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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킹 Oct 03. 2024

엽기 로봇 김말자 #6

코미디 판타지 소설


코브라 트위스트                                                                                                                                                                                    

말자는 몰녹(몰래 녹음기)을 동추의 모든 팬티에 각각 심었다. 그리고 동추가 집을 나서자마자 말자는 집안일은 내팽개치고 몰녹 수신기 볼륨을 최대로 올렸다. 동시에 동추의 휴대폰에 몰래 심어둔 위치 추적 장치를 이용해 그의 동선을 모니터에 띄웠다.      

동추는 그런 줄도 모르고 룰루랄라 하면서 신나게 도곡역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너무 기분이 좋은 나머지, <트루먼 쇼>의 <짐 캐리>처럼 행인과 마주칠 때마다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끝내주는 아침입니다. 나중에 못 볼지 모르니 좋은 오후, 넉넉한 저녁, 뿅가는 밤 보내세요.”     

말자의 수신기에는 사각사각하는 동추의 바지 소리와 함께 털털거리는 플라잉 드론 소리, 빽빽거리는 고집불통 어린이 소리, 쉭쉭 하며 지나가는 호버보드 소리까지 짬뽕으로 흘러나왔다. 말자는 왠지 모르게 대퇴부 저 깊숙이에서 짜릿하게 올라오는 몰카의 쾌감을 만끽하며 서방님의 동선을 눈과 귀로 따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뾰오오옹 부르릉 팅팅팅 부르르렁 으잉이이잉 같은 생소한 잡소리가 메아리쳤다. 말자는 순간 자기 귀를 의심했다.      

‘이건 뭔 소리지? 자연의 소리 같지는 않은데?’     

이상야릇한 소리는 잠시 뒤 또 이어졌다.      

“꼬르륵 웅탕 꼬리리릭 뾰오오오옹 부링팅팅 크르르렁 뽁뽁뽁”     

말자는 그제야 이 미스테리한 사운드의 정체를 알아챘다.      

‘가죽 피리! 바로 우리 서방님 항문의 울부짖음이다!’     

뒤이어 말자는 다급한 발걸음 소리를 확인했다.      

그래, 그랬다. 동추는 별안간 전해져오는 아랫배의 묵직한 고통과 함께 무차별적으로 비집고 쏟아져 나오는 액체 혼합 가스를 오로지 괄약근 하나로 버티며 가까운 공중화장실을 찾기 위해 황급히 뛰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채,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혼신의 노력으로 횡단보도를 건너 공원 입구로 달려가 엄마 오리 뒤에 아장아장 따라오는 애기 오리를 화들짝 놀라게 한 뒤 마침내 공중화장실로 직행을 하였다. 그리고 생생하게 전해지는 문 여닫는 소리.     

“탕, 땅, 철컥”     

그 순간, 말자는 귀를 틀어막았다. 폭포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카레라이스 음향. 그녀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보지만 생생하고 뚜렷하게 그 모든 배설의 과정이 머릿속에 정밀하게 그려졌다.      

“아이, 씨팔! 내가 이러려고 빤스에 몰녹을 설치했나! 자괴감이 안들수가 없네!”     

그리고 이어진 동추의 길고 긴 안도의 한숨.     

“휴우우우우우우우.... 아이고 진짜로 바지에 쌀뻔했네.”     

동추는 배출의 쾌락을 온몸으로 느끼며 다시 행복 모드로 태세 전환을 하였다. 그리고 그의 기분을 한껏 북돋워 줄 고전 가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     

“그저 눈치만 보고 있지!”     

“늘 속삭이면서도 사랑한다는 그 말을 못 해!”     

“그저 바라만 보고 있찌!”     

그런데 그때, 갑자기 누군가 화장실 벽을 세차게 두드리는,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야! 오동추! 조디 안 닥치나! 니 화장실 전세 냈나? 글구 인마! 노래를 부르려면 최신 히트곡 좀 불러라! 좀만 색끼야! 허구헌날 선사시대 때 노래만 처 불러제끼는 놈! 아무튼 덜떨어진 놈이 음악 취향도 구리끼리한 새끼! 똥꼬로 노래하나? 우연이 아니니까아! DNA! DNA! 좀만 한 새끼야!”     

