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타로, 이름

[맑은 날들] 이른 봄

by 원망

“타로 볼래요?” 가영이 정운에게 말한다.

“타로 아님 사주?” 정운이 되묻는다.

“타로요. 사주는 무섭잖아요.”

“사주가 왜 무서워요?”

“뭔가 다 드러나는 느낌이라.”

“그런가? 그래요. 봐요, 타로.”


흰 생머리를 쪽져 올린 50 중후반으로 보이는 타로 마스터는 두 사람을 보고 묻는다.

“둘은 무슨 사이?” 타로 마스터가 묻는다.

가영은 머뭇거리며 정운을 힐끔 본다.

정운은 가영이 머뭇거린 시간만큼 머뭇거리다가 대답한다.

"같이 일하는 동료예요."

"그래, 뭐가 궁금하세요?"

이렇게 쉬운 질문에도 둘은 망설이다가 또 정운이 말한다.

“같이 하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잘 될까요?”

마스터는 카드 덱을 펼치고 두 사람이 번갈아 고르게 한다.

“음, 그래요.” 마스터는 타로를 읽어간다.

“여기 나무 들고 있는 사람 보이죠? 일이 처리할 게 아주 많아요. 하지만 결과는 좋아요. 여기 세 사람이 교회를 짓고 있는 모습이에요. 그런데 여기 보면 이 사람이 동전을 계속 만들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좋다는 게 막 대박이 난다 이런 건 아니고, 잘 마무리하고 꾸준히 일을 이어갈 수 있다는 거예요.”

진우는 가영과 타로를 보러 온 원래 목적을 잠시 잊고 좋아한다.

"네, 아주 좋네요. 그거 이상은 필요 없어요."

타로 마스터는 싱겁게 끝난 프로젝트 타로에 이어 뭐 더 궁금한 건 없는지 묻는다.

둘은 또 머뭇거린다. 점괘가 아니어도 수많은 고객을 봐서 이미 다 알고 있는 마스터는 직설적으로 말한다.

"이제 두 사람 궁합 봐야죠?"

둘은 비싼 장난감을 차마 사달라고 말 못 하고 장난감 코너에서 몸을 꼬고 있는 어린아이들 같다.

그리고 타로 마스터는 그런 아이에게 ‘장난감 갖고 싶냐’고 물어봐주는 엄마의 역할이다.

"아, 궁합, 네네." 정운이 대답한다.

타로 마스터는 카드 덱을 부채꼴로 펼치더니 대놓고 가영에게 말한다.

"자, 여자친구부터 세 장을 뽑아봐요."

가영은 빠르지만 아주 신중하게 세 장을 뽑는다.

정운은 신중한 만큼 천천히 세 장을 뽑는다.

마스터는 새로운 카드 덱을 펼치며 말한다.

"이번엔 두 사람이 번갈아 한 장씩, 그리고 마지막 한 장은 둘이 함께 고를 거예요."

그렇게 둘은 세 장의 카드를 추가로 뽑는다.

"남자친구분은 상당히 이성적인 사람이에요. 그런데 여기 보면 컵을 아이에게 주고 있죠? 이건 아주 순수하게 사랑하는 마음이에요. 아끼고 사랑을 주고 싶은. 그리고 여기 전차는 상당히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싶다고 하네요."

둘은 맞다는 듯 끄덕인다.

"우리 예쁜 여자친구분은 그냥 뿜뿜뿜이야. 자신이 매력적인 걸 아주 잘 알고 있어요. 그리고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결론은 ‘한 번 가보겠다’라고 하네요. 그렇죠?"

가영은 마스터를 보고 끄덕인다.

"자, 그럼 두 사람의 흐름을 볼까요? 지금 사귄 지 얼마 안 됐죠? 사랑하는 마음, 열정 모두 가득한데 딱 여기 이 소년처럼 아직 시작하는 마음이에요. 결국은 서로 나누고 균형 있게 사랑하는 관계로 간다는 거예요."

가영과 정운은 계속 끄덕일 뿐 다른 질문을 하지 않는다.

"내가 일부러 좋게 얘기해 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나온 대로 나는 보는 거예요. 더 궁금한 거 없어요?"

"아, 아니요. 계산은 어떻게 해야 하죠?" 정운이 먼저 말하며 지갑을 찾는다.

"응, 앞에 거는 그냥 안 받을게요. 뒤에 궁합만 5만 원입니다." 마스터가 말하는 동안 정운은 지갑을 연다.

"잠깐만요, 이건 제가 낼게요." 가영이 타로 테이블 명함에 있는 계좌로 5만 원을 송금한다.

"고마워요. 어디 예쁜 아가씨 이름이나 보자." 타로 마스터는 자신의 휴대전화 입금 내역을 확인하며 말한다.

"최가영, 아휴 이름도 예쁘네."


정운과 가영은 조촐한 와인바 구석 테이블에 앉아 잡담 중이다.

가영은 휴대전화로 아까 본 타로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참, 아까 사주가 다 까발려지는 거 같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정운이 문득 생각나 묻는다.

