 2023년이 완전자본잠식의 해가 되었다. 장기 차입금도 늘어났고, 2024년을 생존해 내는 것 자체가 굉장히 도전적으로 보인다.


부채 항목 중에는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부채가 전년비 크게 는 것으로 보이나, 비유동부채(1년 초과 만기)가 유동부채(1년 미만 만기)로 재분류된 영향이다. 부채가 90억 가량 늘었는데, 30억 가량이 매입/기타 채무, 50억이 장기차입금에서 늘어난 것이 주요하다.

그런데 장기차입금을 보면 꼼수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대목이 있다. 늘어난 장기차입금의 만기가 2025년 1월로 나온다. 1년 초과일 경우 장기차입금으로 보는데, 2023년 말 기준으로 보면 1년 1개월 만기여서 장기차입금으로 분류되었다. 즉, 50억도 이미 단기 차입금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리스 부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부채가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경영진의 연대보증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만기가 연장될 수 있다고 보기에는 확신이 서지 않는 대목이다.



와디즈에 대해서 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부분은 롯데지주의 사업보고서에 있다. 롯데지주가 와디즈의 주주사로 참여하게 되면서, 롯데지주의 사업보고서 상에 타법인출자 현황에 와디즈가 나오기 때문이다.

취득 당시에 와디즈 보통주+우선주가 취득가 800억으로 나온다. 여기에는 평가손익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를 취득 당시부터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평가 손익 열을 보면 2022년 266억 손실, 2023년 168억 손실로, 매년 잔존가액의 30% 이상을 손실로 인식하고 있다.

비상장이기 때문에, 이 평가가 정말 와디즈의 가치에 대한 평가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투자를 하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보면, 와디즈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실적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이는 와디즈가 상장으로 가는 길에도 부딪히게 될 벽이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어떻게 수익을 더 창출할 수 있는 지를 실질적으로 보여줘야만 상장이 가능할 것이다.



정말 와디즈에게 중요한 2024년이다. 이미 4달이 지나갔다. 펀더멘털 자체가 바뀌는 노력 없이는 올해가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사랑했던 와디즈가 앞으로도 잘 되기를 바란다. 위에서 살펴본 지표 중에 어느 하나 희망적인 것이 없지만 말이다. 


스타트업에서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 어려움을 돌파하는 것은 분명 와디즈 내부에 있는 사람의 몫이다. 과연 어떤 사람의 힘으로 돌파할 수 있는지 심사숙고해봐야 하는 분수령에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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