동추는 옆 화장실에서 자신에게 욕을 하는 놈이 누구인지 금방 알아챘다. 장이수였다. 동추는 삽시간에 자기 몸이 뻣뻣하게 얼어붙는 공포를 직감하며 서둘러 비데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비데가 건조 모드로 열풍을 항문에 불어 넣기 전에 얼른 바지를 끌어 올리고 화장실 문을 황급히 열어젖혔다. 하지만 장이수는 이미 모든 배변 활동을 끝내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동추야! 사랑하는 내 동기 똥추야! 니 똥꼬도 안 말리고 어디를 그렇게 쏜살같이 내뺄라고 하는기가? 응?”     

“아 아니 난…. 갑자기 화장실 사용하느라 출근 시간이 촉박해서…. 그냥…. 서둘러.”     

“어허! 우리 새신랑 와그라노? 니 똥 싸는 소리 들어보니까 마아니 상태가 안 좋던데? 너거 쇳덩어리 애인이 와 잘 안 해주나? 엊그제 살모넬라 듬뿍 들어간 대장균 파스타 해주더나?”     

장이수는 무척 친한 척 동추를 끌어안으며 빈정거렸다.     

“아 아니. 이수야. 어제 내가 과식한 거 같아, 아무튼 내 출근 시간이 늦어서 그런데 그만 가볼게. 이수야.”     

“어허! 이런 닝기리개호로 좆까라마이신 니주가리 씹빠빠 쌍노무 자슥의 씹탱구리 놈을 봤나? 이걸 분노해! 말어?”     

장이수는 안 주머니에서 어린이용 야구 방망이를 꺼내 동추의 배꼽을 툭툭 치면서 굵은 가래를 능숙하게 동추의 신발 앞에 뱉었다. 그리고 손톱에 시커멓게 때가 잔뜩 낀 손을 동추에게 내보이며 말했다.      

“이런 간신 나라의 충신 같은 놈을 보았나! 내 필히 그저께 긴히 간곡하게 하달을 했건만…. 어이 경의 요청을 이렇게도 깡그리 무시하고 내뺄 궁리만 한단 말인가? 아? 이 도롱뇽알 같이 꼬인 놈아”     

“아! 그거? 이수야! 내 며칠 내로 꼭 구해주께. 조금만 더 기다리면.”     

“뭐라? 며칠 내로? 이런 배신망덕한 놈을 보았나? 왜놈의 총구에 꺼져가는 나라 살려줬더니만 호사스러운 진상품은 고사하고 오리발을 내밀어?”     

“그게. 그러니까. 요즈음 약품 대장 관리가 까다로워서 예전처럼 쉽게 빼내 오기가 쫌….”     

“어허! 요놈 말하는 꼬라지 좀 보소! 똥 눌 때 맴이랑 똥 닦고 나니 맴이 확 틀어지뿌는가베 잉? 내 너의 보육원, 유치원 동기로서 특별히 너의 딱한 사정을 고려하여 이자도 탕감해주고 원금 상환도 길게 아주 기일일게 늘려주었더니만 뭐가 어쩌고 어쨔? 너 그러다 진짜로 피똥 싸는 거 한번 볼겨? 잉?”     

장이수는 동추의 아랫배를 야구 방망이로 콕콕 쑤시며 협박을 이어갔다.     

“이수야, 그럼 내 오늘 밤에 꼭 구해다 주께. 이번에는 꼭 약속 지킬게. 응?”     

동추는 마치 나라를 잃어버린 애국열사처럼 슬픔을 가득 담아 이수에게 빌었다. 그러자 이수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주 다정다감한 표정으로 동추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은밀하게 속삭였다.     

“동추야, 니 그동안 마니 아팠제? 내 다 안다. 아무튼 니가 지난번에 갖다준 펜타닐 패치하고 옥시코돈 진짜 좋더라! 지기더라! 천국이 따로 없는기라 마! 알겠제? 내 맘? 그럼 오늘 밤에 까먹지 말고 온나. 사랑한데이!”     

