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정부는 2025년부터 일부 과목에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한 뒤 2028년까지 전 과목에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577억이나 되는 예산을 들여서 말이죠. 바로 내년부터 우선 초등 3·4학년 수학·영어·정보·국어(특수교육) 교과부터 적용된다고 합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 이런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현재 이 프로젝트는 민간을 통해서 개발하고 있는 중입니다. 생성형 AI의 확산 및 디지털 사회로의 가속화에 공교육도 함께 속도를 맞추겠다는 의미죠. 엄청나게 큰 변화입니다. 앞으로는 학교에 종이로 된 교과서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니까요.
AI 디지털 교과서는 종이 교과서, 전자책과 달리, 학생의 학습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학습 경험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거기에다가 정부는 이런 방식의 AI 교육이 선생님의 교과 수업에 대한 업무 부담을 줄여줘서 전체적인 교육의 질 또한 올라갈 수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의 시도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방침에 대해 학부모나 교육계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정말 큽니다. 이미 국회 청원이 진행 중인데 진즉 5만 명을 돌파한 상황이죠. 일단 추진하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문제는 분명히 있어 보입니다. 많이 알려져 있지도 않으니까요.
첫 번째 이유는 현장의 목소리도 반영되지 않고 교사에 대한 교육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기술적인 능력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도를 하게 되면 되려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점도 간과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거기에 학생에 대한 사용 교육도 반드시 필요한데 아직 어린 나이인 초등학교 3학년부터 이런 시스템을 적용한다는 점이 합리적인 선택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디지털 세계가 가져온 문제점이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는 부분입니다.
그동안 과도한 디지털 기기 사용이 되려 학습능력을 떨어뜨린다고 알려져 왔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많은 연구에서 증명되었듯 디지털 기기는 어른은 물론 아직 뇌가 완벽하게 발달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집중력, 문해력에 매우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과의존 증후군 비율은 이미 40%를 넘긴 상황이기에 더욱 문제가 될 수 있어 보입니다. 이미 디지털 교과서 정책을 추진했단 북유럽의 나라들은 거꾸로 중단하고 있는 상황인데 말이죠. 지금은 교육에 있어서 과도한 디지털화를 오히려 경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보입니다.
이미 지금도 사용량이 지나쳐서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는데 학교에서마저 이런 식으로 교육을 한다면 그 후폭풍은 나중에 더 크게 감당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세 번째 문제는 민감한 개인정보가 데이터화된다는 부분입니다. 이 시스템이 자리 잡는다면 학습 정보가 개인 정보처럼 데이터화되어 관리되기에 학생의 학습시간이나 성취도 등은 온라인상에 떠다니겠죠. 이런 자료를 수집하고 관리, 폐기를 제대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점도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재 이 문제는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지만 분명히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입니다. 개인정보 유출을 비롯해 사이버 공격의 대상이 충분히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앞으로의 미래사회는 창의력을 비롯해 사회성, 협력과 토론 능력들이 압도적인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죠. 과연 디지털 교과서가 이런 능력을 키워주는 종이 교과서의 제대로 된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진짜 고치고 바꿔야 할 중요한 부분은 내버려두고 엄한 곳에 예산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1895년에 우리 역사상 최초의 교과서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오랜 역사가 있던 종이 교과서가 사라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하니 뭔가 기분이 이상합니다. 언젠가는 이 세상의 모든 종이책까지 사라지는 날도 언젠가 올 수 있다는 의미가 될 테니까요.
한 줄 요약 : 디지털보다 종이로 된 책이 집중력에는 더 좋다는 사실 알고 이 정책 추진하시는 거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