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펜에서 가장 예쁜 카페, 브라운커피 뚤곡점

여행 트렌드의 변화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에는 ‘외국으로 나간다’는 것 자체가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다. 당시 여권을 발급받으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고, 해외여행은 극소수의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경험이었다. 지금은 믿기 힘들겠지만 1992년까지 외국으로 가는 사람들은 하루 동안 '소양교육(반공교육)'을 받아야 했다. 교육 내용에는 해외여행 시의 안보 위험, 방문국의 문화·관습, 여행 예절 등이 포함되었다.


여행 산업은 이후 경제 성장과 함께 폭발하게 증가했다. 이는 출국자 데이터를 통해 잘 보여준다. 1980년에는 약 35만 명이 해외로 나갔고,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에는 약 100만 명이 출국했다. 2005년에는 약 1,000만 명, 2016년에는 약 2,238만 명이 해외를 방문했다. 이어 2024년 상반기(1월~6월)에만 우리나라 국민 해외여행객 수가 약 1,402만 명에 달했다.


이에 따라 여행 트렌드도 꾸준히 변해왔다. 1990년대 초반에는 해외여행이 지금처럼 흔하지 않아 대부분 패키지여행을 선택했다. 항공편과 숙박, 식사, 관광 일정이 모두 포함된 패키지로 가이드가 동반되었다. 가이드는 현지에서 오래 살던 교민들이 대부분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인터넷과 온라인 예약 시스템이 보급되자 자유여행과 맞춤형 여행이 크게 늘었다. 2025년 현재는 여기서 더 발전하여 체험과 경험 중심의 여행이 주류가 되었다. 또한 영화 속 장소 방문, 한 달 살기, 유명인의 발자취 따라가기 등 다양한 형태의 여행이 생겨났다. 소도시 여행도 증가하였으며 특정 음식을 맛보는 테마 여행도 증가했다.


테마 여행 중 하나는 '카페 투어'이다. 이것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게 아니라, 그 공간이 가진 감성과 스토리를 경험하는 여행이다. 해외에서 표준적인 맛을 원한다면 스타벅스가 낫다. 한국인의 입맛이 딱 맞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최소한 중급 이상의 품질은 보장할 수 있다. 하지만 카페 투어에서 스타벅스에 가기에는 뭔가 아쉽다. 스타벅스는 전 세계에 있고 한국에도 많으니까. 굳이 외국에서까지 스벅을 갈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좀 더 색다르고 이국적이며 '여행을 왔다'라는 느낌을 받기 위해서는 다른 곳을 가야 한다. 요즘 여행자들은 '근사하고 멋진 인스타각'이 나오는 카페에 가는 것은 필수이다. 캄보디아에서도 카페 투어를 할 수 있다. 거기 유적지 말고 뭐가 더 있나? 라고 생각했다면 오산.

여행 트렌드의 변화(이미지 챗gpt)



캄보디아의 카페 문화

프랑스 식민지 지배를 겪었던 나라들 가운데에는 커피 문화가 발달한 곳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베트남이다. 베트남을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대도시든 지방이든 길가의 작은 목욕탕 의자에 둘러앉아 연유 듬뿍 넣은 베트남식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캄보디아도 겉보기에는 비슷하다. 로부스타 원두에 연유를 넣어 달콤하게 마시는 방식은 베트남과 닮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보디아는 베트남과 닮은 듯하면서도 다른 독자적인 카페 문화를 만들어냈다. 베트남이 활기차고 북적이는 분위기라면, 캄보디아는 느긋하고 조용하다. 또 베트남에서는 사람들이 작은 의자에 앉아 오랫동안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나눈다면, 캄보디아는 비닐봉지나 투명 플라스틱 컵에 커피를 담아 이동하는 사람이 더 많다. 베트남이 ‘앉아서 즐기는 문화’라면, 캄보디아는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즐기는 음료'이다.


내가 처음 캄보디아를 방문했던 2016년에는, 프놈펜 곳곳에서 눈에 띄는 카페는 영국계 체인인 Costa Coffee 가 많았다. 이밖에도 다른 외국계 브랜드가 중심이었고, 로컬 카페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캄보디아 경제가 눈에 띄게 성장하면서, 카페 시장도 완전히 달라졌다. 자국 내 커피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로컬 브랜드의 탄생이다. 대표적으로는 Brown Coffee와 Tube Coffee다. 두 브랜드는 2020년 이후 급속도로 성장하여 현재는 캄보디아 카페 시장의 '양대 산맥'이다. Brown Coffee는 고급으로 가족 단위 손님이 많다. 브런치를 먹으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고, 인테리어도 안정적·편안한 분위기를 선호한다. 반면 Tube Coffee는 훨씬 젊고 역동적이다. 대학생·직장 초년생들이 가볍게 만나 대화를 나누거나 과제를 하는 모습이 흔하다. 가격대도 비교적 부담이 적어, 말 그대로 젊은 감성이 중심이 되는 공간이다.


또 다른 변화는 감성적인 개인 카페의 등장이다. 이들 감성 카페에서는 로스터리를 직접 운영하거나, 캄보디아산 커피 원두를 활용해 새로운 맛을 보여준다. 작은 골목의 카페 하나에도 각자의 콘셉트가 있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발견하는 재미’가 생긴다. 독특한 테마의 카페도 생겨났다. 프놈펜에 있는 Co & Bloom Coffee는 식물과 유리창, 도시 풍경이 어우러진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랑한다. Java Creative Cafe Toul Kork는 예술 갤러리와 함께 운영된다.

