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르세우스 Oct 31. 2024

따라잡기 실패한 장모님의 부추김치 맛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저는 취미가 요리는 아니지만 어떻게 하다 보니 많은 경험을 하고 그동안 제법 많은 가짓수의 요리에 도전해 왔습니다.

잡채

마늘버터전복구이

게살덮밥

닭갈비

감자옹심이

에그미트로프

김치말이국수

갈비찜

수육

냉수육

불고기

닭볶음.

두릅장아찌

진미채무침

떡볶이

파인애플사과볶음밥

감자 및 고구마튀김 등등 

간단히 조리만 하면 되는 음식들을 제외해도 지금까지 꽤 다양한 시도를 한 편이죠.




그동안 단 한 번도 도전하지 못했던 분야가 있었으니 바로 김치였습니다. 브런치에서 많은 작가님들께서 김치를 만드시는 게시물을 올리시면 한 번은 해봐야지 생각을 하면서도 쉽게 나서지 못했죠.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서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니 김치라는 음식 자체가 제게는 어렵게 느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아이들이 외할머니가 만들어주신 파김치, 얼갈이김치, 부추김치들을 잘 먹기에 제 손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이유도 컸습니다. 최근에도 장모님께서 부추김치를 만들어주셔서 맛있게 먹기도 했었죠.

출처 : 남도장터



그런데 맛있게 먹던 할머니 부추김치가 떨어지고 나니 문제가 생깁니다. 아이들이 더 없냐며 찾아서였죠. 아이들이 잘 먹는다고 말씀드리면 더 해주시기는 하지만 끝없이 그렇게 할 수는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으니까요.


고민만 거듭하던 중 저는 어느 날 장을 보다가 신기한 아이템을 발견하고야 맙니다.

파김치, 부추김치용으로 쓰이는 양념을 말이죠.




이 제품을 보는 순간 '이 정도면 나도 한번 김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친가에서 수확해서 보내주신 부추가 냉장고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습니다. 값도 비싸지 않았기에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고 한 번 도전해 보기로 결심합니다.


집에 와서 부추를 씻고 열심히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만들다 보니 고춧가루가 정량보다 많이 들어가서 그런지 조금 맵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부추김치를 본 아이들은 기대가 커 보였습니다. 하지만 먹어보고 보인 아이들의 반응은 단 하나였죠.


짜요.




저는 매워서 걱정이었는데 아이들 입맛에 그러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생각지도 않게 짰던 거죠. 아이들에게 조금만 더 먹어보라고 간곡히 부탁했는데 젓가락이 움직이는 속도가 빠르지는 않더군요. 장모님의 부추김치에 비해 좋은 평가는 받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장모님으로 인해 부추김치에 대한 입맛이 까다로워졌음이 틀림없었죠. 잠시였지만 외람되게도 장모님을 탓해봅니다. 비록 첫 번째 김치 도전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좌절은 없습니다. 다행히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기에 며칠간 두고두고 끝까지 다 먹기는 했습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저는 기성품을 이용해서 장모님의 손맛을 재현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직접 양념을 만들었다고 한들 결과가 좋았을지는 알 수 없었죠. 수십 년간의 노하우와 가족을 위해 쏟은 정성이 담긴 손맛이 그렇게 쉽게 재현될 수 있다면 애초에 손맛이라는 표현 자체가 생기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리고 다시 한번 깨달았죠. 아이들은 모든 부추김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외할머니의 부추김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말이죠. 다음 기회에는 제대로 준비해서 한 번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한 줄 요약 : 손맛에 들어간 사랑을 재연하려면 앞으로 더 많이 가족을 사랑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가 완성한 닭갈비, 오늘은 내가 제2의 어남선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