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올해 설 극장가는 꽤 흥미로운 대결 구도로 시작됐습니다.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가 조인성, 박정민, 신세경을 내세우고 제작비만 235억 원을 들인 블록버스터로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베테랑으로 천만 관객을 이끈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기대는 사실상 휴민트 쪽으로 기울어 있었죠.
류승완 감독은 대한민국 영화감독 누적 관객수 1위 기록(약 5,370만 명)을 가지고 있는 최고 흥행감독입니다. 그러다 보니 솔직히 저도 사실 그쪽에 더 무게감이 있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 보니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왕과 사는 남자는 설 연휴 기간 내내 휴민트에 3배 가까운 격차를 벌리며 압도적 1위를 유지했고, 이후에도 거침없이 달려 마침내 3월 첫째주 금요일이었던 어제 드디어 천만 관객이라는 고지를 밟아버렸습니다. 저도 그 업적을 달성한 어제 오후 영화를 봤습니다. 유해진이라는 든든하고 걸출한 흥행배우를 감안하더라도 폐위되어 영월 청령포로 유폐된 단종과 촌장 엄흥도 사이의 이야기가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습니다. 재미는 물론 있었고요.
영화 흥행 이후 단종의 유배지였던 강원 영월 청령포 방문객이 전년 대비 다섯 배 이상 늘었다고 하니 영화 한 편이 만들어낸 파장이 놀랍기만 합니다.
사실 저는 이번 흥행을 보며 영화에 대한 내용보다는 메가폰을 잡았던 장항준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장항준 감독은 아내인 김은희 작가의 그늘 아래 묻혀 있던 감독이었습니다. 김은희 작가는 싸인, 시그널, 킹덤, 악귀에 이르기까지 집필하는 작품마다 흥행을 이끌며 한국 장르물의 대가로 자리 잡은 인물입니다.
반면 장항준 감독은 2002년 라이터를 켜라로 충무로에 데뷔한 이후 뚜렷한 흥행 성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예능 출연과 입담으로 더 알려졌습니다. 일부에서는 김은희 남편, 와이프 카드 쓰는 남자라는 수식어로 부르기도 했었죠.
놀라운 점은 그도 그런 별명을 즐겁게 받아들이며 예능의 소재로 활용하기까지 할 정도였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장항준 감독 본인은 그런 시선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눈물 자국 없는 말티즈라는 별명처럼 낙천적이고 해맑은 성격으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감독으로서의 인정은 별개의 문제였겠죠. 이번 왕과 사는 남자를 연출하게 된 계기도 처음에는 부담스러워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아내 김은희 작가가 "이건 오빠가 잘할 수 있는 이야기"라며 강력하게 권유한 덕분이었다고 합니다. 남편을 믿고 있던 그 아내의 촉이 결국 남편을 천만 감독으로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여담이지만 재미난 에피소드도 하나 있더군요.
장항준 감독은 개봉 전 한 라디오 방송에서 공약을 하나 내걸었습니다. 천만이 될 리 없지만 만약 된다면 전화번호 바꾸고 개명하고 성형하겠다고 말이죠.
그런데 실제로 천만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자 제작사와 급히 대책 회의를 열고는 공약을 정정했습니다. 대신 서울 시내에서 관객들을 위한 커피차 이벤트를 열겠다며 한결 현실적인 약속으로 교체했다고 합니다.
이 에피소드를 접하면서 사람 일은 정말 모른다는 교훈을 얻습니다. 물론 가장 큰 교훈은 당연히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온다는 점이죠.
57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처음으로 천만 감독 타이틀을 달게 된 장항준 감독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오랜 시간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켜온 사람에게 이런 결과가 찾아왔다는 사실이 어느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느껴져서죠.
그동안 고생했던 만큼 앞으로도 그가 좋은 작품으로 관객들과 많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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