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황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도로변에서 임시주차를 하던 와중에 나이가 젊은 운전자와 뜻하지 않은 시비가 붙어서였는데요. 제가 약간의 빌미를 제공한 상황이었습니다. 조금 뒤 뒤차에서 운전자가 내려서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반말을 하고 나중에는 욕까지 하면서 혼자서 흥분을 하는 통에 곤욕을 치렀습니다. 저도 한 번 화가 나면 참지 않는 편이라 목구멍까지 여러 단어와 문장들이 올라왔지만 조용히 뒤로 물러나 자리를 피했습니다. 아이들도 뒷자리에 있었기에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였죠.
그 사람이 왜 그렇게 흥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사실 한 가지는 알 수 있었죠.
말이 안 통하는 미친 x과는 굳이 얽히지도 말고 건드리면 안 된다고 말이죠.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르니까요.
그런데 요즘 이와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서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대를 굳이 일부러 자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죠.
지난주에저는 다른 이유로 두 번이나 잠에서 깨고 말았는데요. 바로 오물풍선을 경고하는 안전재난문자 때문이었습니다.
미처 안전재난문자 수신 알람을 꺼놓지를 못 했던 거죠. 한창 자고 있을 시간인 새벽 5시에 날아온 그 메시지는 걱정보다는 짜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물론 전쟁 또는 재난이 발생해서 긴급히 대피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런 소식이 중요하겠지만 그 정도까지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서였죠.
아마 이 메시지를 자다가 깨서 보신 분들은 비슷한 마음이 아니셨을까 합니다. 이 오물풍선 덕분에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가을 하늘은 실컷 보고 다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오물풍선은 25차례나 날아왔으며 그동안 물적 피해도 제법 발생했다는 점은 가볍게 넘길 부분은 아닙니다.
사실 이 오물풍선은 대북전단을 날려보내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가 대북전단 날려 보내면
북에서오물풍선 날려 보내고
다시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하니
오물풍선을 더 날려 보내는 대략 이런 과정이죠.
여기까지면 그나마 나았을 텐데 얼마 전에는 북한에서 우리나라의 무인기가 북한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위기는 고조되었습니다. 그들의 자작극인지 아니면 우리 군이 진짜로 날려 보냈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북한은 우리가 보냈다고 주장하지만 국방부에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하니까요.
북한에서 2년 전에 우리나라 쪽으로 무인기를 날려 보낸 적이 있기에 당연히 보복 차원에서 날려 보낼 수도 있습니다.
마냥 일방적으로 당하고 살 수는 없으니까요. 다만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었는지 고민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글 시작하는 부분에서 제가 다른 운전자에게 봉변당할 뻔한 일에 대해 말씀드렸듯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에게실효성도 크지 않은 방법으로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일은 되려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가 마동석처럼 압도적인 힘으로 범죄자를 주먹 한 방에 날려서 굴복시킬 수 있는 힘이 있으면 좋겠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우리나라 외에는 아무도 완벽한 평화를 바라지 않습니다.
북한은 분쟁을 일으켜 미국의 관심을 얻고 싶어 하고
미국은 분쟁이 있는 곳에 비싼 무기를 팔아야 하고
일본은 군대를 다시 키우고 싶어 하고
중국은 북한을 꼭두각시로 조종하고 싶고
러시아는 외로운 상황에서 확실한 깐부가 필요하니까요.
저는 다시 밝히지만 음모론자도 아닐뿐더러 북한 정권을 추종하는 세력도 아니며 자유민주주의 그리고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군 생활을 최전방인 연천, 그것도 수색대대에서 했기에 주적이 누군지 평화는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사실도 알죠.
이 나라가 정전국가이자 분단국가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지만 이렇게국민의 안전을 불필요하게 위협받는일이더 이상생기지 않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이 글은 정치나 이념 이야기가 아닙니다. 서울이라는 곳에 살고 있는 한 사람의 국민이 자신과 가족들의 일신상 안전이 걱정되어 남기는 하소연이라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