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말 다녀온 회사 선배들과 다녀온 2박 3일 제주도 여행은 숙소부터 놀라운 경험들의 연속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일은 2일 차에 집중됩니다. 1일 차 저녁부터 태풍의 영향으로 호우경보와 함께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였죠.
여러분, 제가 이렇게 운이 좋은 남자입니다. 로또 빼고는 다 되는 남자!
이렇게 된 마당에 이번 제주도 여행은 식도락 여행으로 콘셉트를 정합니다. 첫날 저녁은 동문시장 메뉴로 가볍게 몸을 풀었죠. 고등어회, 갈치회, 방어회 3종 세트와 삼겹살 김치말이와 스테이크 초밥이었는데 엄청 가벼운 메뉴죠? ^^
다음날 아침 빗속을 헤치며
처음 찾은 곳은 바로 오가네전복설렁탕이라는 식당이었습니다. 함덕 해변가에 있어서 전망은 기가 막혔죠. 다른 분들은 설렁탕과 죽을 드시는데 저만 전복물회(17,000원)를 시킵니다. 시그니처 메뉴라고 하니 안 먹을 수가 없었죠. 오색찬란한 물회는 예술작품같이 느껴졌습니다. 다시 가도 전복물회를 선택할 듯합니다.
두 번째 장소는 스타벅스 더제주송당파크 R점입니다.
지상 1·2층, 약 360평 규모에 야외 28석까지 포함해서 전체 좌석 수는 340석이나 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매장이라고 합니다. 내륙의 구좌읍에 있고 동화나라 바로 근처에 위치해 있습니다. 맑은 날 찍은 사진은 참 멋진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오전부터 호우경보가 발령된 후부터 비는 아주 대차게 내리고 바람까지 매섭습니다. 어쩔 수 없이 카페에서 점심시간까지 앉아서 죽치고 있습니다. 음료나 디저트 값이 더 비싸기는 했지만 이곳에 한 번 와봤다는 추억 정도는 남길 수 있었다는 점에서 와볼 만한 곳이라고 생각됩니다.
세 번째 장소는 오펜파이어입니다.
백수저로 출연했던 오세득 셰프가 운영하는 매장이죠. 아쉽지만 오세득 셰프는 출근을 안 한 모양입니다. 오픈형 주방이라서 알 수 있었죠. 미리 네이버 예약 시스템으로 자리를 잡아놓았던 지라 자리에 앉아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해 뒀던 메뉴가 등장합니다.
갈비 빠에야와 한치먹물 빠에야입니다. 각각 2인분씩이며 4만 원 대 초반 값입니다. 소스나 피클도 독특하더군요. 지름이 45~50cm는 되어 보이는 넙데데한 냄비를 보면 엄청나 보이지만 막상 두께가 그리 두텁지는 않습니다. 양이 많지 않다는 의미죠. 밥의 식감이 특히 볶음밥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이곳 또한 맛은 좋았으나 이번에도 양(量) 부족 이슈가 생깁니다.
네 번째로 이동한 곳은 커피박물관이었죠.
이때부터 비가 쏟아집니다. 실내에서 활동이 가능한 곳을 찾다 보니 사람들도 이런 곳에 몰립니다. '커피박물관 Baum'이라고는 하지만 카페에 가깝습니다. 전시된 물건들이 눈길을 많이 사로잡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아인슈페너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오후 늦은 시간이 되니 아저씨들의 말수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평균 나이 48세에게 이런 빡빡한 여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당보충을 위해서 케이크를 주문했지만 역부족이었는지 이미 한 선배는 빈자리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집니다.
이런 소중한 순간을 놓칠 수는 없죠.
형,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그래도 얼굴은 가려줬잖아!
다섯 번째 식도락 코스는 현지 맛집 순이네입니다.
제주도에 사는 선배가 줄을 서서 먹는 곳이라며 추천한 곳이었죠. 비는 저녁이 되었음에도 그치지 않습니다. 진짜 징글징글할 정도입니다. 차에서 내릴 때마다 세찬 비와 바람에 머리도 옷에 젖어서 고역이더군요.
이 식당은 돌문어볶음이 유명하다고 해서 갈치조림과 함께 시켜봤습니다. 돌문어볶음은 불맛이 살아있고 질기지 않아 아저씨들 입맛에는 최고였습니다. 갈치조림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한 편에 이틀 동안의 모든 식도락 이야기를 다루려니 분량이 너무 방대해지네요. 아쉽지만 3일 차 식도락 여행은 다음번에 올리겠습니다. 다음 편은 더 재미있게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