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의 핵심

경청과 인정

by 임풍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존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방어하려는 본능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타인을 바꾸려 하지만, 정작 자신이 잘 바뀌지 않듯이 타인도 바꾸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러시아 대문호인 톨스토이도 이런 말을 남겼다. “모든 사람은 세상을 바꾸려고 하지만, 정작 자신을 바꾸려는 사람은 드물다.”

인간은 비난보다 칭찬을 오래 기억하고, 무관심보다 관심을 간절히 바란다. 따라서 인간관계의 기본은 상대를 존중하고, 진심 어린 칭찬과 인정으로 동기를 부여해 주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진지하게 들어주기만 해도 우리는 훌륭한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데일 카네기는 <인간관계론>에서 한 사례를 전한다. 한 부자가 자신이 만난 사람 중 가장 훌륭한 대화가를 칭찬했는데, 그 사람은 사실 한마디의 자기 이야기도 하지 않았고, 그저 그의 말을 경청해 주었을 뿐이었다. 이처럼 듣는다는 행위 자체가 이미 상대를 인정하는 가장 깊은 존중의 표현인 것이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존중받고 싶어 하는 존재이다. 존중을 받으면 누구나 의욕이 치솟고, 멸시를 받으면 자신감이 꺾인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사람들은 당신이 얼마나 아는지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이 얼마나 존중받는지에만 관심이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 우리는 타인의 일에는 별 관심이 없고, 오직 자기 자신의 삶에만 관심을 둔다. 그렇기에 나에게 관심을 보여주고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은 인정받기를 갈망한다. 그래서 자신을 인정해 주는 사람 앞에서는 실수조차 쉽게 용서한다. 특히 상대방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아주 사소하지만 강력한 존중의 신호다. 카네기가 말했듯이 “사람의 이름은 그에게 있어 가장 달콤하고 중요한 소리다.” 인정 욕구는 개인 관계뿐 아니라 국가 간 관계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언>에서 “국가 간의 전쟁도 영토나 경제적 이해보다 위엄(prestige)을 지키기 위해 일어난다”라고 지적했다. 개인이든 국가든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면 충돌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만 선택적으로 인식한다. 그래서 여러 사람이 같은 장소를 다녀도 각자의 기억은 다르다. 매일 다니는 좁은 골목에서도 어느 날 문득 작은 나무가 처음 눈에 들어오는 순간이 있다. 그 나무는 늘 거기 있었지만, 이제야 비로소 우리가 본 것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를 좋아하고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늘 있지만,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쫓느라 그들의 존재를 보지 못할 때가 많다. 이것이 인간 인식의 주관성이다.

사람은 타인의 문제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지만, 자신의 문제는 쉽게 객관화하지 못한다. 나의 주관적인 감정과 생각이 필터가 되어 진실을 왜곡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성장하면서 자신이 배운 내용, 소속된 그룹과 직장으로 인해 점점 주관성을 얻게 되지만, 노년에는 다시 객관성과 공감 능력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이다. 공자는 “군자는 자신을 살피고 남을 탓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결국 자기 성찰을 통해 객관성을 회복하는 것이 인격의 완성이라고 볼 수 있다.

심리학자 필립 맥그로(Dr. Phil McGraw)는 저서 <인생은 수리가 됩니다>에서 사람들이 자책에 빠지는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오랫동안 자책하면 과거의 실수에 대해 면책될 것이라는 착각.
둘째, 타인의 동정심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
셋째, 과거의 상처에 매달려 현재의 중요한 문제를 회피하려는 무의식적 명분이다.

그는 이어서 이렇게 말한다: "특정한 나쁜 경험이 당신의 시각을 왜곡시켰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그 왜곡된 시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즉,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아”, “나는 인간 실격이야” 같은 생각은 하나의 가정(assumption)일 뿐인데, 그것을 사실로 믿는 순간 우리는 반대되는 증거를 절대 보지 못한다. 인간관계의 문제는 바로 이러한 인지의 필터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인간관계의 기술은 말을 잘하는 기술이 아니라 보는 법과 듣는 법을 회복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끝까지 경청하며, 그 속에서 인간의 존엄을 느낄 때, 비로소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진다. 공감은 말이 아니라 존재의 태도로 전해진다. 결국 인간관계의 핵심은 단 한 줄로 요약된다: “당신이 진심으로 들어주는 순간, 상대는 이미 변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