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 아들이 새벽까지 그린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by 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저희 집은 쌍둥이 남자아이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일란성이라서 생김새가 제법 비슷해서 아직도 구분 못하시는 분들이 많을 정도죠. 저 또한 뒷모습으로 보면 분간을 못할 때도 제법 됩니다.


거기에 행복이는 강아지 같은 성향이면 건강이는 고양이 같은 성향이라고 아내가 정의했죠.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장단점은 확연한데 굳이 구분하고 비교하지 않으며 감사한 마음으로 키우려 노력하는 중입니다.


두 아이의 성향 중에서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행복이는 만들기를 좋아하고 건강이는 그리기를 좋아한다는 점입니다.


중학교 2학년 때는 사실 건강이가 바빠서 특별한 작품을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방학하기 전 건강이가 학교 미술시간에 수행평가로 재미난 작품을 만들어왔습니다.


학생들에게 지급된 디벗(넷북)에 있는 크롬 캔버스라는 그림 그리는 프로그램으로 자신이 선택한 그림을 그리는 과제였는데요. 옮겨서 그리는 방식이라고 해도 디벗은 터치 또는 터치펜으로만 가능하다 보니 난도가 높았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간단한 만화 캐릭터를 고르는 경우가 많았죠.


그런데 건강이가 선택한 그림은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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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는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가 1665년경에 그린 유화 작품입니다. 수 세기에 걸쳐 여러 이름으로 불리다가 20세기 말에 이르러 그림 속 소녀가 착용한 귀고리를 따서 현재의 제목으로 알려지게 되었죠.


뭘 그릴까 고민하며 명화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윤곽선만 그리는 줄 알고 하기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채색까지 해야 된다는 사실을 알고 당황했지만 그냥 밀고 나가기로 했습니다.


과정은 생각보다 험난했습니다. 일일이 색상을 바꿔가면서 터치펜으로 톤 조절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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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세 번이나 공들여서 만들었던 자료가 저장되지 않고 날아가는 바람에 이 수행평가로 건강이의 시련은 극에 달했고 정말 크게 좌절했습니다. 옆에서 부주의했던 게 아니냐고 물어보려다가도 눈치가 보여 가만히 있어야 할 정도였죠. 그만큼 애를 많이 썼음을 알아서였기도 했습니다. 어른이 봐도 화가 폭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건강이에게 이렇게까지 다들 하냐고 물어보기까지 했습니다.


시련은 작지 않았지만 아이는 포기하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데이터 저장이 안 되는 문제에 대해 아내가 빠르게 확인해서 알려주자 건강이는 이제 알았다면서 다시 시작했습니다. 새벽까지 잠을 줄여가면서까지 마무리를 하고야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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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시련을 결국 건강이는 스스로 극복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냈습니다. 날짜로만 계산하면 2주가 넘는 시간을 이 작품에 할애했으니 이 결과물을 보며 모든 가족들은 기뻐하며 한편으로는 안도했습니다.


결과물을 제출했더니 선생님께 칭찬도 받는 것은 물론 같은 반 친구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합니다.


저는 결과물에 대해서도 훌륭하다고 말해줬지만 다른 점에 대해서 짚어주고 싶었습니다. 몇 번의 실패를 딛고 끝까지 해냈다는 점에 대해서 말이죠. 저라면 두 번째 정도 데이터가 날아갔다면 폭발했을 테고 바로 다른 간단한 작품으로 갈아탔을 겁니다.


생각보다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해내서 대견했습니다. 앞으로 이번과는 다른 많은 시련들이 있을 텐데 아이가 이번 일을 통해서 잘 헤쳐나가기를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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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 고생했다, 건강아. 아빠라면 끝까지 못했을 거야. 네가 아빠보다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