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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독서결산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인데 책 읽기 좋으라고 날씨가 정말 많이 선선해졌습니다. 무더위가 언제였는지 모를 정도니까요. 그런데 권수로만 따지면 이번 달은 올해 들어 가장 적게 읽은 달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두께로 따지면 제법 높다는 점은 위안이 됩니다.




1. 나는 초콜릿의 달콤함을 모릅니다(타라 설리번, 17.05.30, 5점)

아이들 학교에서 읽으라고 한 추천 도서다. 행복이가 읽더니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권해서 보게 되었는데 정말 인상 깊게 읽었다. 코트디부아르의 카카오 농장에서 동생과 함께 불법 아동 착취에 고통받는 아마두라는 아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새로운 여자아이가 농장에 끌려오면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아마두의 인생이 펼쳐지게 된다. 중간중간 읽기에 꽤 고통스러운 내용들이 많다. 책 마지막에 초콜릿 산업의 실태에 대해 고발하기 위해 실화를 기반으로 쓰인 글이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이 책을 읽은 이후 뜻밖의 부작용이 생겼는데 바로 초콜릿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2. 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 15.06.12, 5점)

미래 사회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불러일으켰던 책이다. 예전에 한 번 읽었고, 두 번째 시도여서 그런지 조금 더 깊이 있게 읽을 수 있었다. 계급으로 나뉘어 인간을 유리병에 넣어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들어내는 미래 세계는 우리가 꿈꾸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쾌락만 남아있으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가족, 독서, 사색 등이 사라진 미래 사회의 모습은 그야말로 두렵기 짝이 없는 디스토피아이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은 미래를 두렵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3. 안나 카레니나 1권 (레프 톨스토이, 09.09.04, 5점)

내 인생 첫 번째 러시아 문학이다. 톨스토이의 작품은 많지만 뭘 먼저 읽어야 할지 몰랐기에 고민이 많았다. <안나 카레니나>를 추천하는 분들이 많아서 큰마음 먹고 도전했다. 안나 카레니나라는 여자를 비롯해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이 겪는 비극으로 점철된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읽는 내내 무거운 느낌이었고 동의할 수는 없지만 그녀의 삶에 조금은 공감할 수 있었다. 사실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조국 러시아가 얼마나 내부에서부터 망가져 있는지 우회적으로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벽돌책이어서 시간이 오래 걸려 힘들었지만 잘 읽어냈다.




4. 불안의 끝에서 쇼펜하우어, 절망의 끝에서 니체(강용수, 24.10.16, 4점)

요즘 출판계에서 한창 핫한 철학자인 쇼펜하우어 그리고 언제나 인기가 많은 니체의 철학을 인용해 엮은 책이다. 길 잃은 사람들에게 나침반 역할을 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썼다고 밝혔지만 두 사람 모두 너무 묵직한 삶을 살다가 떠난 사람들이기에 그 점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어려웠다. 남에게 휘둘리고 영향을 받는 등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부분에 대한 조언은 꽤 도움이 된다.




5. 중학 독서평설 9월호(지학사, 25.08.01, 5점)

꾸준히 읽으면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이 되는데 쉽지가 않다. 아이들은 바빠지고 읽는 책들은 따로 있다. 결국 책은 쌓여가고 어쩔 수 없이 내가 읽게 된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 안에 아이들과 대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다는 점이다.




6.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권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07.09.20, 5점)

표도르 카라마조프와 그 세 아들 그리고 사생아까지 엮여서 일어나는 러시아 근대 작은 도시에서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톨스토이를 읽었기에 도스토예프스키는 필연적인 순서였다. 누구의 작품이 더 뛰어난지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고 누가 내 성향과 더 잘 맞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선 다섯 남자의 대화와 생각은 읽을 때마다 경악스럽게 만들었다. 종교의 역할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한 흔적이 보여서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생각도 많이 났다. 어렵고 어려웠으나 읽을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

https://youtu.be/tojyLzIKpwE




7. 멸망에 투자하세요(황이경, 25.03.14, 4.5점)

청소년 추천 도서로 둥이들에게 사줬는데 재미있다고 해서 읽어봤다. 예언자와 파멸자라는 생소한 표현으로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기성세대들이 함부로 재단하고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미래 예측 테스트, 투자와 같은 특이한 설정으로 선택받은 아이들이 펼치는 모험을 다뤘다. 세상을 파멸시키는 능력이 있다고 밝혀진 백소망이라는 고3 학생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련을 용기 있게 헤쳐나간다. 황당한 설정이지만 무슨 메시지를 전하려는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8. 나태한 완벽주의자(피터 홀린스, 25.05.01, 5점)

게으름에 대한 고민은 부지런한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가 동일하게 가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나태한 완벽주의자>는 제목 자체로도 충분히 사람들을 끈다. 게을러지는 이유와 극복 방법이 들어있는데 압축적으로 도움이 될 법한 솔루션들을 언급한다. 자신이 나태해지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지 말고 그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뒤 다시 시작하라는 조언이 인상 깊었다.


한 줄 요약 : 결론은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 모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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