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은 맞벌이라서 저녁 시간에 아이들의 음식을 챙기는 일이 난감할 때가 많았습니다. 제가 야간근무를 가고 아내가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어쩔 수 없이 간혹 생기기 때문이죠. 초등학교 때는 배달을 시켜줄 때도 있었고 감사하게도 주위 이웃들이나 장모님의 도움을 받을 때도 제법 많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얼마 전에는 새로운 도전을 해봤습니다. 직접 조리를 해서 만들어 먹는 방식이었죠. 도전 메뉴는 바로 닭갈비였습니다.
닭갈비는 아시다시피 양념을 준비해 놓고 재료 손질만 잘 되어 있으면 잘 뒤적거리기만 하면 되어서 그렇게 거창한 메뉴는 아닙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스스로 해 먹을 수 있겠다 싶어서 재료를 미리 준비해 두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처음에는 양파, 오이, 고추, 셀러리를 이용해 먼저 장아찌부터 만들었습니다. 닭갈비에 넣을 고구마를 사러 갔다가 셀러리가 싸서 하나 집어 들었는데 장아찌가 딱 생각났었거든요. 칼질을 열심히 하다가 불의의 부상을 입기도 했지만 다행히 잘 마무리해서 장아찌를 완성합니다.
이어서 닭갈비 재료도 꺼내서 손질해 놓습니다. 양배추, 고구마, 당근, 파, 떡까지 챙겨놓으니 제법 닭갈비집에서 주는 1인분처럼 느껴집니다.
그다음에 닭다리살을 소주를 부은 볼에 넣어서 잡내를 빼줍니다. 날짜가 임박한 경우에 잡내가 확실히 많이 날 때가 있더라고요. 거기에 제가 자주 가는 앱에서 닭갈비 양념 레시피를 찾아서 그대로 만들어봅니다. 아이들이 저와는 다르게 매콤한 음식을 좋아해서 레시피에 살짝 변화를 줍니다.
이렇게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 화이트보드에 간단하게 조리법을 써놓고 가기로 합니다. 식당에서 먹어보기도 했고 조리하는 방법도 알고 있기에 잘하리라 생각이 들었지만 덜 익은 상태에서 너무 빨리 먹을까 봐 걱정이 되어서였죠.
출근하면서 아이들에게 말로 당부를 하고 나왔습니다.
출근해서 일을 하고 있는데 퇴근이 늦어진다던 아내에게 연락이 옵니다. 일찍 마치게 되어 집에 가서 닭갈비를 만들어 먹겠다고 말이죠. 저는 손사래를 치며 상황을 설명했고 이번에는 온전히 아이들에게 음식을 맡겨보라고 권했습니다.
아이들이 요리하는 사진이나 잘 찍어달라고 했죠. 나중에 보내온 사진을 보니 제법 꼼꼼하게 잘 익힌 모양입니다.
잘 만들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준비한 보람이 있습니다. 이렇게 배우고 한 단계 더 성장했으니 언젠가는 스스로 재료를 다듬어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날도 오겠죠. 그때는 가르쳐 줄 수 없으니 지금 조금씩 알려주려고 하는데 잘 마무리되어 다행입니다.
제가 요즘 가장 눈여겨보는 연예인 중 한 사람이 바로 <편스토랑>이 낳은 우주 대스타 어남선생, 류수영 씨입니다. 요리를 잘하는 남자가 얼마나 멋있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죠.
보통 남자를 평가하는 항목으로는
외모
키
성격
능력
모두 간과할 수 없는 덕목이지만
요리를 잘하는 매력은 아직까지 필수적으로 생각하지 않더군요. 아이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많이 배워서 다양한 음식을 스스로 해내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연애 시장의 틈새를 공략해 자신의 가치를 더 높이는 경쟁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고요.
요리에 대한 즐거움을 느껴서 둥이들이 제2의 어남선생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