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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Oct 29. 2021

4-1. 여행을 많이 다녀볼걸

아이가 10살이 넘기 전에 놓치지 말아야 할 48가지

AQ(역경지수)를 키우는 교육(목차)      

01. 여행을 많이 다녀볼걸(가까운 데라도 괜찮아요아이와 자주 다니세요.)

02. 긍정적(좌절을 극복해내는)인 아이로 키울걸

03. 네 인생은 부모가 아닌 너의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려줄걸(자립심)

04. 슬기롭게 훈육하는 부모가 될걸(끌려다니지 않는 부모

05. 비인지능력(눈치끈기 등)을 키워줄걸

06. 잘 노는 아이로 키울걸(놀 줄 모르는 아이는 성공할 수 없어요)

07. 갈등을 이겨내는 능력(학폭왕따인간관계)을 길러줄걸     

     

AQ(Adversity Quotient)는 역경지수라는 의미입니다미국 학자 폴 스톨츠가 제안한 개념으로 IQ, EQ보다 더 중요한 지수라고 강조되는 개념입니다살면서 생길 수 있는 많은 역경에 좌절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다시 도전하고 성취할 수 있는 역량을 지수화한 것입니다아이에게 역경이나 난관이 발생했을 때는 부모가 나서기보다는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합니다역경을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 끈기와 의지력자기주도성문제해결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위대한 업적을 이룬 사람들 중에는 공부를 못한 사람은 있지만 역경을 극복하지 못한 경우는 없었다는 점에서 AQ는 굉장히 중요한 지수입니다.




AQ(Adversity Quotient)를 키우는 교육 1 : 여행을 많이 다녀볼걸(가까운 데라도 괜찮아요. 아이와 자주 다니세요)     


여행이란 우리가 사는 장소를 바꾸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각과 편견을 바꾸어 주는 것이다.    아나톨 프랑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ㅇㅇ는 이번에 어디로 여행 간대요”입니다.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만 여행을 간다는 이야기가 제일 뇌리에 많이 남는 모양입니다. 그만큼 아이들은 여행이라는 단어에 대한 설렘과 기대치가 높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이런 기대치를 어른이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아이의 기준에서 여행은 부모와 함께 집을 나와 어디든지 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어른의 여행은 그럴듯한 계획으로 비행기를 타고 이름난 곳을 가야 합니다. 실제로 아이는 ‘간다’에 의미를 두지만 부모는 ‘어디로’에 의미를 좀더 두는 것입니다. 

 여러 사정으로 인해 여행을 가지 못한다면 어른은 아이에게 미안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유럽이나 동남아시아, 하물며 제주도라도 가야 여행을 갔다고 생각하는 것은 고정관념입니다. 여행은 재충전과 아이의 성장을 위해서 가는 것이지 남들에게 자랑하려고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 집 밖을 나가기만 해도 일단은 여행

 보통 아이들은 복잡한 뇌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말들 하지만 생각보다 단순한 부분도 있습니다. 엄청나게 거창한 것을 해주지 않더라도 충분히 만족감과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하는 근교 나들이만으로도 아이는 부모와의 애착이 형성됨은 물론 정서적인 안정감도 느낍니다.멀리 가는 것에 부담을 갖지 말고 일단 집 근처의 가까운 곳이라도 괜찮습니다. 도서관이든 공원이든 아이와 함께 나서기만 하면 그때부터는 나들이입니다. 일상에서 벗어나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즐거워하니까요.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여행을 통해 새로운 자연환경, 색다른 음식, 이질적인 문화를 경험하도록 해준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학교에서는 요즘 안전사고를 비롯한 불미스러운 사고를 걱정해 수학여행들을 없애거나 축소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학교도 학부모도 신경 쓸 일만 많아지는 학교 밖의 학습을 원하지 않는 것이죠. 이런 상황이지만 가정에서라도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아이들이 다양한 세계를 경험할 기회를 틈나는 대로 만들어줘야 합니다. 




◇ 아이들이 계획하고 학교 수업에 맞춘 체험 여행

 부모는 큰맘 먹고 일정을 조율하고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아이들을 위한 여행을 계획합니다. 대개 해외여행이 그렇습니다. 여정을 마치고 나면 부모들은 아이들이 넓은 세상을 경험했으니 크게 성장했으리라 믿고 뿌듯해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여행 만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어릴 때는 밖에 나가기만 해도 좋아하던 아이들의 태도가 미묘하게 바뀌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동상이몽은 부모의 일방적인 계획으로 진행된 여행일 때 많이 생깁니다. 아이의 자기주도성이 반영되지 못한 여행이기 때문입니다. 《SBS 스페셜_아이와 여행하는 법》 편에서는 아이를 위한 여행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확히 짚어줍니다. 개그맨 정종철 씨 가족은 아이들이 스스로 계획하는 팀과 부모가 주도하는 팀으로 나누어 각자 하루의 일정을 보냅니다. 그 결과 아이들이 계획에 참여한 팀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습니다. 

