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10살이 넘기 전에 놓치지 말아야 할 48가지
얼마 전까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사상 초유의 제도가 생겼던 적이 있습니다. 그로 인해 어른도 아이도 너무나도 많은 삶의 변화를 겪어야 했습니다. 교육 제도 역시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학교는 매일 갈 수 없게 되어 온라인 수업이 활성화되었으며, 평소 다니던 학원들을 그만두기도 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동네 사교육 시장에서 뿌리 깊은 나무처럼 타격을 거의 받지 않고 굳게 버텨내는 과목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영어입니다. 그 배경에는 영어라는 학문이 다른 과목에 비해 비대면 수업을 수월한 편이라는 점과 ‘다른 것은 몰라도 영어는 시켜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부모님들의 강한 의지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주위에서 만나는 부모의 대다수, 특히 아빠들이 영어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표현합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영어만은 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영어는 결국 학원만이 답일까요?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영어를 잘하는 아이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습니다.
지적 호기심이 강하다
2. 단기에 집중하기보다는 적게 해도 꾸준히 한다.
3. 영어에 대한 나쁜 감정이 없다.
4. 꾸준히 다양한 방식으로 영어에 노출되었다.
5. 영어에 위기가 오는 시기를 잘 이겨냈다.
아이가 이런 경우에 모두 해당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그런 경우는 복권에 당첨될 확률만큼 희박합니다. 그렇다면 아이의 영어실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을까요?
수능 영어 분야에서 일타강사로 널리 알려진 조정식 강사의 강의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수시로 변하는 입시제도의 틀 안에서도 영어에 대한 경쟁력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합니다. 바로 영어책을 많이 읽는 아이라고 말이죠. 결국 주제는 영어 분야로 옮겨왔지만 결국 결론은 독서로 마무리됩니다.
가정에서 영어를 처음 만나는 방식은 보통 동요나 노래를 통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뒤에 일반적으로 그림이 많은 픽쳐북을 읽히게 됩니다. 그 뒤로는 파닉스로 넘어갑니다. 파닉스는 자연스럽게 접하는 방법과 학습적으로 접하는 방법으로 나뉩니다. 파닉스를 통해 발음과 단어에 대해 익숙해지면 아이의 수준에 맞춰 읽기 연습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는 리더스북으로 넘어갑니다.
영어책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픽쳐북 story book : 그림책, 재미가 중요, 3~10세
2. 리더스북 readers book : 읽기 목적을 위한 책, 5~13세
3. 챕터북 chapter book : 챕터 구분된 책, 미국 초등 저학년용 책, 다양한 장르, 7~15세
그렇다면 과연 우리 아이에게는 어느 정도 수준의 책을 골라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깁니다. 이를 판단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일단 아이의 읽기 능력을 평가하는 방법으로는 AR(Accelerater reading) 지수와 Lexile 지수가 있습니다. 평가받은 사람의 영어 수준에 따라 책을 분류해 놓은 방식입니다. 인터넷에는 AR 뿐만 아니라 렉사일 지수를 측정할 수 있는 사이트(http://tetyourvocab.com)도 있으므로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영어 관련 인터넷 카페에도 수준별로 추천 도서가 있고 도서관에서 아이에게 직접 골라볼 수 있도록 이끌어 줄 수도 있습니다. 아이의 수준을 알게 되면 아이의 취향에 맞는 책을 꾸준히 흥미를 잃지 않고 읽을 수 있도록 지도하면 됩니다.
영어실력을 키울 수 있는 더 확실한 방법이 있습니다. 저희 집 쌍둥이들은 우연한 기회로 BTS의 히트곡인 Dynamite, Butter, Permission to dance 이 세 곡에 심취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곡들의 영어 가사를 출력해 준 뒤로는 가사를 읽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외워서 부르면서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아이 둘은 그동안 영어에 특출한 재능이나 관심을 보여준 적은 많지 않았기에 더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BTS의 일본어 곡인 Film out마저 일본어로 흥얼거리게 되었다는 점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콘텐츠를 반복해서 접하는 것이 결국 어학 공부에서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가장 잘 맞는 영화나 음악만 찾아주게 되면 외국어로 향하는 문은 훨씬 넓어질 수 있다는 말은 신빙성이 있는 주장이라고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 어휘, 문법, 파닉스. 이 일곱 가지가 영어 공부의 핵심 키워드입니다. 일반적으로 공교육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영어 수업을 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영어에 대한 중요성을 크게 인지하고 있는 학부모들은 그전에 학원이나 가정교육을 통해 아이에게 영어라는 평생의 동반자를 접하게 합니다. 이 일곱 항목 모두 중요하지만 의외로 간과하는 부분이 바로 어휘입니다.
