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간 제주도 여행기 1탄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어제에 이어 제주도 여행기 1탄을 써봅니다. 지난 글은 프롤로그처럼 생각해 주세요. 얼마나 많은 시리즈를 뽑아먹으려고 하느냐고 여기실지도 모르지만 에피소드가 많기는 많았습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저는 스쿠터 업체의 픽업을 받아서 사무실로 갔습니다. 오토바이 하나 빌리는데 이 정도까지 해주길래 놀라웠죠. 길을 다니다 보니 그 이유가 짐작이 갔습니다. 제주도에 언젠가부터 전기자전거가 폭발적으로 공급되었던 모양입니다. 어쩔 수 없이 스쿠터 대여 업체들도 무한 경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게 되었던 거죠.
계약서를 작성하고 사장님께 스쿠터를 인계받았습니다. 제법 날렵한 녀석으로 골랐죠.
근처에 있던 숙소로 가서 가방을 일단 맡기고 중요한 물건만 챙겨서 나왔습니다. 본격적으로 스쿠터 투어가 시작되었죠. 처음에는 오랜만에 타보는지라 어색했는데 금세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스쿠터 여행에도 커다란 단점은 있었습니다. 헬멧을 계속 쓰고 있으려니 엄청 답답하다는 점이었죠. 특히 제가 신경 쓰는 머리 스타일이 헬멧을 벗고 쓸 때마다 마구잡이로 눌려지고 망가지고 있음을 깨달아서였습니다. 안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더 못생겨짐을 잠시만 견디기로 했습니다.
도심을 빠져나온 뒤 본격적으로 큰 도로가 아닌 해변길을 천천히 달리면서 사진도 많이 찍기 시작했습니다. 날씨가 워낙 좋아서 대충 찍어도 화보처럼 나오더군요.
일단 무작정 달리다가 가는 길에 잠시 멈춰서 첫 번째 목적지는 정했습니다. 바로 협재해수욕장에 있는 '수우동'이라는 곳이었죠. 수요미식회에도 나온 곳이라고 하길래 괜찮은 선택이다 싶었죠.
저는 평소에 계획을 세워서 뭐든 하려고 합니다. 극강의 J형이죠. 하지만 여행을 혼자 다닐 때만큼은 MBTI의 J성향과 달리 P형 인간이 되려고 하는 편입니다. 그러니 식당 역시 미리 알아봤을 리가 없죠. 일단 길을 무작정 가다가 잠시 스쿠터를 세운 뒤 부랴부랴 검색을 해서 찾은 식당이 이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급조해서 만든 계획마저도 중간에 파괴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동을 하던 도중 눈에 띄는 식당이 하나 발견해서였습니다. 바로 '해녀의 집'이라는 작고 허름해 보이는 식당이었죠. 사람들이 제법 모여있고 바닷가를 전망으로 하고 있어서 눈길을 확 끌었습니다.
잠시 근처에 스쿠터를 멈춘 뒤 고민을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며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한때 5분 단위의 계획표로 유럽여행을 리드했던 적이 있는 제게 이례적인 수준의 선택이었죠. 안으로 들어가니 손님들도 제법 앉아있었습니다.
메뉴판을 보니 직접 잡은 싱싱한 해산물로 구성된 메뉴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11시가 넘어 배도 고파서 선택하는 데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죠. 그러다가 또 한 번 안 하던 짓을 하기로 했습니다.
바로 두 메뉴 주문입니다.
해물낙지라면과 전복물회를 시키기로 했습니다.
안쪽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는데 제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창틀 바깥으로 보이는 전망이 기가 막혀서였죠.
그리고 조금 뒤에 음식이 나왔는데 잠시 민망한 상황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제 주위에 아홉 명 대가족 단체팀 한 팀과 부부 한 팀이 계셨는데 음식을 가져오신 분께서
"일행분은 어디 계세요?"라고 하시며 음식을 가지고 오셔서였죠.
일단 비주얼은 합격이었습니다. 해물낙지라면부터 먹는데 커다란 전복 하나가 들어 있어서 그렇게 가성비가 좋아 보였습니다. 전복물회도 전복 두 마리는 들어간 듯했죠. 밥을 조금 남기기는 했지만 맛있게 거의 다 먹었습니다.
맛있게 먹고 나오고 난 뒤 저는 다시 오토바이를 타려다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식사를 해버리는 바람에 원래의 목적지로 갈 필요가 없어졌다는 사실에 당황해서였죠. 순간적으로 J형 성향이 나오는 듯했죠.
잠시 생각을 해보다가 그 길로 방향을 또 한 번 완전히 틀어버렸습니다. 해변도로가 아닌 한라산 방향인 고지대 쪽으로 들어가기로 말이죠.
(더 재미있는 2탄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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