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10살이 넘기 전에 놓치지 말아야 할 48가지
성교육은 그 어떤 교육보다 부모들에게 어려운 숙제 중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저를 포함한 부모 세대의 상당수는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성 의식에 대한 설문을 살펴보면 한국에서 부모에게 성교육을 받는 자녀가 2.3%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특히 성별이 다른 부모가 성교육을 하기에는 어렵기에 이래저래 민감한 주제입니다.
요즘에는 특히 성인지 감수성이 강조되다 보니 일선 학교 현장뿐만 아니라 가정에서의 성교육도 중요해졌습니다. 현행법상으로 아이들은 5세부터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지만 제대로 된 교육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함이 많습니다. 이제는 남녀의 신체 구조나 아이가 어떻게 생기느냐에 대한 생물학적 성(Sex)뿐만 아니라 사회적 성(Gender)까지도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너 나랑 사귈래? yes or no?” 내용만 보면 이 편지는 학창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풋풋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편지는 사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보낸 것이라고 합니다. 지인의 1학년 아들인 주혁이가 같은 반 친구에게 받았던 편지 내용입니다. 남의 이야기라면 ‘요즘 애들 참 빠르네’라며 웃어넘기겠지만 당사자가 된다면 결코 쉽게 웃을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게 편지를 받은 아이의 부모건 써 준 아이의 부모건 말입니다.
냉정히 판단하면 이런 편지 자체가 문제가 될 것까지는 없습니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고 용기 있게 표현한 것이 잘못이 아니니까 말입니다. 만약 이런 일로 부모에게 혼이 나거나 상처를 받는다면 아이는 앞으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억누르면서 살아갈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이런 부분에 대한 훈육은 조심스레 접근해야 합니다.
아이가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생겼음을 알게 되었다면 그때부터 아이에게 바른 이성관과 성교육이 필요합니다. 부모가 생각했던 것보다 시기가 더 앞당겨졌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방법과 주의해야 할 점들을 차분하게 알려주면 됩니다. 아이가 아직 어리다고 해서 무작정 이성적인 관심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차단하게 된다면 오히려 반발심으로 인해 몰래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건전한 이성 관계도 아이를 성장시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학교에서는 연간계획을 통해 보건교사 또는 담임선생님들이 수업을 편성해서 성교육을 시행합니다. 예전과 비교해서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빠르게 10대 청소년의 첫 성경험 나이가 13.6세로 낮아지는 현재 상황(2019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을 보았을 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교육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아직 부모에게 많은 역할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그마저도 쉽지 않다면 경우는 외부교육으로 시킬 수도 있습니다.
성교육전문가들의 부모 대상 성교육에서 알려주는 핵심은 다섯 가지 정도입니다.
첫 번째, ‘어떤 내용을 알려줄 때 당황하지 않고 차근차근 아이의 눈높이를 맞춰서 성의껏 설명해줘야 한다’입니다. 아기는 어떻게 태어나느냐, 자신의 성기를 왜 만지면 안 되느냐, 남녀의 성기는 왜 다르냐 등 생물학적 성에 관한 아이들의 질문은 레퍼토리가 거의 다 정해져 있습니다.
두 번째, ‘답을 하기에 민감한 질문을 받더라도 얼버무리거나 오히려 혼내는 식으로 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입니다. 아이의 궁금증은 지극히 정상적인데 오히려 어른이 이런 반응을 보이면 자신의 호기심이 잘못된 것처럼 느끼기 때문입니다. 되묻기를 통해서 아이가 현재 성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 상태인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세 번째, ‘애매한 것이 아닌 정확한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입니다. 아기씨나 아기방이라는 표현이 대표적입니다. 애매한 표현을 계속 사용하면 아이는 부모가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가 궁금증을 부모에게 묻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네 번째, ‘부모가 직접 설명하기 어려울 때는 연령에 맞는 성교육 영상이나 책을 함께 본다’입니다. 시중에는 부모가 아이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성교육 책이 상당히 많습니다. 성교육의 핵심은 성은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때 조심할 점은 자극적인 영상을 접하게 되면 지나치게 빨리 조숙해진다는 점입니다. 어른들이 해주는 성교육에 쉽게 질릴 수 있으므로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적절히 통제할 필요도 있습니다.
다섯 번째, ‘누군가가 아이의 몸을 만지는 상황이 생겼다면 부모나 선생님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말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입니다.
성교육에 관해서 공부를 하다 보면 몽정, 성조숙증, 포경수술, 초경 등 부모 세대가 들어도 민망함을 느낄 법한 단어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를 위해서 진지한 마음으로 배워둔다면 올바른 성에 대해서 부모도 충분히 가르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은 아이들을 그룹으로 모아 청소년수련관이나 외부기관에서 성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이한 사실은 일부 기관에서는 성교육을 받기 전에 아이의 스마트폰 보유 여부를 확인해 반을 나눈다고 합니다. 스마트폰을 가진 아이는 이미 음란물을 접했을 것이라 가정하고 그에 맞춰 교육을 하기 때문입니다.
