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서 객관적인 외부 세계로 입장한다고 믿는다. 견고한 바닥, 손에 잡히는 찻잔, 그리고 나를 에워싼 입체적인 풍경들. 그러나 현대 과학과 형이상학의 경계에서 바라본 현실은 우리가 믿어 의심치 않는 그 단단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 점점 대두되고 있다. 오히려 현실은 감각기관이 꺼진 밤에 꾸는 꿈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으며, 뇌라는 영사기가 돌리는 정교한 시뮬레이션일지 모른다는 주장이 많다. 이런 관점의 주요 내용을 살펴본다.
▪︎현실이라는 이름의 내부 모델: 뇌과학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은 외부의 복사본이 아니다. 외부 세계는 색도, 소리도, 냄새도 없는 전자기파와 분자 진동의 혼돈 상태일 뿐이다. 뇌는 이 무질서한 외부 신호를 신경 전기 신호로 번역하여 머릿속에 이미지 드라마를 생성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뇌가 꿈을 꿀 때와 깨어 있을 때 동일한 신경 회로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낮 동안의 현실은 외부 신호에 의해 어느 정도 보정되는 꿈이고, 밤의 꿈은 외부 신호가 차단된 채 내부 데이터로만 상영되는 영화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3D 입체 현실은 뇌라는 폐쇄된 어둠 속에서 만들어진 정신작용의 산물이다.
▪︎양자력이 돌리는 정지 화면의 연속: 물리학의 최소 단위인 플랑크 시간(10^-43 제곱 초)은 우주가 사실 연속적인 흐름이 아님을 시사한다. 마치 만화책의 한 장 한 장이 정지된 화면인 것처럼, 우주 또한 불연속적인 정지 상태의 연속체일지 모른다. 여기에 관찰자의 의식이 개입하면, 양자적 에너지는 무수한 정지 화면 사이를 초고속으로 가로지르며 시간과 입체감이라는 환상을 만들어낸다. 2차원의 필름에 빛을 투사할 때 비로소 스크린에 3차원의 역동적인 세계가 펼쳐지듯, 우리의 의식은 양자적 중첩 상태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지금 이 순간이라는 프레임을 확정 짓는다.
▪︎관찰되지 않는 세계의 침묵: 양자역학의 표준 해석에 따르면, 관찰되지 않는 입자는 위치와 속도가 확정되지 않은 확률의 파동으로 존재한다. 이를 거시 세계로 확장하면 놀라운 결론에 이른다. 내가 보고 있는 장면만 명확한 데이터로 존재하며, 내 시야 밖의 세상은 마치 비디오 게임의 렌더링되지 않은 리소스처럼 중첩 상태로 대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현실은 오직 관찰자를 위해서만 직조되는 것 같다. 이 거대한 우주 시뮬레이션의 유일한 관객이자 주인공은 바로 모든 것을 알아차리는 나라는 의식이다. 그러므로 타인과 세상이라는 배경은 나의 뇌가 드라마의 개연성을 위해 만들어낸 정교한 허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우주관의 의미(깨어 있는 꿈속을 걷는 자기 인식): 이러한 우주관은 우리를 허무주의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이로운 자유를 선사한다. 세상이 뇌가 만든 드라마라면, 우리는 고정된 물리 법칙의 노예가 아니라 자기만의 우주를 경험하는 주동적 주체가 된다. 현실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홀로그램 시네마 속에서, 우리는 매 순간 무수한 정지 화면을 엮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비록 눈앞의 풍경이 뇌가 빚어낸 찰나의 환영일지라도, 그 환영을 느끼고 관조하는 나라는 의식의 존재만큼은 이 우주에서 가장 선명한 진실로 남을 것이다.
[관련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154_TWP2mW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