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

[시] 짜증이란 단어가 짜중이었으면 덜했을 거야.

by 원망


짜증난단 말처럼 짜증나는 게 없다고 짜증 부리는 너에게 짜증을 냈다.

징징거리고 떼쓰던 아이였던 나는 내 아이가 징징거릴 때 유독 엄한 편이다.

짜증날 때 애써 웃는 것은 때론 위험하다. 내가 이렇게 노력하는데 그걸 모르니,

더 짜증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잣말로 욕을 하는 사람은 결국 사람에게 욕을 한다.


예전에 술 먹고 실수하지 않는 법을 고민하다 아주 좋은 방법을 생각해 냈다.

술을 안 마시는 거 말고 술을 먹는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술이 깨어있을 때 겉과 다른 말이나 생각을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안 하면 되는 거였다.

그러면 술을 아무리 마셔도 몸을 못 가눌지언정 이상한 말은 하지 않았다.


군자가 되면 술이 취해서도 실수하지 않는다는 말 같지만 그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자 이제 뭐가 다른지 설명할 수 없는 걸 보니 그땐 그냥 사는 게 살 만했었나 보다.

아주 예민한 나는 동시에 모기에도 지저분한 것에도 거친 잠자리에도 무던하다.

결국 짜증이란 모기 같아서 모기에게 내지 않고 창문을 연 누군가에게 나는 것이다.


짜증난단 표현이 짜증나지만 그 또한 내가 창문을 열어서 모기를 싫어하는 걸 잊어서이다.

차라리 화를 내지, 짜증낸다며 짜증냈지만 짜증이란 잘 들리는 혼잣말로 욕하는 것이다.

차라리 화를 내는 것보다 나아서 짜증을 내는 것이다. 내 탓인 줄 알지만 네 탓이라서 내는 것이다.

이렇게 짜증을 반복해 써 내려가도 짜증 하나 안 난다는 것은 이제 탓할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확실히 짜증이란 단어가 짜중이었으면 짜증이 덜 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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