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자. 남의 돈으로 자아실현하는 빌런으로부터
일은 일같이 하는 상식에 대해서
건설 매니저 일을 하면서 업무적으로 얽히는 사람들 중에는 여러 성가신 타입이 있다. 그중 가장 순수악에 가까운 타입을 꼽자면 '남의 돈으로 자아실현' 하는 부류를 꼽고 싶다. 특히 약간이라도 예술이나 감각에 관련된 일, 즉 취향 타는 결과물을 내놓는 분야에 중에 이런 부류들이 많다.
이 문제 제기에 약간 의아해하실 분들이 있을 것이다. 일로써 자아실현을 한다는 그 태도는 얼마나 바람직한가. 그렇다. 자기 자본과 자원으로 자아를 실현하면 그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부류는 남의 자본을 사용하는 일이나, 동료와 용역의 인력을 동원해야 하는 분야에서 자꾸 자아를 실현하려고 하니 문제가 생긴다.
물질적인 폐해는 역시 비용의 낭비다. 이 비용은 자금뿐만 아니라 시간과 인력의 기회비용이 포함된다. 기획, 재무, 운영 파트와는 필연적으로 척을 진다. 프로젝트의 진척과 의사결정에 걸림돌이 있다면 반드시 '남의 돈으로 자아실현'하는 부류가 끼어있다.
그가 최종 의사결정권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문제의 부류는 꼭 그 의사결정 라인에 끼어서 자원을 낭비시킨다. 그가 유능하기라도 하면 그나마 한 번에 통과하지만 무능하기까지 하면 최종 결정권자가 결정을 뒤집어 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그러다 보니 프로젝트 참여자들과 감정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당연하다. '남의 돈으로 자아실현'하는 부류는 높은 확률로 워커홀릭이다. 그리고 그들 중 상당수는 참여자들에게 자신과 같은 업무 강도를 강요한다. 하지만 그들은 일=생활인 부류다. 자연스럽게 자신 외에 주변은 이 일에 진심이 아니라고 원망하기 시작한다.
설상가상으로, 일로 자아를 실현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에 자신의 자존감이 연계되어 있다. 일이 마음대로 안 풀리면 대번에 감정적으로 돌변해 주변을 괴롭힌다. 일 때문에 잠이 안 온다거나, 일로 인해 감정이 상해 주변에 화풀이를 해본 경험은 사회인이라면 누구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 빈도가 지나치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주변에 화풀이를 하는 것은 다반사고 결국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 않자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경우도 있었다.
자신의 분야와 일로 자아를 실현하는 삶은 매우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 범위가 자신의 가용자원으로 한정되거나 주변에 충분히 동의를 얻는다는 전제 하에서다. 업무의 목표와 방향을 왜곡시키거나, 동료들을 고통스럽게 만든다면 그 '자아실현'은 매우 이기적인 자기변호일 뿐이다.
직장에서는 프로페셔널하게 출근의 목표를 약간은 조정할 필요가 있다. 내가 탄 배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그 과정에서 내가 너무 힘주어 노를 저으면 배의 방향이 엉뚱한 곳으로 틀어지지는 않는지 항상 반성하면서. 또한 주어진 업무를 훌륭히 수행하며 이 분야의 귀감이 되는 분의 말씀을 우리는 때때로 상기할 필요가 있다.
'난 돈만 받으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