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존재의 본성

by 임풍

사람은 아무리 외적으로 포장을 하고, 자신이 아닌 척을 해도 본성 자체를 완전히 바꿀 수는 없다.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이 위선적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알아차릴 수는 있지만, 문제는 내면 깊숙이 숨겨진 본성, 즉 나의 참된 모습은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나는 무엇을 싫어하는지 분명히 알 수 있지만, 무엇을 진정으로 좋아하는지는 알기 힘들다. 가고 싶지 않은 식당은 쉽게 피할 수 있지만, 정말 가고 싶은 곳을 선택하기는 어렵다. 싫어하는 사람은 금방 알아채지만, 마음속 깊이 좋아하는 사람을 정하는 것은 훨씬 더 복잡하다. 삶의 많은 순간을 이러한 명확한 싫음과 애매한 좋음 사이에서 보내다가, 결국 후회하며 마감하는 것이 인간 존재의 아이러니다.

역설적으로, 자신을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늘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다만, 모른다면 철저하게 모르는 상태에 도달해야 한다. 인간 존재를 이해하는 전통적 지혜에 따르면, 철저한 무지와 뼈저린 고통 속에서야 비로소 깨달음이 찾아온다. 세상이 꿈을 꾸는 것처럼 느껴지고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보이는 순간,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조금 더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내면을 이해하는 과정은 단순히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기분과 정신 상태를 통해 감각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잠시나마 정신이 편안하다면, 그 순간이 바로 본성과 연결된 순간일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본성을 찾는 길은 외부 조건이나 타인의 도움만으로는 완전히 확보할 수 없다. 타인은 우리에게 길을 안내할 수는 있지만, 최종적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는 경험은 철저히 개인적인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모든 삶의 순간에서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이 아프거나 불편할 때는 잠시 조용한 곳에 머물러 가장 편한 자세로 쉬는 것이 좋다. 잠을 자도 좋다. 물론 이때 타인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되며, 나 자신을 돌보면서 동시에 조화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루 중 최소 1시간 정도는 머리로 생각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가슴으로 자신을 느끼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작은 공원의 벤치, 지하철 의자, 빌딩 옥상 어디든 상관없다. 단지 가슴이 원하는 대로 쉬거나 활동하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의 울림을 느낀다면, 그것이 바로 나의 본성과 연결된 순간이다.

인간 존재는 영, 혼, 마음, 육신으로 구성된다. 영은 우주적 신성과 연결되는 통로로서, 인간의 근원적 잠재력과 직관을 담고 있다. 혼은 3차원 세계 속에서 형성된 가치관, 신념, 인성, 행동양식의 종합체이다. 마음은 혼의 설계도에 따라 실제로 생각과 감정을 생산하는 장치이며, 육신은 그 생각과 감정을 외부 세계에 전달하는 운송수단이다. 몸에는 마음과 생각이 자주 머문 흔적이 습관과 버릇으로 기록된다.

현대인을 정신적으로 힘들게 하는 근본 원인은, 영이 혼잡한 세상의 소음 속에 갇혀 혼과 단절되는 데 있다. 이 상태에서 인간은 영적 경험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혼과 마음이 외부 세상의 영향을 그대로 받아 살아가게 된다. 여기에 과거 경험의 부산물인 에고라는 가상의 운영자가 등장하여 인간을 조종한다. 에고의 지배 아래 살면 자기분열이 일어나기 쉽다. 혼이 가진 본래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이 약화되고, 세상이 강요하는 가치관이 마음속 설계도에 끼어들면 생각과 감정은 불량품이 생산되어 혼란에 빠진다. 이러한 혼란은 몸에도 영향을 미쳐 병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진정한 자기실현과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혼이 에고의 영향권을 벗어나 영과 연결되어야 한다. 에고는 시끄러움이 특성이기 때문에 영으로 접속하려면 차분하고 고요한 심신의 환경이 필요하다. “Be still, and know that I AM God, 가만히 있어라. 그리고 내가 하나님임을 알라(시편 46: 10)”라는 구절은 차분함 속에서 신의 통치를 인정하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영을 통한 우주적 신성과의 연결은 혼의 설계도를 안정시키고, 마음 공장에서 일관된 생각과 감정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몸은 평화와 건강을 맛보며, 인간 존재의 네 층(영, 혼, 마음, 육신)이 하나로 통합된다. 사랑, 풍요, 건강, 평화, 조화와 같은 신성의 가치는 혼의 프로그램으로 정착되며, 마음과 몸을 통해 현실화된다.

결국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는 고통과 혼란은 영적 본성을 잃은 상태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삶의 매 순간마다 편안함을 선택하고, 가슴으로 자신을 느끼는 시간을 확보하며, 영과 혼, 마음과 몸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치유와 성장의 길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본성을 조금씩 이해하고, 에고적인 삶 속에서 감추어져 보이지 않았던 찬란한 세상의 진면목을 더 깊고 풍요롭게 경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