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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킹 Jan 20. 2023

Pink Floyd - Julia Dream

음악, 산문

https://youtu.be/8rSY-_sWAlI

남자는 오늘도 서점에 도착했다. 넓은 곳이지만 조명은 밝지 않았다. 그리고 항상 썰렁했다. 특히, 문학 코너는 늘 외로움이 배어 있었다. 소외된 책들이 책장에 가득했다. 한쪽 구석에 놓인 간이용 의자도 마찬가지로 쓸쓸했다.


남자는 언제부터인가 그곳에 앉기 시작했다. 딱히 책을 좋아하지도 문학에 빠지지도 않았지만, 그는 습관처럼 그곳에 앉아 오늘 구매할 책을 훑어보곤 하였다. 하지만 책의 내용을 깊이 있게 관찰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보는 게 더 잦았다. 그는 비교적 저렴한 책을 좋아했다. 당연하게도 얇고 작은 시집을 주로 샀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오셨네요.” 여자는 환한 미소와 함께, 그가 내민 책의 결제가 끝나자마자 묻지도 않고 포장하기 시작했다.     


“아, 네….” 남자도 배시시 웃었다. 그는 여자의 손을 줄곧 쳐다봤다. 작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능숙하게 포장지를 씌우고 각을 잡아 투명 테이프를 붙였다. 그리고 골든 색 리본을 적당한 길이로 잘라 책에 꼬아서 묶더니 어느새 바람개비 리본을 완성하였다.


책을 받아 든 남자는 힘겹게 문을 열고 거리로 나섰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며, 붉고 탁한 도시의 도로를 생경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도로의 끝에는, 여전히 푸른 바다가 흐리게 담겨 있다. 섬의 끝에는 언제나 바다가 있었다. 그는 3년 전 이곳에 왔고, 눈만 들면 늘 바다가 곁에 있으므로 외로움을 달래곤 하였다.


그리고 남자는 어느 순간부터 바다에 그녀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생각은 짙어지고 느낌은 무게를 더하였다. 그는 그녀의 미소와 덧니가 좋았고, 능숙한 손놀림이 사랑스러웠다. 그는 언제나 여자의 밋밋한 손에 실반지라도 끼워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그가 그녀에게 던진 말은 <이거 포장해주세요.>뿐이었다. 그마저도 이젠 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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