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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내가 탔던 따릉이는 어디로 사라졌다는 말이냐!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며칠 전 가족들과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 갔을 때였습니다. 평소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사람이 많은 식당이었던지라 저 먼저 식당이 열기 전에 대기번호를 받기 위해 혼자 자전거를 타고 5호선 아차산역 근처까지 왔죠.




거리가 애매했기에 오랜만에 따릉이를 타고 움직였습니다. 공유형 이동 수단의 조상님 격이기도 한 따릉이는 6개월에 15,000원만 내면 매일 한 시간씩 이용할 수 있기에 제가 자주 이용하고 있었죠.


그런데 반납을 하려고 하는 순간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잠금장치에 있는 레버가 잠기지 않아서였죠. 접속 부위가 낡아서 고장이 난 모양이었습니다. 여러 번 시도해 봐도 잠기지 않아 결국 포기를 했죠.



그냥 그 자리에 주차를 곱게 해 놓고 식당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콜센터 전화를 걸어서 반납 처리를 해달라고 말하기로 했죠. 반납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경우 전화를 걸어서 강제로 처리를 하는 경우도 간혹 있었으니까요.


이 내용을 전해 들은 콜센터 직원분은 제게 갑작스러운 미션을 하나 던져줍니다. 따릉이가 주차된 상태로 사진을 찍어서 보내줄 수 있겠냐고 말이죠. 그냥 반납을 하면 안 되냐고 물었더니 도난의 염려가 있어서 그렇게 좀 해달라고 부탁을 하십니다. 그걸 누가 가져가겠냐면서 투덜투덜 대며 제가 있었던 대여소로 다시 향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요. 제가 주차를 하고 5분이 채 되지 않았는데 그새 제가 주차해 둔 따릉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상황 설명을 드렸더니 알겠다고 하시더군요. 반납 처리를 해주시며 분실 건은 자체적으로 조치하겠다며 통화가 마무리되었습니다. 괜스레 제가 부주의해서 이런 일이 생겼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따릉이는 너무 티가 나는 자전거기에 안 훔쳐 가겠거니 싶었는데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습니다. 도난이 그동안 얼마나 일어났는지 찾아봤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최근 5년간 2,600여 대에 달할 정도로 빈도가 많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다행히도 2020년부터 따릉이의 단말기를 GPS 기반 추적장치로 전면 교체하면서 사라진 자전거를 대부분 찾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배터리 방전으로 인해 170대 정도는 위치 추적이 불가능해서 찾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도난이 자주 일어나는 물건을 하나 꼽으라면 자전거가 빠지지 않습니다. 저도 예전 학창 시절 두 번이나 도난을 당한 적이 있었죠. 한 번은 도난당했던 자전거를 제가 직접 발견했던 적이 있습니다. 떡하니 번호로 된 다른 자물쇠가 달려있었죠. 치기 어린 마음에 그 자리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그 자물쇠를 낑낑대면서 풀고서 다시 집으로 가져온 적도 있었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사는 동네에서도 자전거 도난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신고를 잘하지 않아서 더욱 그렇다고 경찰분들이 말씀하시더군요. 이참에 둥이들 자전거도 모바일 등록을 해야 하나 싶더군요. 따릉이 같은 공용 자전거마저 버젓이 가져가는 세상이니까요.




하지만 결국 이 사건은 마지막에 커다란 반전이 있었습니다.


제가 대여했다가 반납 처리가 되지 않아 사라졌던 따릉이가 다른 곳에서 반납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콜센터에 전화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직원분 말씀으로는 다른 분이 자신이 대여했다고 생각하고 타고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물론 누군가가 그냥 타고 갔는지도 모르지만요.

마지막에 어디서 반납되었냐고 여쭤봤더니 꽤 거리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정처 없는 유랑이었던 셈이죠.


결국 따릉이 분실 사건은 '도난'이 아닌 '유랑과 복귀'로 바뀌어 재미있는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누군가가 훔쳐 갔다고 알고 있었다면 계속 찝찝함이 남았을 텐데 전화해 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앞으로 내 물건이든 공유해서 쓰는 물건이든 자전거만큼은 더 조심해서 써야겠다는 깨달음을 얻는 시간이었습니다.


한 줄 요약 : 내 부주의로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경험은 항상 유쾌하지가 않다. 조심 또 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