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감시하다

강박적인 자기 통제

by 원 won

나는 강박이 심하다


강박증이라는 말을 붙여도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누가 들으면 분명 이상하다고 생각할 것 같아서 말하지 못하는 다양한 강박 행동들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며 매일 몰래 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 적어보려 하는 것은 나의 강박 행동에 대한 것이 아니다.



국어사전에서 정의하는 '강박'의 의미 중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어떤 생각이나 감정에 사로잡혀 심리적으로 심하게 압박을 느낌.'


내가 오늘 말하고자 하는 강박은 바로 이것이다.

나를 끝없이 의심하며 나를 괴롭히는 내 안의 감시자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불안이 높은 나는 사람을 잘 믿지 못한다.

가족을 믿게 된 지도 오래되지 않았으니, 가족이 아닌 지인들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겠다.

그중에서도 가장 못 믿는 사람은 다름이 아닌 나 자신이다.


나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채찍질을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이게 정말 너의 최선이야?'

'꾀병 부리지 마.'

'안 죽어. 더 해.'

'뭘 했다고 쉬고 있어?'

'이렇게 살면 안 돼.'

'왜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어. 열심히 한 거 맞아?'

'너 때문에 지금 몇 명이 피해를 보는 거야.'


적다 보니 이건 그냥 학대다.

절대로 누군가에게 해서는 안 되는 강도 높은 폭언들이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아니 실은 1분에도 몇 번씩 한다.

정확히는 따로 생각할 필요도 없을 만큼 뇌리에 박혀있어서, 하루 종일 '나 학대하기' 공장이 돌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가끔 억울할 때도 있다. 참고 참아서 이런 생각들을 하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타격은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저히 감시를 그만둘 수는 없다.

통제를 그만두면 내가 완전히 무너질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나에 대한 불신이 큰 만큼 그 불신에 대한 확신도 매우 크다.

그 확신을 가지고 늘 나를 감시한다.

보호하는 척 보초를 수백 명 세워두고 감금해 둔다.

한 명의 보초라도 사라지면 바로 도망갈 게 뻔하다고 믿으니까.



나를 가장 잘 아는 것은 나 자신이다.

나를 가장 편견 없이 볼 수 있는 것도 나 자신이다.

그렇기에 나를 가장 욕할 수 있는 것도,

나를 아무 이유 없이 그저 사랑해 줄 수 있는 것도,

그저 나 자신이다.


그런 내가 스스로에게 폭언을 퍼붓고 있으니, 숨이 막혀오는 것도 너무 이해가 된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한 치의 거짓도 없이 모든 걸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나를 매일 욕하고 못마땅하게 여기는 삶이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냥 좀 내 편이 되어주면 안 될까?


'힘들었구나. 고생했어.'

'이만하면 됐어. 넌 최선을 다했어.'

'난 너를 믿어.'


그냥 응원해 주면, 믿어주면 안 될까?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 곁에서 지지해 주더라도 스스로를 믿지 못하면 점점 외로워진다.

스스로에게 당당하지 못하니, 남들 앞에선 당연히 더 위축되기 때문이다.


뭘 그렇게 대단하게 키워내겠다고 나를 압박하며 살아가는 것인지.

그 모든 것이 지금 당장의 내 삶, 내 행복보다 중요한지.


천천히 생각해 보면 답은 딱 하나다.

이 모든 것은 절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

전부 '두려움'이라는 존재에게 잡아먹혀서 홀린 듯이 나를 세뇌시킨, 그렇게 세력을 키워간 '불안'의 것이다.



물론 말은 쉽다.

말은 정말 쉽다.

모든 것은 그저 불안에 의한 자기 통제일 뿐이다.

머리로는 이해가 된다.

실행이 어려울 뿐.


그럴 때 이 글을 자주 꺼내보려 한다.

그를 통해 단 1초라도 나에게 작은 위로와 사과, 그리고 믿음의 조각을 건넬 수 있다면,

그렇게 숨 쉴 틈을 잠시나마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그 시간들은 결국 모여서 나를 언제나 받쳐주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나 자신을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언젠가의 그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고, 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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