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저는 뜻하지 않게 휴가를 얻어서 긴 연휴를 보내는 중입니다. 이번 주에만 근무가 모두 몰려있어서 진짜 휴가는 아닙니다. 이번 추석 때 장모님께서 큰마음 먹고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스페인 여행을 가셔서 집에서의 휴가를 얻게 되었죠.
좋게 이야기하면 휴가, 나쁘게 이야기하면 쓸쓸한 독거 중년의 삶이 될 수도 있는데 그건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가족들을 비행기를 태워 보낸 첫날은 정말 집에서 TV를 틀어놓은 채로 게임만 했습니다. 물론 그래봐야 네댓 시간 정도였지만 그렇게 한 가지만 하면서 시간을 보낸 지 정말 오랜만이어서 생소하게 느껴지더군요.
둘째 날은 낮 근무여서 출근을 했습니다. 휴일 출근은 정말 귀찮고 힘들지만 막상 출근하기만 하면 작업이 없어서 조용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장점이 많습니다. 명절이면 더할 나위 없죠. 차분한 분위기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저녁 근무자와 교대할 시간이 됩니다.
평일에는 근무를 마치고 나면 바로 집으로 와서 장을 봐서 들어가거나 저녁 준비를 합니다.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데 일찍 들어가려고 하니 뭔가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사무실 근처에 있는 강남역까지 온 뒤 그냥 무작정 걸으면서 오랜만에 구경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혹시 저녁을 먹을 만한 곳이 있다면 들어가 보리라는 마음까지 먹었죠.
강남역에서 시작해 신논현역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코스였습니다. 지도를 보면 강남역과 신논현역을 사이에 두고 왼편이 서초구인데 오른쪽은 강남구입니다. 강남구와 서초구를 모두 구경하는 셈이죠.
거리는 제법 한산했습니다. 평소에도 강남역 근처를 자주 지나다니는데 지하철역 출입구에서 나오는 사람의 숫자만 봐도 그 혼잡도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니까요.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들보다는 외국인들이 더 눈에 띕니다. 예전에 비해 요즘에는 특히 젊은 일본인 관광객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어서 그 부분이 인상적이었죠.
차도와 인도 모두 한산한 편이어서 건물 구경을 하면서 걸어봅니다. 이런 건물들은 얼마나 할까 잠시 생각해 보기도 하고 요즘 문제가 되는 상가 공실들도 얼마나 되는지 살펴봅니다. 의외로 강남역 인근에는 공실이 많이 눈에 띄지는 않더군요. '썩어도 준치'라는 속담이 생각났습니다.
하지만 강남대로를 가로지르며 가장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엄청난 숫자의 성형외과와 피부과들이었죠. 이 정도로 많은 병원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눈으로 보니 질릴 정도였습니다. 중간부터 아예 세어보기 시작했죠. 대로변에 있는 병원들만 세어봤는데 성형외과와 피부과의 숫자가 60군데가 넘었습니다.
고작 500m 구간 안에 있는 병원의 숫자만 세었는데도 이러니 이곳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갑자기 예전에 제가 한 번 다뤘던 주제였던 '의대에 미친 한국'이라는 다큐멘터리도 떠오릅니다.
30분 정도 목적지가 없이 걷다 보니 속도는 느리고 주변을 좀 더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연휴였음에도 쉬지 않는 가게들이 많던데 평소처럼 손님으로 붐비지는 않는 듯했습니다. 커플들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많더군요. 연애사업은 중요하니까요.
오랜만에 혼자 놀기를 한 번 해봤는데 나쁘지 않습니다. 소소하게 글감 하나도 얻고 생각할 거리도 얻었으니 나름 만족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되게 시시해 보이실 수도 있지만 괜찮았습니다. 물론 저녁까지 먹었다면 좋았겠지만 딱히 당기는 음식은 없어서 아쉽기는 했지만요.
아이들이 돌아오면 뭐 했는지 궁금해할 테니 알려주려고 이렇게 간단하게 써놓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 시간이 나면 또 뭘 하면 좋을지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한 줄 요약 : 혼자만의 시간도 나쁘지 않다, 강남역 산책에서 얻은 소소한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