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올해 책 읽기 목표를 가지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성취를 이루셨을까요? 브런치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라면 모르긴 해도 최소한의 책 읽기 목표는 다들 가지고 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난 연말과 연초에 읽었던 브런치 글에는 자신만의 독서계획을 다뤄놓은 작가님들의 글들이 많았습니다. 적게는 일주일에 한 권(1년 50권) 읽기에서부터 많게는 하루 한 권(1년 365권)까지 말이죠. 대단한 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물론 제게도 올해독서에 관해서 세운 꿈과 목표가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연말부터 허파에 불필요하게 바람이 들어간 것도 있었을 겁니다.
결국 이런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올해 책을 100권 읽겠노라"라고 말이죠. 2021년에 제가 30여 권 정도밖에 못 읽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지나치게 어처구니없는 계획입니다. 그렇지만 계획과 포부는 원대할수록 좋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럴싸한 계획으로 2022년을 시작하고 1월이 지나고 2월이 된 지금 책을 읽은 현황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멋져 보였던 제 계획은 이미 폭격을 맞은 것처럼 시작부터 이미 엉망이 되어버렸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명언을 귀담아듣지 않은 결과는 참담할만한 수준이었죠.
올해 읽었던 책을 하나씩 꼽아보니 1월에는 4권, 2월에는 1+0.5+0.5 해서 2권(여러 권을 나눠 읽는지라)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빠르게 계획을 수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0권이라도 제대로 읽어보자고 말이죠.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100권 읽기를 해내신 분들과 하루 한 권을 읽어내시는 분들이 새삼 존경스러워졌습니다. 저도 아이들과 식당이나 병원같이 대기가 필요한 외출을 하면 무조건 책을 들고나가고 그렇지 못할 때는 밀리의 서재로 e-book을 틈틈이 읽고 있는데도 이 정도밖에 달성하지 못했는데 말이죠.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게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올해 한 달 반 동안 읽었던 책들을 다시 되돌아보니 온전하게 책 내용을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심지어는 정확한 제목이 생각이 안나는 것도 있었습니다.
메멘토 급 기억력 저하
COSMO님처럼 멋들어지게 책 리뷰를 할 능력은 되지 않더라도 머릿속에 내용이 최소한은 남아있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한 듯해서 황당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과연 제 독서는 진정한 독서였을까요? 책장을 넘기기에 급급했던 독서는 아니었는지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그래도 작년에 책을 준비하면서 초서를 통해 2번을 읽은 자녀교육 책들은 꽤 머릿속에 많이 남아있었습니다. 한 번은 통독, 한 번은 발췌독을 한 것이죠.
이런 상태면 1년에 50권을 읽는 것도 욕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독서가 아니라 눈에 보이는 책을 읽은 권수에만 지나치게 연연한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죠. 그것이 제 자신의 내적 성장을 돕는 독서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제가 예전에 인터뷰를 했던 베스트셀러 작가이신 송재환 선생님은 굉장히 특이한 이력이 있으셨습니다. 그분께서는 평소 딱 한 권의 책만 읽으신다고 하셨습니다. 바로 '성경'이었는데요. 한 권을 읽더라도 진짜 좋은 책을 정말 제대로 내 것으로 만들어서 읽을 수 있다면 그것에 훨씬 더 자신에게 이로운 독서가 아닌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