장이수는 동추의 얼굴 곳곳에 애정어린 뽀뽀를 쪽쪽 하고는 어깨는 구부정한 채, 팔자걸음으로 공원 화장실을 빠져나갔다. 혼자 남겨진 동추도 시계를 보고는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한편, 이 모든 상황을 스테레오 음향으로 생생하게 전해 들은 말자는 뿜어져 나오는 분노에 치를 떨기 시작했다.     

‘이수라고 했단 말이지! 어딜 감히 하늘 같은 우리 서방님에게 협박질을 하고 굴욕을 선물한단 말이지! 내 남자의 치욕은 곧 나의 치부! 내 눈에 흙이 들어가지 전에 이런 꼴은 절대 묵고 할 수도 두고 볼 수도 없지! 암! 절대로 그럴 수는 없지!’     

그날 오후, 말자는 이반 헌트의 수제자답게, 얼굴에 화장을 떡칠하여 아무도 자신인 줄 모르게 변장한 다음, 공작원 전투 복장으로 완전 무장을 한 채, 동추의 병원으로 한걸음에 달려갔다. 그리고 동추가 퇴근하고 나올 때를 묵묵히 기다렸다.     

이윽고 동추가 어기적어기적하며 병원을 나와 열차가 있는 곳을 가는 것을 목격한 말자는 은밀하게 그를 따라나섰다. 대치동 역에 하차한 동추는 대로변에서 골목을 몇 번 꺾어 들어가더니 이윽고 파리 바게뜨가 일 층에 자리 잡은 강인 빌라 입구에서 서서 벨을 눌렀다. 그러자 장이수의 졸개가 문을 열고 얼굴만 빼꼼히 내더니 동추가 건넨 물건을 받고는 황급히 사라졌다. 동추는 잠깐 서 있더니 이윽고 발길을 돌렸다.      

동추가 강인 빌라를 떠나고 난 후, 석양이 짙은 어둠으로 변하는 순간, 말자는 강인 빌라 입구의 벨을 눌렀다. 그러자 아까 보았던 그 졸개 놈이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그는 말자를 보자마자 고개를 뒤로 돌리고 외쳤다.     

“야들아! 형님이 오늘 다방 커피 주문했나?”     

“어데! 오늘 원두커피 한 빼까리 들어왔는디 뭣 땀시 다방 커피를 주문하냐?”     

그는 말자에게로 다시 고개를 돌리고 음침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와?”     

“이수 있나?”     

“이 년이 쳐 돌았나? 어따 대고 우리 존엄하신 형님 함자를 들먹이냐? 목숨이 열 개라도 달렸나?”     

“내 목숨 니가 알아서 뭐할 끼고? 엿 사묵을래? 아무튼 너거 형님인지 된장인지는 모르겠고 그놈 이순지 삼순지 하는 놈 쫌 나와보라고 해라!”     

말자에 말에 빡친 졸개는 문을 벌컥 열고는 말자의 멱살을 불끈 잡으며 외쳤다.     

“이 년이 가만히 보니 사람 년도 아니고 로봇 년 주제에 뭐라고? 니 죽고 싶어서 난리 부르스 치나 지금?”     

하지만 말자는 베테랑답게 침착했다. 그녀는 졸개의 손을 부드럽게 탁탁 치며 천천히 말했다.     

“손모가지 성하고 싶으며 이 손 좀 놓지.”     

“못하겠다면 이년아! 로봇 주제에 사람을 칠 수 있어? 니가 짝퉁이 아닌 이상 사람을 건드리기라도 할 수 있나고? 응?”     

졸개는 말자의 목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며 뇌까렸다. 그런데 그 순간, 말자는 놈의 낭심을 한 손으로 불끈 움켜잡으며 조용히 놈의 귀에 속삭였다.      

“그래, 니 말 잘했다. 나는 짝퉁이다. 요놈아! 들으는 봤어? 명품 같은 짝퉁, 짝퉁계의 이단아, 짜가로 세상을 정복한 위대하신 루이본똥 님. 나의 여덟 번째 주인님이시다! 요놈아!”     

