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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Jan 02. 2021

다만 아빠였던 하루

새해 첫 날은 집에서 보냈다. 늦은 아침에 일어나 떡국을 먹고 점심엔 그럭저럭 해먹고 저녁엔 김밥을 싸서 먹었다. 주로 아내가 음식을 만들고 나는 설거지를 했다. 지난 주말에는 성탄절이 끼어 있어서 사흘을 내리 집에 있으며 아내는 주로 음식을 만들고 나는 설겆이를 했는데 이번주도 그렇게 하고있다. 새해 첫 날이라는 것보다, 두 아이들과 같이 집에서 보낼 사흘 중 하루였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종일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려면 상당한 수준의 인내력을 필요로한다. 오늘 오후에는 리원이가 다락 올라가는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다. 지네 오빠랑 뻔질나게 다락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놀더니 둘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계단을 내려오다가 오빠 발에 살짝 채이면서 굴렀다. 소파에 앉아서 그 장면을 아내와 나는 두 눈 똑똑히 보고 있었다. 아내가 소리를 질렀고 나는 몸을 날렸지만 중력가속도 속도가 더 빨랐다. 리원이가 계단에서 몸을 완전히 회전시키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리원이가 엄마 젖먹으며 기어다닐때 어느날 얘가 거실에서 사라져 찾았더니 계단을 기어서 오르고 있었고, 그 다음날엔 다 올라가 다락에서 꼼지락거리곤했었다. 그렇게 익숙한 계단에서 기어코 오늘 구른것이다. 늘 난간 잡고 다니라고, 계단은 한 사람씩 다니는거라고, 계단에서는 절대 장난치는거 아니라고 계단 오르고 내릴때마다 얘기를 했건만... 결국 굴렀다. 한바탕 난리가 났다.


아이들 웃음과 울음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서, 어떻게든 내 시간을 갖고 싶어 밤늦게 유투브를 봤다. 마케팅 전문가의 인터뷰였는데, 당장 SNS를 하라는 말이 팍 꽂혔다. 그래서 핸드폰 바꾸면서 지웠던 브런치를 다시 깔고 오늘의 나를 기록해본다. 오늘의 난, 다만 아빠였던듯. 그리고 내일과 모레도 그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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