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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Apr 11. 2024

주부습진, 이제는 바뀌어야 할 단어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저는 집안일에 꽤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엄마의 생각은 다르실 수는 있겠지만 아버지께서 그 세대의 남편 치고는 집안일에 관심이 많으셨습니다. 아무래도 그런 부모님의 영향이 컸죠. 


우리 삶에서 집안일이라는 단어는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다닙니다. 도저히 사용하지 않고 살 수 없기 때문이죠.

가장 자주 접하는 일들을 큰 묶음으로만 나눠도

ㅇ 청소(정리하기, 환기, 청소기와 걸레, 화장실)

ㅇ 음식(장보기, 요리, 설거지, 그릇 정리)

ㅇ 쓰레기(일반쓰레기, 분리수거, 음식물 쓰레기)

ㅇ 세탁(빨래,, 널기, 개기, 넣기)

ㅇ 기타 잡무(물건 사기, 자동차, 세금, 수리, 신발정리, 화분 관리)

ㅇ 육아 관련 집안일(......................................)

등등 다양합니다.


이렇게 나눠보면 매일 해야 하는 일들이 있고 1~2주 단위로 할 일이 있으며 월 단위, 계절 단위, 매년 해야 되는 일까지 다양합니다. 예전에는 집안일이라고 하면 하찮게 치부되었지만 언젠가부터 그 노고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가사노동이라는 명칭으로 바뀌기도 했습니다.


그런 가사노동에서 가장 제가 많이 하는 일 중 하나는 설거지입니다. 다른 집안일에 비해 그리 어렵지 않고 수월하게 할 수 있어서 남편들이나 아이들에게도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죠. 제 손을 보시고서는 "고생 별로 안 한 손"이라는 말을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제 손 안 쪽에는 설거지 장인으로서 살아온 마를 일 없는 손바닥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손바닥 안쪽에 최근 습진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아토피가 있어서 그쪽 피부가 예민한 편인데 요즘 상태가 좀 심해지고 말았죠.




사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설거지를 수도 없이 해오면서 고무장갑을 거의 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단 한 번도 습진에 걸린 적이 없는데 희한한 일입니다. 예전에 개그맨 박준형, 김지혜 부부가 토크쇼에 나와서 평소 집안일을 안 도와주던 남편이 딱 한 번 설거지를 했는데 바로 주부습진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끝까지 피할 수 있을 줄 알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 제게도 이 불청객이 찾아오고 말았죠.




주부습진이라 함 손에 물, 비누, 세제 오랫동안 과도하게 노출되어 생기는 자극성 접촉피부염입니다. 흔히 손바닥이나 손가락에 붉은 반점이 생기거나 건조감과 비늘을 동반한 습진이 생깁니다. 대부분 가려움이 느끼며 피부가 심하게 갈라지면따가움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이 단어를 보면 성인지 감수성이 매우 부족해 보이는데 놀랍게도 이 주부습진은 의학용어 'housewife's eczema'에서 온 말이라고 합니다. 전 세계적인 역사를 통틀어 설거지는 오랜 시절 동안 아내의 몫이었던 거죠.


요즘에는 세상이 많이 달라져서 설거지는 물론 집안일에 진심인 남편들도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남편들이 주부습진을 호소하는 일도 방송에서 심심찮게 이야기소재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용어도 빠른 시일 내에 적절한 이름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기에는 불편했지만 요즘 환부에 좀 물 묻히는 일을 조심하고 약도 잘 바르고 있기에 금세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물론 더 악화하지 않게 고무장갑도 잘 껴야겠죠.




개인적으로 가사노동은 혼자 하기에는 정말 많다는 사실을 결혼 적령기의 분들이 모두 아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 점만 제대로 알고 있다면 결혼한 뒤에 서로 다툴 일이 훨씬 줄어들 테니까요. 그래서 틈틈이 둥이들에게도 설거지를 비롯해 집안일을 시킵니다. 집안일도 할 줄 모르는 아이로 만들어서 장가도 못 가는 처지로 키우고 싶지는 않아서죠.


제가 책에서 언급했듯 집안일을 많이 경험한 아이들이 사회에서 더 성공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니까요. 이제는 남자에게도 집안일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는 사실을 여러모로 인정해야겠죠?


한 줄 요약 : 주부습진(housewife's eczema)이라는 말은 이제 시대에 맞게 좀 바꿔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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