졸개는 고환이 뜯겨 나가는 극심한 통증에 비명을 지르다 속절없이 풀썩 바닥에 내팽개쳤다. 말자는 이 기세를 몰아 성큼성큼 복도를 가로질러 홀로 들어갔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졸개들을 하나씩 하나씩 앞차기, 돌려차기, 내려차기, 반달차기, 비틀어차기, 뻗어 차기, 후려차기, 낚아 차기, 반달회축 차기, 안 차기, 바깥 차기, 잡고 차기, 굴러차기, 뛰어 차기, 두발당성 차기, 모둠 발차기, 몸돌며 차기, 거듭차기를 적절히 섞어가며 쓰러트리기 시작했다.      

이 장면을 경악스러운 눈으로 지켜보던 장이수는 토끼 눈이 되어 황급히 몸을 숨기려 하였다. 하지만 매의 눈으로 째려보던 말자의 레이더망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말자는 삽시간에 몸을 부웅 날려 장이수의 다리를 낚아챈 다음, 말자의 필살기 <코브라 트위스트> 기술을 걸었다. 제대로 기술이 거린 장이수는 똥개처럼 울부짖으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너가 이수라는 놈 맞지?”     

말자는 코브라 트위스트를 풀지 않은 채 장이수에게 외쳤다.     

“아 아 아줌마는 도대체 누구신데 저를 이렇게 못 살게 하십니까? 네? 이것 좀 풀고 말씀하시지요? 아 아 아 아.”     

“내가 누구냐고? 이놈아! 내가 그 잘생기고 늠름하신 오동추 서방님의 쇳덩어리 애인이시다! 알겠느냐? 응?      

”그 그럼 그 김말자?“     

”네 놈이 그래도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구나? 그래 내가 김말자다.“     

말자는 그녀의 필살기를 풀었다. 그러자 장이수는 물 먹은 한지처럼 바닥에 철버덕 드러누웠다. 말자는 그를 내려다보며 종이와 펜을 휙 던졌다.      

”이수 네 이놈! 네가 니 죄를 알렸다?“     

”네 네 말자 씨! 한 번만 용서해 주시면.“     

”네 놈이 우리 서방님에게 지은 죄가 무엇이더냐?“     

”제가 뭐 죄랄게 있는지 모르겠사옵니다 만…. 그냥 동추가 돈이 급하다길래 급전 좀 마련해준 것 빼고는…. 딱히???“     

”얼마를 빌려주었느냐?“     

”이천만 원 정도.“     

”그럼 너는 그동안 얼마를 우리 서방님한테서 갈취해 갔느냐?“     

”그야, 저도 원금에 약간의 이자만….“     

”아닙니다. 정확히 1억 오천구백칠십 사원 갈취해 갔습니다. 그동안.“     

말자가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니 검은 뿔 태 안경을 쓰고 호리호리한 졸개 녀석이 아는 척하며 그녀에게 장부를 들이밀었다. 그리고 다른 장부를 보여주며 신이 난 듯 외쳤다.     

”그리고 여러 종류의 향정신성 의약품을 동추에게서 모두 23회 편취한 것으로 파악이 됩니다.“     

*************     

그날 밤 말자는 동추에게서 결국 한 소리 듣고 말았다.     

”말자 씨! 도대체 밤에 어디를 쏘다닌 겁니까? 저녁도 안 해 놓고서? 글구 얼굴에 화장은 그게 뭡니까? 말자 씨의 매력은 청순미란 말입니다. 화장기 없는 생얼. 알겠어요?“     

말자는 그런 동추를 달래기 위해, 인류 최고의 명작 옥보단과 금병매에 기록된, 고급 난이도의 특화된 밤 기술을 선보였다. 그리고 동추가 잠들자 침대를 살며시 빠져나온 말자는 장이수에게서 돌려받은 돈과 앞으로 절대로 동추를 괴롭히지 않겠다는, 자필로 서명한 각서를 천장 깊숙한 곳에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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