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나에게 줄 수 있는 휴식

by 원 won

나에게는 오래된 불안장애가 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몹시 불안하다. 자주 불안하지만 이렇게 특히 더 불안한 날이 있다. 그래서 적어보려고 한다. 너무나도 불안할 때 뭘 하면 조금의 평화를, 잠깐의 휴식을 얻을 수 있는지. 미래의 나를 위한, 누군가를 위한 몇 가지 꿀팁이 되기를 바란다.



불안이란 온전히 미래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물론 과거의 경험 때문에 미래를 불안해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결국엔 어떤 이유에서건 다가올 미래가 뭔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 같을 때 우리는 불안해진다. 지금 나 같은 경우에는 최근 심해진 신체화 증상으로 인해 불안이 올라왔고, 신체화 증상과 불안이 계속될까 봐 두려워서 또 불안이 심해지고 있다. 한마디로 내 몸은 현재 방 안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내 정신은 미래에 가 있다는 얘기다.


이렇듯 현재를 뒤로 하고 정신이 미래로 먼저 가버리면 그대로 불안이 내 머리를 점령해 버린다. 그걸 알면서도 왜 이러고 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약을 먹고 상담을 받으면서 치료 중인 것이다. 그러니 나는 그냥 오늘 하루, 지금 당장 힘든 순간만을 견디면 된다.


지금처럼 불안할 때 내가 주로 사용하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모든 방법이 매번 통하지는 않는다. 그때그때 특히 더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그 방법들은 다음과 같다.




1. 모든 감각들을 정신없이 괴롭힌다.


보통 가장 힘들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가장 오래전부터 사용 중인 방법이기도 하다. 나는 기본적으로 조용히, 가만히 있는 것을 힘들어한다. 그럴 때면 불안과 우울이 자꾸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악감상이던, 드라마던, 게임이던, 뭐든 한 가지라도 쉬지 않고 계속한다. 그리고 힘들수록 더 많은 행동들을 동시에 한다. 가령 드라마를 보며 게임을 한다거나, 음악을 들으며 스도쿠를 한다거나. 많이 힘들 땐 주로 세 가지 행동을 동시에 하고 가장 심할 땐 네 가지도 해봤다. 이렇게 머리, 손, 눈, 입, 귀를 사정없이 괴롭힌다. 그러면 도저히 불안할 틈이 없다.

하지만, 이 방법을 썩 추천하진 않는다. 나도 이건 응급 상황일 때만 하려고 노력 중이다. 왜냐하면 이렇게 한바탕 몇 시간만 지내도 진이 다 빠지기 때문이다. 모르긴 몰라도 왠지 모르게 수명이 짧아지는 기분이다. 아무래도 압축적으로 시간을 사용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그럼에도 이 방법을 첫 번째에 적은 이유는, 분명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 방법뿐인 날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당장 너무너무 불안하다면 일단은 그 시간을 어떻게 해서든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 돈을 쓴다. 또는 아이쇼핑을 한다.


나는 호기심도 많고, 좋아하는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많다. 그래서인지 불안하거나 우울할 때면 자꾸 뭔가를 사고 싶어진다.

일단 최근 들어 필요하거나 특히 갖고 싶던 물건이 있었는지 생각해 본다. 대신 현실적으로 구매가 가능한 물건 이어야 한다. 그때그때 지갑 사정에 따라 음질 좋은 스피커일 때도 있고 작은 스티커 한 조각일 때도 있다. 어쨌건 뭐든지 내가 기분이 무조건 좋아질 수 있는 무언가를 떠올린다. 떠오르지 않는다면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려보고 그에 맞는 장비나 사치품들을 생각해 본다. 그럼에도 갖고 싶은 게 없다면 예산으로 잡을 금액을 인터넷에 검색해 본다. '3만 원대 추천' 이런 식으로 검색하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사기 위해, 혹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선물을 사기 위해 올린 다양한 글을 볼 수 있다. 유튜브에서 쇼핑 후기 영상들을 검색해 보는 방법도 있다. 그럼 갖고 싶은 것 하나쯤은 생길 것이다.

그때부터는 폭풍 검색의 시간이다. 무조건 산다고 생각하고 그 물건에 대해 다방면으로 검색을 한다. 쇼핑을 할 땐 내가 보고 있는 모든 물건이 다 나의 소유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구경하다 보면 어느샌가 불안은 사라지고 그 물건을 가질 생각에 들떠있는 나를 볼 수 있다. 실제로 구매까지 이어지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불안이 덜어진다는 목적은 달성했으니까.


3. 음악을 듣는다.


음악을 좋아할수록 잘 통하는 방법일 것이다.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음악으로 돈을 벌며 살아가는 것이다. 음악을 아주 많이 사랑한다는 뜻이다. (힘들 때 음악을 듣기 위해 몇 달간 용돈을 모아 고급 헤드폰도 구비해 두었다.) 음악 감상을 좋아한다면 아마 감정에 따라 듣는 노래들이 나름 정해져 있을 것이다. 나는 불안할 때 듣는 곡들이 몇 가지 있다. 그중에도 종류가 나뉜다. 가사가 위로를 주는 음악, 그 자체가 아름다워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음악, 그리고 내가 그 음악을 들었을 당시 정말 평안하고 행복했던 음악, 이렇게 세 종류다. 나에게는 특히 마지막 세 번째에 해당하는 음악이 효과가 좋다.

어렸을 때 즐겨 하던 게임의 배경음악, 인생 드라마의 ost, 가장 행복했던 시절에 제일 좋아하던 노래. 음악은 신기하리만큼 나를 그 시절로 데려다준다. 그 시간에 잠겨있다 보면 마음이 조금은 평안해질 것이다.




그 외에도 맛있는 음식 먹기, 산책하기, ASMR 듣기, 무대 영상 보기, 낮잠 자기, 운동하기, 춤추기, 그림 그리기, 퍼즐 맞추기, 웹툰 보기, 독서 등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모두 하나하나 설명하고 싶지만,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일단 가장 자주 사용하는 방법 세 가지만 적어보았다.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와 맞닿아있는 행동을 함으로써, 내 정신을 미래에서 현재로 끌어오는 것이다. 여차하면 미래가 아닌 아예 다른 세계로 데려가 버리는 것도 괜찮다. 가령 드라마나 영화를 본다던가. 어쨌든 그 불안한 미래에 정신이 머무르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래 머무를수록 불안은 계속해서 증폭될 뿐이다. 불안이라고 적어두었지만 우울할 때 써먹어도 한 번씩 효과를 볼 수 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우울할 때 사용하기 좋은 방법에 대해서도 몇 가지 적어보겠다.


의학적이고 전문적인 지식들은 아니다. 그저 내가 반평생을 불안하게 살아오면서 터득해 온 나름의 생존 방법들일 뿐이다. 하지만 나는 이 방법들에게 자주 구원받았다. 1초 만이라도 불안에서 벗어나 평안의 시간을 느낄 수 있다면 난 앞으로도 뭐든지 해볼 것이다. 내 소중한 순간순간을 위해.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어떤 힘든 순간에 있던지 부디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스스로에게 선사할 수 있는 작은 휴식을 꼭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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