"글쎄, 사주는 뭔가 정해져 있는 내 모습이 공개되는 거 같아서요." 가영이 답한다.

"왜요, 가영 씨 사주에 공개되면 안 되는 내용이라도 있어요? 나쁜 살 같은 거?" 정운이 웃으며 묻는다.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전 역마살이랑 도화살이 있대요." 가영이 말한다.

"어? 저도 역마살 있어요. 도화는 아니고 홍염인가 그런 게 있대요. 근데 역마랑 도화는 요즘은 좋은 건데."

"홍염은 뭐예요?" 가영은 진짜 궁금한 표정으로 묻는다.

"아, 저도 잘 모르는데요, 도화 비슷한 건데, 제가 이해한 바로는 도화가 가만히 있어도 벌이 몰려드는 거라면 홍염은 몰려드는 벌을 다 받는 게 아니라 꽃이 벌을 고르는 느낌? 뭐, 제 이해는 그래요. 정확하지 않아요."

"사주 볼 줄 알아요?" 가영이 묻는다.

"아뇨, 볼 줄 몰라요. 믿지도 않고." 정운이 답한다.

"안 믿으세요? 근데 뭘 그리 많이 알아요?"

"잘 몰라요. 그리고 아는 거랑 믿는 건 다른 거잖아요."

"그럼 타로도 그냥 본 거겠군요?" 가영이 휴대전화의 타로 사진을 보며 물어본다.

"아, 타로는 믿어요. 왜냐면 사주는 생년월일, 음양오행 등 근거가 마치 과학적인 구조를 흉내 내고, 타로는 뭐 진동이니 주파수니 해도 그냥 완전 우연한 뽑기 가지고 이야기를 푸는 거잖아요. 완전히 비과학적이라 오히려 믿어도 될 거 같아요." 정운은 나름의 생각을 말한다.

"음, 어쨌든 이거 우리 좋게 나온 거 같아요. 기분은 좋아요." 가영은 정운의 긴 얘기를 살짝 비껴서 답한다.

정운도 가영의 말을 살짝 비껴 다른 말을 한다. "참, 또 믿는 거 있다! 이름점!"

"그건 사주 같은 거잖아요?" 가영이 되묻는다.

"아아, 작명 말고 왜 초등학교 때 이름 놓고 획 세어서 보는 궁합 같은 거요. 그것도 과학적인 근거가 전혀 없으니까요." 정운이 빠르게 말한다.

"아, 그거! 그거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가영이 생각하는 사이 정운은 휴대전화를 검색하고 말한다.

"오, 여기 그거 보는 사이트가 있어요. 한 번 볼까요?"

"아, 그래요?"

정운이 두 사람의 이름을 넣고 결과를 가영과 함께 본다.



"오오! 꽤 높은데요, 궁합 지수가!"

"하하, 그러게요. 그런데 싸우면 지옥이래요."

"히히, 제가 정운 씨랑 싸울 일이 뭐가 있겠어요?"

"그건 모르는 거죠."

"전 남친이랑 하도 싸워서 평생 싸울 힘이 남아 있질 않아요."

"봐요, 두 사람도 처음부터 싸우진 않았겠죠. 주로 뭘 가지고 그렇게 싸웠어요?"

"이유는 기억도 안 나요. 작년 설 연휴 때는 스키장에서 그냥 스키 벗고 혼자 내려왔다니까요."

"와아, 그래요? 그 경우 씨인가 하는 그분하고?"

"아, 그건 전전 남친이고요. 민욱이 말이에요."

"엥? 전전 남친이랑 작년 여름에 헤어지고, 민욱 씨랑은 작년 여름 만나 반년 사귄 거라면서요."

"내가 그렇게 말했었나? 왜 그랬지?"

"네에, 전전 남친이랑 너무 힘들 때, 무슨 여름 제품 행사 알바에서 만났다면서요, 전 남친을?"

"그런데 정운 씨는 그런 게 그렇게 중요해요?" 가영의 말에는 살짝 날이 서 있다.

"네? 저요? 안 중요하죠, 전혀! 그러니까 더 이상한 거예요. 안 중요한 걸 왜 다르게 말하는지, 가영 씨가."

정운도 조금 흥분해서 말한다.

"제가 뭘 숨긴다는 거예요? 좀 실망스럽네요." 가영은 단단히 화가 난 듯 말한다.

"가영 씨, 그런 게 아니에요. 숨길 일도 아니고, 과거 연애 기간, 누구, 어디, 전혀 안 중요해요. 그런데 왜 그런 안 중요한 일을 다르게 말하느냐는 거예요. 지금도 그냥 사실은 이거였다 저거였다 하면 ‘아, 그렇구나’ 할 일을 왜 저를 공격하는지 모르겠어요." 정운은 최대한 차분하게 말하려 했으나 점점 흥분도가 올라간다.

"아니, 그게 아니라... 잠깐, 그런데 공격이요? 제가 정운 씨를 공격했다고요?"


맑은 하늘의 따스한 햇살은

늦은 추위를 뚫고 봄을 재촉하는데

시작하는 연인들의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는

지옥문.

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