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의 프로그램을 꼽으라고 한다면 흑백요리사를 꼽기를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교훈은 물론 인생이 녹아있는 프로그램이었으니까요. 우승자가 나오고 모든 경연이 끝났지만 여운과 아쉬움이 많이 남아 하나의 글로 압축해서 흥미로웠던 부분들만 추려봤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나의 영상으로 만들 능력이 되면 좋았겠지만 그 수준까지는 되지 않아 글과 사진으로 아쉬움을 달래 봅니다.
아직 못 보신 분들은 빠르게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1. 자신의 주방과 도구로 연습을 하지 못해서 차별 논란이 있었던 에드워드 리는 한국에 있는 동안 호텔에서 따로 재료와 도구를 구비해서 요리 연습을 했다고 한다. 참고로 영어 번역은 생략.
2. 권성준(나폴리 맛피아)도 미슐랭 2, 3 스타 식당에서 일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의 식당은 우승 이후 오히려 손님의 만족도를 위해 예약을 줄였다. 한 타임에 6명밖에 들어가지 않는 작은 식당이어서 그의 식당은 직원도 단 1명뿐이다. 자동차도 없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
3. 미슐랭 3 스타를 받은 안성재의 모수는 리모델링 때문이 아닌 재정 악화 및 CJ와의 계약 종료로 문을 닫았던 상황이었다. 모수는 다시 투자를 받아 재오픈 예정이지만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은 마진율이 5% 정도밖에 되지 않고 상당수는 적자라고 한다.
4. 여자의 변신은 무죄인데... 이 정도면 죄가 있다고 봐야 하지 않나? 그냥 이모의 변신은 무죄로 갑시다.
5. 출연자들이 꼽았던 가장 인성이 좋았다고 평가된 출연자는 철가방 요리사 임태훈이다. 최후의 8인에 들지도 못한 그가 콘텐츠의 소개 화면 가장 앞에 나온 이유는 그 인성 덕분이 아니었을까? 최강록 셰프도 마찬가지인 듯.
6. 흑수저 출연자 중식여신이 여경래 셰프의 제자였다면 백수저 정지선 셰프는 이연복 셰프의 제자다. KBS <사장님은 귀는 당나귀 귀>에 나오는 오너 정지선은 정말 무섭다.
7. 프로그램 속에서 내레이션을 한 사람은 KBS 출신의 남도형 성우이다.
8. 예선에서 일찍 탈락했지만 신 스틸러 3인방은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
3위 일본 폭주족 : 참고로 두 사람은 같은 인물이다.
2위 : 짹짹이(feat. 그냥 치킨 버건데유?)
1위 : 비빔대왕 : 이름까지 바꾼 사람을 이길 수는 없다
9. 에드워드 리 셰프와.......................최현석셰프는....................
동갑이다. 동갑의 뜻을 혼동하실까 싶어서 말씀드리지만 동갑은 나이가 같다는 의미다.
0. 흑백요리사의 녹화는 올해 1월에 시작해서 3월 말에 끝났다고 한다. 역시 보안이 정말 중요하다.
0. 경연을 하는 동안 그 맛있어 보이는 남은 음식들은 심사의 권위를 위해 모두 폐기되었다고 한다.
0. 흑백요리사에 나온 셰프들 중에서 현재 가장 예약하기 쉬운 식당이 하나 있는데 그곳은 바로 미국에 있는 에드워드 리의 식당이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느꼈던 열 가지도 한 번 꼽아보겠습니다.
1. 나폴리 맛피아와 에드워드리 공통점
뛰어난 요리 실력,
높은 창의성과 집중력,
영어도 잘하고
대회에서 해봤던 요리는 모두 난생처음 도전한 요리였다.
딱 하나 가장 큰 차이는 프로그램에서 드러난 언어의 품격.
2. 그럼에도 다른 방송에서의 드러난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이라는 셰프는 마인드가 꽤 괜찮은 사람이었다. 응원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정말 신의 한 수였던 밤 티라미수는 이제 CU 편의점에서도 판다고 한다.
3.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완벽한 전략이다. 흑백요리사에서 완벽한 전략가이자 리더는 최현석, 최갈공명이었다.
- 11 vs 11 팀전에서 메뉴도 정하기 전에 부족한 재료였던 가리비 쓸어 담기
- 레스토랑 미션에서 음식값을 높게 책정하는 고급화 전략
4. 백종원 아저씨는 연돈볼카츠로 까먹었던 이미지를 이 프로그램으로 완벽하게 회복했다.
5. 넣지 않은 마늘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지나간 일은 빨리 잊을수록 정신건강에 좋다.
6. 이 프로그램에서 의외의 수혜자는 장호준 셰프이다. 나보다 동생(40세)이라 놀랍기는 했지만 6개 일식 매장을 운영하는 대단한 수완가이다. 그가 보여준 긍정 마인드와 친화력은 아직까지도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특히 마지막 경연인 두부 지옥에서 탈락하면서 쿨하게 웃으면서 남긴 그 한 마디는 정말 멋졌다.
"저는 먼저 탈출합니다!"
유명세가 없는 흑수저의 반란, 편견이 전혀 없는 블라인드 심사 및 대중 심사, 단순히 요리를 겨루는 방식이 만이 아닌 독특한 경쟁, 기발한 아이디어, 사라진 악마의 편집등은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교육적으로도 좋은 메시지가 많은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집도 가족들이 다 함께 모여 대화를 열심히 나누면서 봤으니까요.
저는 원래 한 박자 늦게 글을 쓰는 편이라 종영이 되고 나서야 느긋하게 자료 정리를 해서 이제 슬쩍 올려봅니다. 이 정도의 인기와 화제성이라면 시즌 2가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이죠? 아마 이미 기획에 들어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던 프로그램이었는데 정말 큰 즐거움을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혹시 잘못된 부분 있으면 알려주셔요. 모이를 먹는 아기새의 마음으로 겸손하게 고칠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