영어 역시 국어처럼 어휘가 중요합니다. 예전에는 『우선순위 영단어』같은 책으로 단어를 단순히 하나씩 외웠습니다. 지금은 책을 읽는 것이 맥락을 함께 이해함과 동시에 어휘력에는 오히려 더 도움이 됩니다. 맥락을 이해함으로써 모르는 단어가 나오더라도 유추해내는 능력이 향상되기 때문입니다.
《공부가 뭐니》에는 연기자 김정태 씨의 아들이 출연해서 6개 국어를 하는 모습은 부모들에게 큰 부러움을 샀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진단 결과, 아이가 모국어에 대한 어휘력이 또래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처럼 영어 습득에는 모국어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우리말도 부족한 상태에서의 영어공부에 대한 과도한 투자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결코 외국어 실력은 모국어를 뛰어넘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두 마리의 토끼를 다 놓치는 격이 되는 것입니다.
영어 선행학습의 알고리즘은 유치원을 다닐 수 있는 5세부터 복잡해지기 시작합니다. 언어는 어렸을 때 시작하면 흡수가 빠르다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학부모들은 갈등하게 됩니다. 일단. 결론은 모국어가 최소한의 기반이 잡힌 상태에서 외국어를 습득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기게 된다는 점입니다.
영어실력에서 영향이 큰 어휘력은 결국 모국어의 실력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중고등학교 때의 영어 수행평가 또한 쓰기가 중요해진다는 점을 볼 때 영어실력을 늘리는 데 우리말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영어로 말을 잘하는 아이는 어떤 아이일까요? 영어학원 원장님들과의 대화를 통해 활발하고 적극적인 성격의 아이가 실력이 빨리 는다는 공통점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일에 도전할 때 완벽하게 준비되어야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어가 특히 그렇습니다. 문법적으로 완벽하게 정리가 되어야만 말을 할 수 있다고 여기기에 쉽게 외국인들 앞에서 입을 떼지 못합니다. 하지만 인간 죽을 때까지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영어로 말을 할 만큼 자신이 있는 날도 오지 않을 겁니다.
몇 년 전 체코를 여행했을 때의 일입니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기차를 타는 역을 찾기 위해 벤치에서 신문을 읽고 있는 체코 여성에게 길을 물었습니다. “Excuse me, where is the train station?” 부실한 실력에 비해 꽤 괜찮은 문장이었습니다. 스스로 만족하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데 되돌아온 답은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분은 제 말을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두 손을 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던 것이죠. 영어를 하지 못하는 분이셨습니다.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칙칙폭폭, 칙칙폭폭” 동시에 손가락을 좌우로 찌르듯 가리키며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냐는 의사전달을 하였죠. 그렇게 결국 답을 얻어냈습니다.
그날의 기억은 외국인과의 의사소통은 뛰어난 언어능력보다 용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중요한 경험이었습니다. 완벽하게 구사된 영어여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편견입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뻔뻔하다 싶을 만큼 자주 부딪혀볼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집에서 영어로 대화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이 스스로 실수나 실패에 대한 내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완벽한 발음과 문법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면 말하기 능력은 절대 늘 수 없습니다.