캄보디아의 개인 카페 (이미지 https://www.freemalaysiatoday.com)



브라운커피(Brown Coffee) 뚤곡점

오늘 소개할 곳은 외국인 여행객에게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지 젊은 층 사이에서는 이미 ‘감성 카페의 성지’로 불리는 곳이다. 바로 '브라운 커피 뚤곡점(Brown Coffee Toul Kork)'이다. 뚤곡은 프놈펜 시내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지역으로, 여행자보다 소득 수준이 높은 현지인들이 많이 사는 부촌에 가깝다. 길을 걷다 보면 람보르기니 같은 고급 스포츠카가 스쳐 지나가고, 영화 기생충에 나올 법한 큰 주택들이 이어진다. 자연스럽게 괜찮은 식당과 카페도 이 근처에 모여 있다.


이곳을 처음 왔을 때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여기는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공간을 파는 곳이다.” 캄보디아의 분위기를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담아낸 장소 중 하나이다. 외관은 전통 목조 가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느낌이고, 내부는 모던하면서도 따뜻하다. 알고 보니 여기는 캄보디아를 대표하는 건축 스튜디오 HOKKANG Architects의 작품이었다. 그래서인가. 곳곳에 숨어 있던 디테일이 더 잘 보이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나무를 넉넉히 사용해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고, 높은 천장 덕분에 답답함 없이 탁 트여 있다. 지붕은 살짝 기울어진 경사를 줘서 전통 주택의 느낌을 살렸다. 전체적으로 모던하면서도 따뜻하다. 카페 한가운데 있는 큰 테이블은 캄보디아 전통 실크 직조기(베틀)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고 한다. 조명은 닭장 형태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하는데, 실제로 보면 어색하지 않고 감각적이다. 벽면에는 나무를 활용해 라테 아트처럼 곡선을 살린 장식도 있다. 이러한 작은 요소들이 모여 공간을 훨씬 부드럽고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뚤곡점은 ‘Brown Roastery TK’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크기도 일반 매장보다 훨씬 크고 넓다.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는 일은 단순한 소비라기보다, 공간을 즐기고 머무는 경험에 가깝다. 전통과 현대가 적당히 균형을 이룬다. 즉 캄보디아라는 지역적 특성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세련되게 재탄생된 곳이다.

https://maps.app.goo.gl/kjiuubYipAwwGq2T8



독특한 시그니처 메뉴

이곳은 평일 낮에는 조용한 편이다. 노트북을 펼치고 일하는 프리랜서나 현지 직장인들이 눈에 띈다. 하지만 주말만 되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가족, 연인, 친구 단위 손님들이 몰려들면서 오전 10시부터는 자리가 거의 없다. 특히 창가 자리는 햇살이 예쁘게 들어오기 때문에 항상 먼저 찬다. 브런치를 즐기러 오는 사람이 많은데, 다들 가볍게 샐러드나 샌드위치를 곁들여 커피를 마신다. 조용히 책을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오후 3시 이후가 적당하다.


브라운커피는 캄보디아 현지 브랜드지만, 가격대는 프리미엄급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 약 2.5달러, 라테나 시그니처 메뉴는 3~4.5달러 수준이다. 브런치 세트는 6~8달러 정도이고, 디저트류도 2~4달러선이다. 현지 물가를 생각하면 비싼 편이지만, 공간의 품질이나 커피의 맛을 생각하면 납득이 가는 가격이다. 그래서 프놈펜에서도 어느 정도 여유 있는 중산층, 혹은 외국인 거주자들이 자주 찾는다.


브라운커피는 메뉴 개발도 잘하는 편이다. 클래식한 메뉴 외에도 독특한 시그니처 음료가 많다. 만약 이곳에 온다면 코코넛 콜드브루 라테를 먹어보자. 진한 콜드브루에 코코넛 밀크의 고소하고 달큼한 맛이 어우러져 무척 매력적이다. 이국적인 느낌도 나고, 입안에 감도는 여운도 길다. 디저트로는 코코넛 케이크나 패션푸르트 치즈케이크가 좋다. 달지 않으면서도 풍미가 깊고, 커피와도 잘 어울린다. 스파게티, 오믈렛 등도 있어 식사도 할 수 있다.

Brown cofee TK점으로 캄보디아 전통 지붕의 모습이다 (출처 https://www.raintreecambodia.com )
캄보디아 전통 양식의 모티브
넓은 야외 테라스도 있다



카페, 그 이상의 공간

프놈펜에 며칠 머물 예정이라면, 하루쯤은 계획을 비워두고 이곳에서 느릿하게 아침을 시작해 보는 것도 좋다. 좋은 자리에 앉으려면 조금 서둘러야겠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커피 한 잔과 함께 펼쳐지는 나뭇결, 통유리 너머의 햇살, 테이블 위에 놓인 사람들의 대화와 웃음. 이 모든 것이 브라운커피 뚤곡점이 주는 특별한 매력이다. 커피가 아닌, 공간을 마시는 경험이랄까. 그래서 나는 이곳을 좋아한다.


브라운 커피는 현지 문화를 디자인으로 해석해 낸 대표적인 브랜드다. 뚤곡점은 그 철학이 가장 잘 드러난 공간 중 하나다. 전통을 고스란히 담되, 세련된 방식으로 풀어낸다. 만약 프놈펜에 일주일 이상 거주한다면 K Mall이나 Park Mall 등 브라운 커피 다른 지점도 방문해 보자. 캄보디아 전통 양식을 현대 카페 문화로 풀어낸 모습이 인상 깊다.

이미지 https://www.raintreecambodia.com/news/


작가의 이전글종교, 스스로 선택하는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