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날씨가 며칠간 꽤 쌀쌀했다가 다시 평년처럼 돌아오고 굉장히 들쭉날쭉합니다. 패딩을 입고 나왔다가 낮에 낭패를 보신 분도 제법 있으셨죠. 커진 일교차에 건강 해지치 않도록 유의하시기를 빕니다.
이번 달은 추석 연휴가 있어서 묵직한 벽돌책을 두 개나 소화하고 한 권은 절반 가까이 읽었습니다. 벽돌책도 읽다 보니 확실히 익숙해지는 느낌입니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사실을 이런 경험을 통해서도 깨닫게 됩니다.
제가 선정한 이번 달의 책은 <안나 카레니나>도 아니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 아닌 <고독한 용의자>입니다.
1. 인구 미래 공존(조영태 / 21.06.09 / 4점)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인 저자가 우리나라의 저출생 문제에 대해 매우 객관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현상과 원인을 분석해 놓은 책이다. 예전에 저출생에 대한 주제로 매거진을 만든 적이 있기에 이해하는 데 어렵지는 않았다. 흥미롭게 읽었으나 현상을 분석하는데 그치고 해결책에 대한 부분은 상대적으로 미진한 느낌이 많이 들어서 그 부분이 많이 아쉬웠다.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 해도 전문가로서 시원하게 그런 이야기도 해주면 좋지 않았을까..
2. 만화로 읽으면 안 어려운 천문학(이즐라 / 25.06.16 / 4.5점)
일단 제목은 <만화로 읽으면 (그나마) 안 어려운 천문학>으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지적 한계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천문학은 과학 중에서도 끝판왕 중의 하나이기에 만화라도 어려우리라 짐작은 했다. 지동설, 고전역학을 거쳐 빅뱅이론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었지만 양자역학으로 온 순간 집중력이 모래처럼 흩어졌다.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가져야만 한다면 입문서로 도전해 봄직한 책.
3.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사토 켄타로 / 25.08.15 / 5점)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다. 역사는 반복되고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그렇기에 대부분 아는 이야기 속에 몰랐던 부분들을 접하게 되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다. 과학 관련 책으로 아이에게 추천을 해줬는데 약과 관련된 상식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10가지 약 중에 순위를 굳이 정하자면 비타민 C와 페니실린이 아닐까 싶다. 자세한 내용은 읽어보시기를.. 무겁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4. 안나 카레니나 2(레프 톨스토이 / 09.09.04 /5점)
압축된 스토리라인만 보면 정말 기가 막히는 막장 스토리의 연속이다. 안나와 그의 내연남 브론스키는 결국 두 사람 사이에서 생긴 아이를 낳고 남편과 이혼도 하지 않은 채 사랑의 도피(?)를 감행한다. 인간의 욕망과 고뇌가 얼마나 다양하며 추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새삼 느끼게 된다. 짧게 언급한 내용만 보면 사회통념상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이야기 흐름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서 톨스토이가 말하고 싶은 근대 러시아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통렬한 비판도 충분히 접할 수 있다.
5. 고독한 용의자(찬호께이 / 25.04.15 / 5점)
작가 이름만 보면 우리나라 작가의 필명처럼 보였는데 홍콩 작가였다. 안나 카레니나를 읽고 지친 뇌를 쉬게 해 주기 위한 킬링타임용으로 선택한 스릴러 소설이었기에 사실 기대치가 딱히 없었다. 하지만 진짜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엽기적이고 소름 돋으며 기발한 내용이었다. 작가의 상상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인간은 결국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기도 하는 작품이다.
6. 중독은 뇌를 어떻게 바꾸는가(저드슨 브루어 / 25.09.15 / 3.5점)
책 제목을 보면 뇌과학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스마트폰, 도파민, 팝콘 브레인 등의 이야기가 많이 나올 듯한데 의외로 내용은 명상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버드 대학교수가 동양식 명상에 심취해 그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연구로 그 효과를 증명해 나가는 내용이다. 원래 이런 책이 재미가 있는 편은 아닌데 제목에 낚였다는 생각이 드니 좀 억지로 읽은 듯하다. 결국 결론은 "명상이 진짜 좋아요. 명상을 하세요, 여러분!"이다.
7.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 07.09.20 / 5점)
점점 더 이야기가 미궁 속으로 빠진다. 조지마 장로의 죽음과 표도르 카라마조프의 피살, 장남 드미트리의 광기가 주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조지마 장로의 죽음을 다루면서 진정한 종교의 의미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고 보여 흥미로웠다. 하지만 드미트리의 폭주를 다룬 부분은 읽으면서도 당황스러웠다. 정신병원이나 감옥에 당장 집어넣어도 될 법한 사람이 아무 말이나 지껄이는 모습에 이렇게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는 사실에 솔직히 정말 불쾌하고 거북했다. 이해를 조금이라도 하기 위해 도스토예프스키는 왜 이렇게까지 이 이야기를 다뤘을지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밖에 없었다. 이게 고전이 가진 힘인가..?
8. 중학 독서평설 9월호(지학사 / 25.09.01 / 4.5점)
중학생을 위한 잡지지만 어른이 읽어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기는 하다. 아이들과 대화하기 좋은 아이템들을 주기 때문이다. 9월호에는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달 탐사와 땀 냄새에 대한 내용이 나와서 그 점이 좋았다. 발췌독이라도 하라고 권해봄직하다. 그리고 프랜차이즈와 자영업자의 이야기를 다룬 극사실주의 단편소설인 <현수동 빵집 삼국지>도 흥미롭게 읽었다.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대해 알 수 있었기에 여운이 많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