『영어책 1천 권의 힘』을 쓴 강은미 작가는 ‘아이의 영어 실력은 얼마나 일찍 시작했느냐’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초등학생 때부터 영어를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며 좋은 태도와 습관을 형성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합니다. 좋은 학원만이 답이 아니라 영어를 스스로 즐기고 꾸준하게 익히는 것이 훨씬 아이의 영어실력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수많은 영어 교육전문가들은 영어학원을 다니는 것에 대해서 조건부의 답을 내놓습니다. 바로 영어로 대화하는 것에 대한 훈련이라면 괜찮겠지만 문법이나 단어를 배우는 단순 학습을 위한 학원은 무익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원래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이유는 그 나라 말을 사용하는 능력, 즉 회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입니다. 사람들과 소통하며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들이며 발전해나가기 위해서죠. 이런 진정한 언어 학습에 대한 의지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대부분 유지됩니다.
그렇지만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저학년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영어학원 원장님의 이야기에 따르면 아이들이 학년이 높아질수록 학부모들로부터의 문법과 단어 수업에 대한 압박이 심해진다고 합니다. 중학교에서의 영어시험은 아직까지 변별력을 위해 문법이 7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결국 재미와 흥미는 상실되고 성적을 위한 영어 공부에 아이들이 내몰리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11월의 수학능력시험이 끝나면 영어를 사용하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수능의 외국어영역을 보며 혀를 내두른 유튜브 콘텐츠가 인기를 끕니다. 영어권 국가에서도 쓰지 않는 단어나 주제를 다루다 보니 언어천재라고 불리는 방송인 타일러도 수능 영어의 지문을 이해하지 못한 적이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언어능력이 뛰어난 외국인들조차 수능시험을 보면 3등급 정도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는다고 합니다.
이런 폐해들이 계속 알려지면서 수능 영어의 정책은 바뀌었습니다. 우리 세대가 치렀던 것에 비해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2018년 수능부터 상대평가 방식에서 절대평가(100점 만점에 90점만 받아도 1등급) 방식으로 바뀐 것입니다. 이런 변화가 있었지만 수능영어에 대한 출제방식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1등급의 비율은 2020년(7.43%). 2021년(12.66%), 2022년 (6.25%)로 널뛰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수능 외국어영역의 절대평가 전환은 사교육비 지출을 줄이는데 아무런 효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무조건 1등급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인해 사교육 비용지출이 오히려 높아졌다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거기에 영어에 한이 맺힌 부모의 심리도 아이의 영어 교육에 비용을 아낌없이 투자하게 만듭니다.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 영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을수록 이런 욕망은 강해집니다. 영어를 안정적인 미래를 위한 필수조건이라 확신하기에 어릴 때부터 영어유치원, 방문학습, 학원, 과외, 단기 어학연수 등 가능한 대부분의 교육을 받게 합니다.
우리나라의 영어환경은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 제2외국어로서의 영어)이 아닌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 외국어로서의 영어)이기 때문에 훨씬 영어를 익히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그 결과 연간 5조 원 규모의 우리나라 사교육 비용지출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실력은 30위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http://economychosun.com/client/news/view.php?boardName=C00&t_num=12927)
이런 상황들을 보면서 영어교육에 대한 본질을 다시금 생각해봅니다. 영어는 결국 외국인들과의 소통을 위한 본연의 목적이 아닌 한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배우는 것이 되어버렸다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조승연 작가는 다른 나라의 언어는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을 돕는 역할로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므로 읽고 쓰고 시험을 위한 언어 공부를 하기보다는 소통을 위한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내신 성적과 수능시험을 위해 영어공부를 해야합니다. 막상 대학을 가서 전공서적이 영어로 되어있어도 쉽게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회사에 입사지원을 하기 위해 또 영어공부를 해야하죠. 영어와의 동행은 생각보다 길게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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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라는 것은 잠깐 내려놓게 되는 순간 순식간에 머릿속에서 사라지기 좋은 휘발성이 정말 높은 학문입니다. 시험만을 위한 공부가 아닌 언어와 문화에 대한 관심은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은 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목적이라면 꾸준히 적은 양이라도 학습을 놓지 말아야 합니다.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이제는 영어를 그만해도 되겠다고 내려놓지 말고 책을 꾸준히 읽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다만 이 모든 것들에 우선되어야 할 부분은 언어는 결국 시작도 재미, 끝도 재미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재미가 수반되지 않은 어학공부는 결국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 뿐 아니라 긴 시간 동안 하기 싫은 공부를 한다는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