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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이 지나가는 레일뷰 숙소, 혹시 들어는 보셨나요?

일본 다카마쓰 여행기 2탄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어제 프롤로그를 거쳐 본격적으로 일본 다카마쓰 여행기를 풀어가려고 합니다.

다카마쓰는 일본 열도를 이루는 네 개의 섬인 홋카이도, 혼슈, 규슈, 시코쿠 중에서 가장 작은 시코쿠에 속하는 지역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사실 이곳을 여행하게 된 데에는 재미난 상황이 있었습니다. 장소보다 일행 네 명의 날짜를 먼저 잡아야 했고 그날 갈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다카마쓰가 최종 간택이 되어서였죠.




이 지역의 여행기는 제가 묵었던 특별한 숙소 이야기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우리가 여행지를 고를 때, '뷰(view)'는 참 중요한 기준이 되곤 합니다.


바다가 보이는 오션뷰,

강이 보이는 리버뷰,

공원이 보이는 파크뷰,

도심이 보이는 시티뷰까지.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저는 조금 독특한 뷰를 자랑하는 숙소를 경험했습니다.


바로 '레일뷰'였죠.


레일뷰가 대체 무슨 말인지 헷갈리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처음 접해보는 표현이었으니까요. 말 그대로 철로가 보이는 집이라는 뜻입니다.





다카마쓰에 도착해 전철을 타고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집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담한 네 량의 전철은 꽤 낡기는 했지만 이동수단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듯했습니다. 낮 시간이라서 사람이 많지 않아 편하게 다섯 개의 역을 지나쳤죠.




역에서 내려서 10여 분 동안 걸어서 도착한 숙소 이름은 'MAISON OTA'. 하늘색 외벽이 인상적인 아담한 아파트 스타일이었습니다. 입구에는 노란색 간판이 선명하게 걸려 있었고, 소박하지만 깔끔한, 전형적인 일본 소도시의 주거 단지 모습이었어요.




이곳으로 들어가는 방법도 신기했습니다. 현관문 옆에 있는 조그만 상자의 비밀번호를 누르면 그 안에 열쇠가 들어있는 방식이었죠. 처음 접해보는 방식은 평균 나이 48살 아저씨들을 집중하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안으로 처음 들어갔을 때는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처음에는 몰랐습니다. 그런데 짐을 풀고 나서 자리에 앉아 있는데 방바닥이 들썩들썩하는 걸 느끼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죠. "와, 이게 뭐야?"라며 밖으로 나가서 확인을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숙소는 철로와 직선거리로 불과 5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죠.


이 맨션은 10여 분 간격으로 전철이 다니는 선로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어서 소리와 진동을 10~15분 간격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창밖으로 내다보면 철로가 곧장 펼쳐졌고, 수시로 전철이 달리는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었지요.





숙소 안은 거실은 그리 넓지 않았습니다. 시코쿠와 혼슈를 연결하는 세토대교 사진이 있는 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본 전통방식의 다다미 방이었습니다. 푹신한 이불도 준비되어 있었죠. 나무 향기와 짚 냄새가 은은하게 퍼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주방은 크지 않은 편이지만 냉장고, 전자레인지, 가스레인지 등 기본적인 주방가전은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근처 마트에서 간단히 장을 봐와 숙소에서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기에는 충분하겠더군요.




화장실과 욕실도 분리되어 있어 여행자들에게는 무척 실용적이었습니다. 작은 세면대와 세탁기까지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쓰레기를 '가연성'과 '비가연성'으로만 분리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 비해 분리배출에 대한 부분은 아쉽게 느껴졌죠.




하지만 무엇보다 특별했던 점은 역시 '알람이 필요 없는 숙소'라는 점이었습니다. 새벽 6시 20분이면 멀리서 전동차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고, 그때 자연스럽게 잠에서 깨어납니다. 엄청 시끄럽지는 않았지만, 묘하게 리듬을 주기에 4D 알람처럼 느껴집니다.


혼잡한 대도시에서 접하는 전철 소음과는 다른, 조용하지만 분명히 살아있는 기운. 마치 마을 사람들의 하루가 시작되는 신호처럼 다가왔습니다. 밤에는 반대로, 전철 소리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고 원래 조용했던 마을이 더 깊은 잠에 빠져드는 상황이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조용히, 저도 그 속에 녹아들며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곤 했죠.




물론, 누군가는 예민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오히려 이 소리가 나쁘지 않게 다가왔습니다. 여행이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더 좋은 추억이 만들어진 듯했죠.


숙소 주변은 그 소리를 제외하고는 조용한 주택가였습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다양한 주택들과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고, 모퉁이를 돌면 논밭도 많이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다녔던 관광지의 화려함 대신, 일본 소도시의 일상적인 풍경을 있는 그대로 만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이 '레일뷰 숙소'는 무척 인상 깊은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흔히 말하는 화려한 전망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더 깊게 다가왔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꽤 놀라기는 했습니다. "이렇게 가까워도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죠. 하지만 막상 머물러 보니 이보다 더 생생한 여행지의 리듬을 느낄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지에서도 일상처럼, 자연스럽게 하루를 맞이하고 하루를 보내는 경험.


만약 다카마쓰를 다시 찾게 된다면 저는 아마 또 이곳을 다시 선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도 아마 익숙한 진동과 소리에 맞춰 하루를 시작하겠지요.


2탄 끝!


한 줄 요약 : 오션뷰보다 특별한 레일뷰, 조용한 일본 시골마을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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