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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박 9일, 가족과 떨어져서 보낸 시간이 알려준 깨달음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10월 4일에 아내와 아이들이 장모님과 함께 8박 9일간의 스페인 여행을 떠났고 오늘이 돌아오는 날입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더군요. 그렇다고 가족들이 돌아오는 게 반갑지 않다는 말은 전혀 아닙니다.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고 보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독거생활을 하는 동안 뭐 하면서 지냈는지 가족들도 궁금할 듯해서 말로 설명하느니 이렇게 몇 자 남겨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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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간 동안 연휴였음에도 불구하고 주간근무와 야간근무가 각각 두 번씩 있었으니 일한 시간도 제법 되어서 엄밀히 계산해 보면 혼자 보낸 시간은 그리 많지도 않습니다.


사실 원래 하루하루 정해진 루틴이 있어서 그런지 하루가 빠듯하게 지나가기는 했습니다.

책도 읽어야 하고

일기도 써야 하고

브런치 글도 쓰고 활동도 해야 합니다.



물론 이렇게 해도 시간은 제법 남습니다. 그럴 때는 컴퓨터로 게임도 마음껏 하고 혼자 좀 돌면서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강남역을 돌기도 했고 잠실에 가서 야간근무를 마치고 혼자 카페에서 비 오는 거리를 구경하기도 하고 초밥을 먹으러 가고 서점에서 책 구경도 실컷 했죠. 예상보다 연휴 동안 비가 많이 와서 원래 계획한 대로 못한 점도 있기는 했습니다. 비가 오니 따로 사람을 만나기도 귀찮더군요. 사실 필요성도 크게 못 느꼈을 뿐더러 이 나이에 누군가에게 사실 명절 때 연락을 해서 약속을 잡기란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으니까요.




일단 지구 반대편에 있는 가족들에게 연락이 올 때 말고는 연휴 동안 대화는 많이 줄어들기는 했습니다. 사무실에서도 새로운 분들이 합류하셔서 그런지 어색했고 그나마 같은 조원과는 밥을 먹을 때만 잠깐 이야기를 나눌 뿐이었습니다. 대화를 이 기간 동안 거의 하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묵언수행이나 다름없었죠. 혹시 이 기간 동안 외로웠냐고 물어보신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결단코 "아니요"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저는 태생적으로 그런 기질이 있어서 그런지 외로움을 타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양가 어른들께도 전화를 드려 안부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 여행을 보며 시댁 식구들의 배려가 참 감사하다고 하실 분들이 계시지만 진정한 배려의 아이콘은 따로 계셨으니까요. 바로 열흘 가까이 처가에서 홀로 지내신 장인어른입니다. 어쩌면 저보다 더 노고가 많으셨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틀에 한 번씩 연락드려 안부를 여쭸죠.


지난번 글에서 언급했듯 집안일도 제법 많이 했습니다. 그중에서 책장 정리가 가장 큰 수확입니다. 1차로 정리한 뒤 한글날에는 한나절 정도 시간을 더 내서 대대적으로 한 번 더 정리하기도 했으니까요. 빈칸을 아예 새로 하나 만들 정도였으니 대만족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고 공을 들이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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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식사도 잘 해결했습니다. 직접 해 먹은 끼니는 두 번밖에 되지 않았지만 나머지는 제가 먹고 싶었던 음식을 많이 찾아먹고 사 먹고 배달시켜 넉넉히 챙겨 먹었습니다. 치킨도 먹고, 김치찌개도 시켜보고, 닭볶음탕도 주문해 봤습니다. 다행히 끼니는 거르지 않아서인지 건강에도 크게 이상 없고 몸무게도 거의 변화가 없더군요. 많이 걷기도 했고 집에서 있을 때도 부산스럽게 많이 움직여서 그런 모양입니다.


가족들이 저를 두고 떠난 여행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가족이라면 항상 함께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도 있죠. 이번 경우가 그러했습니다. 저는 추석 연휴라 근무를 조정하기 어려웠고 장모님은 아이들과 여행을 한 번 가고 싶어 하셨는데 그 니즈가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에게 혹시 빡빡한 일정에 힘이 들 때는 여행을 못 간 아빠를 생각해 주고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사람들을 떠올리라고 해줬는데 잘 다녀온 모양입니다.


주변에서는 함께 못 가서 속상하거나 아쉽지 않느냐고 하시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도 올해 일본 여행을 3박 4일 동료들과 다녀왔고 혼자 제주도나 해외를 다녀온 경험이 제법 있었으니까요. 늘 같이 붙어 있어야 한다고 여기기보다는 짧은 시간이라도 함께 있을 때 서로 아끼고 배려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아마 오늘 저녁에 집으로 돌아온 지 두 시간도 채 못되어 99%의 확률로 여행 가기 전의 모습처럼 북적거리고 소소한 일들로 인해 시끄러워지겠지만 또 그 시간을 감사한 마음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시간과 기회는 늘 한정적이기에 다가왔을 때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열흘 동안 아내와 아이들이 추억을 만들어왔고 저 역시 제 자유시간 못지않게 가족의 소중함도 크게 느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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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 가족과 떨어져 있던 열흘, 깨달은 점이 많았던 소중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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