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공무원, 이 단어를 들었을 때 우리는 어떤 생각을 떠올릴까?
맨 처음 떠오르는 단어를 가지고 정리해 보면,
1. 꽉 막힌 사람 (답답한 사람) (대화하기 싫은 사람)
2. 추가적인 일은 안하려는 사람 (자기 일만 딱하고 퇴근하려는 사람) (9 to 6)
3. 보수적인 사람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
4. 절차를 중시하는 사람 (본질 보다 형식을 중시하는 사람)
5. 잘 안짤리는 사람 (철밥통)
6. 사익 보다 공익을 중시하는 사람
7. 정직한 사람
8. 공정한 사람
9. 헌신하는 사람
10. 공부 잘했던 사람 (요새 공무원 시험 어려우니까)
대충 이 정도 같다.
1~5번까지는 부정적인 측면의 고정관념이고, 6~10번은 긍정적인 측면의 고정관념이다.
우리는 이 고정관념을 선택적으로 일상에서 활용한다.
예를 들어, '야후가 망하기 직전에 보면 그곳 엔지니어들은 출근해서 일은 안하고 자기 부업만 했다고 하더라. 엔지니어계의 공무원들이었지' 라는 문장이 있다면, 이때 공무원은 6번의 정반대 개념이 된다. 즉 부정적 측면의 고정관념에서 공무원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된다.
반면, '왜 늦게 온 저 사람에게 먼저 서비스를 하는 건가요? 공무원이 그래도 되는건가요?' 라는 문장이 있다면, 이때 공무원은 8번 공정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공무원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쉽게 1~5번을 사유로 공무원을 욕한다. 반면 공무원에게 바라는 것은 6~10번이 해당된다. 즉 공무원이라는 단어는 한국사람들에게 이중적 의미로 기억되어 있다. 보통 공무원은 부정적인 관념으로 표현되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일이 있을 때에는 공직자에게 긍정적인 관념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열을 올린다.
평소 공무원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면서, 긍정적인 요소를 요구하는 것, 어쩌면 대한민국 건국 이래로 공무원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공무원이라는 단어를 자주 따라다닌다. 반면 국민의 큰 기대를 받고 있는 것이 공무원인 것도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은 이래야 한다고 하며, 일반인은 감히 따라하기 어려운 높은 도덕적 수준을 요구하곤 한다. 많은 실망을 안겨준 공무원이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고 기대하게 되는 직업이 공무원이라는 직업인지도 모른다.
아쉬운 것은 공무원의 긍정적 고정관념 속에, 유능한 사람 또는 혁신적인 사람이라는 관념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국민들은 공무원에게 최소한의 도덕성을 요구하지 유능함까지 요구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나 공무원이라는 단어를 '정권(Regime)'이라는 단어로 바꾸어 보면, 이제는 유능함과 혁신성까지 요구하는 단어가 된다. 아직 정권이라는 단어의 부정적 측면에는 부패나 불공정, 내로남불 등은 있을지언정, 공무원이라는 단어의 부정적 측면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공무원이라는 단어와 정권이라는 단어는 사람들 사이에서 구분되고 있다. 문제는 정권의 역량과 도덕성을 이루는 중요한 축이 공무원이라는 것에 있다. 즉 공무원이 능력 있고 깨끗해야 정권도 역량 있고 도덕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또한 정권을 구성하는 핵심축은 '어공'이라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공무원에는 '늘공'도 있고 '어공'도 있다. 늘공은 늘 공무원, 시험봐서 들어온 늘 공무원 신분을 지닌 사람들을 말하고, 어공은 어쩌다 공무원, 선거나 별정직(임명) 등을 통해 공직에 진입한 사람들, 일시적으로 공무원인 사람을 말한다.
어공이 정권을 잡으면 늘공을 늘 개혁의 대상이 되곤 했다. 무사안일하고 변화에 저항한다고. 하지만 어공이라고 능력 있고 깨끗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공들이 더 큰 비리를 저지르고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더 많아지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공직자는 어공이건 늘공이건, 일단 본인의 직업에 맞는 윤리의식을 가져야 할 것 같다. 공무원도 사람이기에 그들을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이끄는가가 중요하다. 주로 리더를 맡게 되는 어공들이 늘공을 정확히 이해하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어공의 비리와 문제도 스스로 자제하고 조심해야 할 것이다. 공무원 스스로 윤리의식을 제고하여 공무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아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국민들도 공정하게 공무원을 평가해야 한다. 무조건 싸잡아서 비난하는 것은 공무원의 사기만 저하시킬 뿐이다. 잘하는 것은 잘한다고, 못하는 것은 못한다고 정직하게 말해줘야 한다. 세금이 아깝다, 니가 어떻게 공무원이냐 등 원색적 비난이나 질타는 자제해야 한다. 자신의 요구사항이 지켜지지 않으면 공무원은 세상에 둘도 없는 악의 집단이 되곤 한다. 이런 불합리한 요구 앞에서 공무원은 패배감만을 느낄 뿐,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부정적인 방향으로 숨어버릴 것이다.
공직자의 고정관념을 부정에서 긍정으로 이끄는 열쇠가 필요하다. 스스로의 자정능력과 윤리의식 제고, 외부의 공정하고 다소 애정어린 시선, 이 두 가지가 공무원이 공직자로서 제대로 일하게 만들 열쇠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