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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Feb 22. 2022

책임감과의 전쟁

학폭위 연수를 다녀와서

저는 다양한 경험을 좋아합니다. 무서운 것, 위험한 것만 빼고 말이죠. 시간과 여건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이 제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아이의 학부모자격으로 참여 가능한 활동도 피하거나 거절하지 않고 모두 받아들였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다양한 활동은 제게 많은 영감과 깨달음 그리고 좋은 글감도 주기 때문입니다. 세상 넓고 배울 것은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선생님인 셈이죠.



 물론 결코 쉽고 가볍게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이번에 학교폭력심의위원회 심의위원 공모에 신청서를 냈을 때도 저의 마음은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참고로 재작년부터 선 학교 내부에서 상당수 처리해오던 학교폭력위원회의 기능이 상위 기관인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되었니다. 학폭위의 책임이 더 막중해진 것이죠.



 상 오늘 첫 교육을 받아보니 이 자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거운 자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습니다. 오늘 열린 신규위원 역량강화 연수 때 모의 심의까지 하면서 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 완벽히 알게 된 것이죠.



 사안에 대해 심각하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함을 알고 나니 막중한 책임감이 저를 짓누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짧은 모의 심의를 했음에도 자주 앓지도 않 두통이 심하게 몰려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사실은 따로 있었습니다.

 심의를 할 때 제 섣부른 판단으로 한 가족의 삶을 엄청나게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된 것이죠.



 앞으로 제가 활동한다면 억울한 가해자가 생기는 것도 물론 막아야겠지만 1차적으로는 학교폭력 피해자가 2차 피해로 더 상처받기 않기를 원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저는 이 공모에 지원하게 의미를 찾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제 아이들이 행여나 피해자 또는 만에 하나 가해자가 되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배우고 또 배울 것이고요.



 지난 일이지만 저는 학교폭력 피해를 중학교 때 겪은 적이 있습니다. 계속 참고 견디던 저는 중학교 1학년 때 믿고 의지하던 담임선생님께 편지로 그 내용을 신고하였습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제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어처구니없게 선택하셨죠. 그 편지를 모두 반 친구들이 있는 교실에서 선생님이 직접 읽으셨던 것입니다. 결국 저는 뜻하지 않게 소위 2차 피해까지 입게 되었습니다. 제 고통도 제대로 해결되진 못했습니다.

 어른에게 도움을 청했음에도 더 고통을 받는 이런 경험이 다른 아이들은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는 그런 어른이 되지 않으려고요.


 앞으로는 이 주제로 글을 쓸 일은 없을 듯합니다. 오늘 배운 대로라면 저는 이제 비밀유지의 의무가 있는 공무상 사인이 되었으니까요.

 



 이 글을 남김으로써 제가 가진 역할이 얼마나 무겁고 요한 일인지 다시 한번 마음에 책임감과 각오를 새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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