 부모가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하는 이유는 부모의 재충전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견문을 넓혀주고 그를 통해 성장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이런 목적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여행 계획을 짜는 시점부터 아이를 참여가 필요합니다. 무엇을 먹을지 어디를 볼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며 자신이 갈 여행지에 대해서 미리 접하는 것입니다. 여건이 허락하지 않으면 부모가 정한 계획들을 사전에 아이에게 공유하고 의견을 묻는 정도도 괜찮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아이는 여행을 더 즐겁게 그리고 주도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특히 교과서를 비롯해 아이가 가진 지식을 확인하는 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교과 연계 체험으로 검색을 하면 관련된 도서와 프로그램들이 소개된 사이트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간접적인 체험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여행은 아이들에게도 충분히 교육적인 효과와 즐거움을 동시에 줄 수 있을 것입니다.  



◇ 수박 겉핥기 식 여행이 아닌 문화인류학적 여행

 2018년에 가족여행과 회사 워크숍을 포함해 제주도를 네 번이나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같은 곳을 여러 번 가는 것이 나쁘지는 않지만 제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2019년에는 제주도에 방문했을 때는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습니다. 일정을 마친 후 혼자 스쿠터로 서쪽 방향으로 시작해 제주도 일주를 해본 것입니다. 혼자서 하는 것도 모자라 오토바이 여행이라니 어떻게 보면 참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그 스쿠터 여행은 제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이었습니다. 편하게 목적지에 데려다주는 관광버스나 자동차로는 절대 갈 수 없는 좁은 길을 지도만으로 찾아다니는 방식은 힘들었지만 즐거운 도전이었습니다. 제주도의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을 색다른 시선으로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쿠터로 찾아낸 제주도의 숨은 마을  ⓒ양원주

 토머스 모어의 소설 『유토피아』에서는 여행하는 방식에 대해 언급합니다. 율리시스식 여행은 ‘여행을 통해 배우는 사람’, 플라톤식 여행은 ‘배우기 위해 여행하는 사람’을 뜻한다고 합니다. 저도 스쿠터 일주를 통해 뜻하지 않게 두 가지 여행을 경험한 셈이었습니다. 이런 여행이야말로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여행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깨달음을 얻는 여행의 최고봉을 문화인류학적 여행이라고 합니다. 문화인류학은 세계의 여러 인간과 문화를 종합적인 관점으로 비교하고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문화인류학적 여행을 하면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회를 연결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여행은 현지인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었느냐 핵심입니다.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문화인류학적 여행을 당장 추진하기 쉽지 않다면 대체 가능한 방법도 있습니다. 재미와 교육을 함께 얻을 수 있으며 생각의 틀을 넓힐 수 있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자주 활용하는 것입니다. 인류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아이의 견문을 넓혀줄 수 있는 좋은 대체재로 나쁘지 않습니다. 



◇ 여행이 주는 선물

 여행을 통해 아이가 얻는 선물은 종합 선물세트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아이들과 같은 반이었던 서은이는 낯가림이 심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조용히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지난 방학 서은이는 유명 관광지가 아닌 곳으로 며칠 동안 여행을 다녀왔고, 그 후에 서은이는 활동적으로 변했고 웃음도 많아졌습니다. 낯선 여행지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서은이는 그동안 부족했던 친화력과 활달함을 키울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 스포츠 스타인 손흥민 선수와 김연경 선수 그리고 류현진 선수는 실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일명 ‘인싸력’이라고 불리는 뛰어난 친화력으로도 주목을 받습니다. 팀 동료들뿐만 아니라 다른 팀 선수와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흐뭇한 그들의 모습은 기사로도 자주 보도됩니다. 새롭게 변화된 환경에서 적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재능이 아무리 많은 사람이라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떨어지면 성공할 가능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는 능력은 그 사람에게 더 성장할 기회와 가능성이 있음을 뜻합니다. 

 이렇듯 중요한 친화력을 키우기에는 여행보다 좋은 것이 없습니다. 다양한 사람과 음식을 비롯해 새로운 자연과 문화까지 접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평소에 익숙한 환경을 잊고 어색함과 불편함을 이겨내야 합니다.

 또한 여행은 역경을 극복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여행은 물건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먹어야 하기도 하며 특이한 사람들도 만나는 등 예상하치 못한 상황들을 계속 만나기 때문입니다. 됩니다. 목적지로 가는 길을 잃기도 하고 낯선 곳에서 잠을 자야 합니다. 

 예전 유럽 여행 중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체코로 이동하는 교통편을 실수로 놓친 적이 있습니다. 기차역 앞에서 일행 5명을 태우고 갈 밴을 예약했는데 오전 9시였던 약속 시간을 12시로 착각한 것이었습니다. 여행 일정을 주도했던 저는 잘못을 깨달은 순간 머리가 하얗게 되었습니다. 비용 문제는 둘째로 치더라도 목적지에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면 그날 묵을 곳까지 없어져 버리는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급히 여행사 직원과 현지 숙소 직원, 일행들과 상의 끝에 플랜 B인 기차로의 이동을 빠르게 선택했습니다. 세 번이나 기차를 갈아타긴 했지만 다행히 늦게나마 그날의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의 여행을 회상하면 다른 경험보다도 그날 겪었던 실수의 추억이 제일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시간과 금전적인 손해가 있었지만 나름대로 대처를 잘해서 위기를 잘 극복했다는 점에서 쉽게 경험하기 힘든 값진 여행의 교훈을 얻었던 셈입니다.     

잘츠부르크 ⓒ양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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