일부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그럴 리가 없다고 하며 강한 부정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 자리에서 성교육 담당 선생님은 아이들이 얼마나 스마트폰으로 음란물을 접하기가 쉬운지를 확인시켜줍니다. 심지어 ‘뽀로로’라는 검색어로도 미성년자가 접근이 가능한 음란물이 있다는 것을 알고 부모들은 충격을 금치 못합니다.
이것이 스마트폰이 가진 또 하나의 무서운 점입니다. 부모는 유해매체를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아이의 사용 시간이나 접속 내역을 부모가 자신의 휴대폰으로 관리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부모는 생각보다 아이들이 이런 쪽으로 머리가 너무나도 잘 돌아간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몰래 뚫는 방법을 알려주는 동영상이 유튜브에는 차고 넘칩니다. 그렇기에 교육기관에서는 스마트폰의 소지 여부를 상당히 중요한 항목으로 보고 있는 것도 참고하시면 좋을 것입니다.
젠더 감수성은 우리나라에서 예민한 이슈입니다.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한국은 민감한 남녀 갈등 이슈가 상당히 많습니다. 군대, 출산, 아빠 육아휴직, 유리천장, 경력단절 같은 주제는 갈등의 소재로 자주 사용되는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건강한 토론이나 교육, 정책적 지원을 통해 남녀 갈등을 극복해야만 진정한 성평등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아이들도 한쪽 성역할에 편중된 교육이 아니라 상대방의 성을 이해할 수 있는 올바른 성역할 교육이 필요합니다. 남성에게 많은 것으로 알려진 위험 감수 태도와 여성에게 많은 것으로 알려진 감성적 태도를 모두 배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양성성을 기른 아이는 높은 창의력과 공감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학년이 중학년 정도로 올라가면 친구들을 초대하는 생일파티를 할 때 동성만 따로 모아서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아이들의 관심사가 성별에 따라 달라지고 부모들조차 서로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험이 계속 누적된다면 어른이 된 뒤에도 상대방의 성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습니다. 아이들에게 상대방의 성역할을 어울림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성역할 고정관념의 대부분은 성장하면서 남녀가 동등한 인격적 관계라는 인식을 배우지 못하는 데서부터 굳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집에서 배우는 양성평등은 아빠와 엄마의 역할을 규정짓지 않는 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이렇게 성역할은 가정에서부터 배우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요즘 세계적인 트렌드 중 하나가 ‘젠더 뉴트럴’입니다. ‘성 중립성’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로 패션 뷰티 업계의 이슈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도 자주 언급되는 단어입니다. 마케팅을 비롯해 젠더 논쟁들로 인해 더욱 부각된 신조어인 셈입니다. 예전에는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극명하게 나뉘어 있었다면 이제는 성별의 구분이 상당히 허물어져 있습니다.
남자아이들은 보통 초등학생 무렵부터 축구를 배웁니다. 기본적으로 성향이 그렇지만 축구를 잘하는 아이는 인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보니 저희 아이들도 축구를 시켜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그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았습니다. 억지로 시켜봐야 역효과가 날 것이 뻔했기에 결국 축구는 시키지 않기로 했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은 둘이서 인형을 가지고 인형극을 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걱정스러웠습니다. 아무래도 남자아이들과 인형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고정관념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독일의 대문호 괴테 역시 여동생과 자주 인형극을 했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책에서 읽게 되었고 아이가 가진 성향을 좀 더 존중하고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 뒤로는 저도 틈틈이 아이들과 함께 인형놀이 역할극에 참여해서 놀아줬습니다. 예전에 어린이집을 같이 다녔던 서민이도 여자아이였지만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이 터닝메카드 같은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들이었습니다.
세계적인 팝페라 가수인 임형주 씨도 비슷한 사례의 어린 시절을 겪었습니다. 임형주 씨는 보통의 남자아이들보다 조용하면서 감수성이 풍부한 성격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의 어머니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 상당히 걱정했습니다. 다행히도 어머니는 아이의 성향을 억지로 바꾸려 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들을 자세히 관찰한 결과 결국 예술가의 기질이 상당함을 알게 되었고 그 분야를 키워주는 다양한 교육을 했습니다. 그것이 지금의 임형주 씨를 만든 것입니다.
아이들이 보여주는 성향들이 신체적인 성이 가진 일반적인 취향과 다른 경우는 예전부터 있어왔습니다. 예전에는 그것이 나쁜 것처럼 인식되었지만 이제는 아이의 미래를 망칠 수 있는 위험한 생각입니다. 임형주 씨의 사례는 아이가 전통적인 성역할을 강요하기보다는 다른 성향이라 할지라도 그대로 받아들이고 키워주는 것이 더 중요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