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의 습격, 편안함의 배신(책 리뷰)

by 임풍

● 오늘날 우리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역사상 가장 편안한 시대를 살고 있다. 실내는 완벽한 온도 조절이 가능하고, 언제 어디서나 먹을거리를 구할 수 있고, 기술과 의학의 발전으로 생존을 위협받을 일도 거의 없다. 그러나 마이클 이스터는 그의 저서 <편안함의 습격, The Comfort Crisis>을 통해 과연 이러한 편안함이 인류에게 진정한 행복과 건강을 가져다주었는지를 묻는다. 그는 오히려 우리가 지나치게 편안한 삶에 익숙해지면서, 삶의 의미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스터는 자신이 겪은 체험을 통해, 편안함은 우리의 적이라고 단언하며, 현대인의 많은 문제가 편안함과 뿌리가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비만, 우울증, 불안, 중독, 번아웃, 삶의 무의미함 같은 현대인의 고질적인 문제들은 우리가 불편함을 피하고, 변화와 도전을 회피하는 삶을 선택한 결과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인간 본연의 회복탄력성과 성장 가능성이 편안함을 멀리하고, 어떻게 불편함이라는 요소를 통해 발현되는지를 탐구한다.

그의 주장은 단지 철학적 사유가 아니다. 그는 젊은 시절 알코올 중독을 극복하고, 직접 극한의 불편함을 체험하며 자신의 주장을 몸소 입증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알래스카 오지에서의 33일간 순록 사냥 경험이다. 이 경험은 단순한 모험이 아니라, 불편함 속에서 자신을 다시 발견하고 정신적, 신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확인하는 여행이었다. 또한 그는 부탄, 전쟁 지역, 볼리비아 정글 등 전 세계의 다양한 장소를 탐험하며 수천 명의 전문가들을 인터뷰했고, 그 과정에서 과학, 인류학, 뇌과학, 진화심리학, 운동생리학 등의 연구 결과를 통해 불편함의 진화적, 생리적 효용성을 소개한다.

저자는 인간이 본래 동물과 같은 존재였으며, 극한 상황 속에서 도전과 고통을 통해 진화해왔음을 강조한다. 고대의 인간은 자연 속에서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불확실성과 맞서야 했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강인해졌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대부분의 불확실성과 위험 요소를 제거하며, 인간을 점점 더 나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여긴다. 그는 특히 스마트폰, TV, 라디오 등 정보와 자극에 둘러싸인 현대 환경이 인간의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원시 인간 종의 태동을 약 250만 년 전으로 보면, 불과 100년 전에 급속하게 과학기술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100년이란 인류의 정신과 육체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250만 년의 시간에 비하면, 불과 0.00004%에 해당하는 짧은 시간이라고 비유한다. 즉 인류는 탄생 이후 99.99996% 시간 동안 불편함 속에 살아왔고, 단지 극미의 시간에 편안함의 문명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불편함을 멀리하고 안전하고 익숙한 환경에만 안주할 때, 성장은 멈춘다. 이스터는 불편함 속에 진정한 변화의 기회가 있으며, 그 경험이야말로 인간을 더욱 강인하고 의미 있는 존재로 만든다고 말한다. 그는 한마디로 “야생으로 돌아가라"라고 촉구한다. 이 말은 문명으로부터 벗어나라는 의미가 아니라, 인간 본연의 생존 본능과 회복 탄력성을 되찾으라는 상징적 메시지다. 불편함은 단지 고통이 아니라, 자신을 단련시키고 잠재력을 확장시키는 통로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는 편안함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편안함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다. 편안함을 누리는 동시에, 의식적으로 불편함을 찾아 나서고 도전적인 상황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하이킹, 단식, 추운 날씨 견디기, 스마트폰 없이 지내기 같은 일상의 작은 불편함도 우리를 성장하게 만든다. 불확실성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오히려 그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단련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핵심 메시지다.

<편안함의 습격>은 단지 삶의 방식에 대한 권고서가 아니다. 이 책은 우리가 심리적으로 피하려 하는 불편함을 직면함으로써, 진정한 자아와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음을 강하게 역설한다. 마이클 이스터는 우리가 너무 익숙한 삶, 너무 안전한 환경 속에서 진정한 잠재력과 행복을 잃어버렸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이를 되찾기 위해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라고 한다: "나는 마지막으로 진짜 불편했던 순간이 언제였는가?" 그리고 "나는 그 불편함을 통해 얼마나 성장했는가?"라고.

● 한편, 관심의 결은 다르지만, 상기 책과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책이 있다. <편안함의 배신, The Convenience Trap>에서 마크 쉔(Mark Schen)과 크리스틴 로버그(Kristin Loberg)은 우리가 일상에서 추구하는 편안함(convenience)이 어떻게 우리의 삶, 사회, 심지어 민주주의까지 잠식하고 마비시키는가를 통찰력 있게 분석한다. 두 저자의 강조점을 살펴본다.

편안함은 무의식적 선택을 유도한다. 우리는 더 빠르고, 더 쉽게, 더 간편하게 살기 위해 편리한 선택을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리는 점차 의식적인 판단력과 자율성을 잃어간다. 즉, 편리함은 우리를 사고하지 않는 삶으로 이끈다.

편안함은 기업과 기술에 의한 통제를 강화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앱, 스마트 기기, 배달 서비스 등은 모두 우리의 행동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은 소비자 행동을 조종하고, 점점 더 편안함을 무기로 한 중독적인 시스템을 만든다.

편안함은 공동체와 사회적 연결을 약화시킨다. 디지털 기기와 자동화된 서비스는 사람 간의 상호작용을 줄이고, 관계와 공동체를 단절시킨다. 이로 인해 고립감, 사회적 분열이 심화된다. 나아가서 이는 민주주의적 가치가 훼손된다. 왜냐하면, 편안함을 추구하는 사회는 토론, 참여, 숙고와 같은 민주주의적 행위를 비효율적
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는 시민으로서의 책임감과 참여 의식을 약화시켜, 결국 민주주의의 기반을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 "편안함은 인간의 자유를 확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의 자율성과 사고 능력을 마비시키며 사회적, 정치적 참여를 약화시키는 덫이다"라고 주장한다.

진짜 인간다운 삶은 불편함 속에 있다. 저자들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불편함을 감수하고, 스스로 선택하고, 함께 참여할 때 진정한 자유와 인간다움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편안함은 잠깐의 만족일 뿐, 의미 있는 삶은 느리고, 힘들고, 복잡한 과정 속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두 저자들의 생각이 마이클 이스터의 야생 회복 필요성과 연결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