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카마쓰 여행기 3탄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지난 달에 다녀온 일본 다카마쓰 여행기 3탄입니다.
다카마쓰에 도착하자마자 첫날 공식 일정은 다카마쓰 30층 건물 전망대에서 시작했습니다. 사무실 건물처럼 보였는데 30층과 29층에 식당이 있어서 저희도 올라가 볼 수 있었죠.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다카마쓰라는 도시의 전경은 제법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쪽에는 낮은 건물들과 자연이 보였고 다른 쪽에는 도심지의 높은 건물들이 보였고 기차와 철로가 눈에 띄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혼슈 방향의 탁 트인 바다와 많은 배까지 다양한 모습들이 어우러져 있어서 보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인구 41.4만 명 밖에 되지 않는 작은 도시라고 하기에는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얼핏 봐도 규모가 제법 컸던 다카마쓰 도심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다른 중소도시들과 비교해 봐도 절대 뒤떨어지지 않았죠.
전망대 관람을 마치고 식사를 한 뒤에는 다카마쓰 성을 구경했습니다.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돌로 만든 석성(石成)이었고 바닷물로 만든 해자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철역에서 정말 가까운 곳에 있었기에 구경하지 않을 수 없었죠.
성안에 있는 정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돌로 쌓아놓은 외성을 보며 이곳에서 전쟁을 했다면 과연 어떤 광경이었을지도 잠시나마 짐작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번에 언급해 드렸던 레일뷰 숙소에 짐을 풀고 가벼운 마음으로 메인이벤트를 위해 이동했습니다.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리쓰린 공원(栗林公園)인데요.
다카마쓰 여행 중, 가장 마음이 편안해졌고 감탄을 많이 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단연 리쓰린 공원 산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곳은 일본식 회유형 정원으로, 에도 시대에 조성되어 약 400년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바로 앞에 있는 시운산(紫雲山)을 경치에 끌어들이는 '차경(借景)' 기법을 활용해서 더 유명합니다.
※ 차경(借景) : 자연경관을 건축 속으로 끌어들여 마치 외부의 경관이 건축의 일부인 것처럼 활용하는 동아시아 전통 건축기법
처음에는 ‘그냥 잘 꾸며놓은 정원이겠지’ 하고 큰 기대 없이 들어갔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번 여행에서 저는 무계획으로 어디 어디를 가는지도 제대로 모르고 따라왔으니까요.
안으로 들어온 그 순간부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마치 에도 시대 어느 다이묘(영주)의 집에 초대된 것처럼, 걸음마다 풍경이 달라지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실제로 이 정원은 17세기부터 만들어져서 100년에 걸쳐 완성됐고, 지금도 정성껏 가꿔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공원은 생각보다 훨씬 넓습니다. 축구장이 수십 개 이상은 족히 붙어 있는 듯한 공간에, 연못이 여섯 개나 있고 작은 언덕도 여기저기 솟아 있습니다. 일단 가운데 세워진 건물로 올라가서 공원 전경을 살펴보고 본격적으로 경로를 정해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도 걷다 보면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풍경이 바뀌고 마음도 따라 가벼워지는 기분이 듭니다. 일본 사람들은 이런 걸 ‘일보일경(一歩一景)’이라고 부른다고 하더군요. 정말 잘 어울리는 말이었습니다. 중간에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도 있어서 하나씩 먹은 뒤 다시 열심히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던 전망대, 히라이호 언덕까지 올라가 봤습니다. 정말 장관이었죠. 고작 20여 미터 높이의 좁은 구릉이었는데 거기서 내려다보는 공원의 모습을 통해 자연과 더불어 인간의 위대함까지 느낄 수 있었죠. 사진도 가장 잘 나오는 곳이었습니다.
그와 함께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장면은 산과 물이 어우러진 공원이 주는 조화로움이었습니다. 이곳에서 보면 이런 느낌, 저곳에서 보면 또 저런 느낌. 다양한 감상 포인트가 있어서 길을 따라 걷을 때마다 새로운 즐거움을 줬습니다. 해가 지는 시간에 방문했기에 소나무 가지 사이로 비치는 햇살, 물에 비친 시운산의 모습, 바위 하나, 폭포까지도 그림 같았습니다.
한 시간 반 정도 돌았는데 꽤 인상적인 곳이었습니다. 다리도 아프고 힘들었지만 구경을 마치고 나니 기분은 정말 좋았죠.
저희는 봄에 와서 이곳을 즐기고 가지만 여름이면 푸른 소나무와 시원한 연못이 마음을 식혀줄 테고, 가을이면 단풍이 수채화처럼 물들고, 겨울에는 고요한 설경이 마음을 다독여줄 수 있는 곳이겠더군요. 어떤 계절에 가도, 그 계절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처럼 느껴졌습니다.
JR 리쓰린 공원역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가면 바로 도착할 수 있으니 접근성도 아주 좋습니다. 입장료도 어른 기준으로 410엔으로 부담스럽지도 않았고요.
다카마쓰에 가신다면 꼭 한번, 아무 생각 없이 산책하듯 걸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보기 좋은 공원은 우리 주위에도 제법 많습니다. 하지만 걸을수록 마음이 편안해지며 자연과 사람의 손길이 어우러진 공원은 흔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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