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중국을 뛰어넘을까? 인도 여행에서 느낀 비효율

인도는 중국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예전의 인도는 요가와 명상의 나라, 신비의 나라였다. 10년 전부터는 중국을 잇는 나라라는 인식이 강하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많은 기업들이 인도에 투자하고, 인도 관련된 기사가 연일 쏟아진다. 앞으로는 미국, 중국에 이어 인도가 G3가 될거라는 분석도 많다. 이것들만 보면 밝은 미래만 있을 것 같은 인도다.


얼마 전 유튜브 경제 방송에서 인도 전문가가 나와 ‘인도가 중국을 뛰어넘기 힘든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는 것을 보았다. 그 이야기는 그간 우리가 막연히 기대해 왔던 ‘차세대 제조 대국 인도’라는 환상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것인지 깨닫게 해주었다. 우선 1인당 국민소득이 극명하게 차이 난다. 인도는 아직도 2,000달러 수준인데, 중국은 이미 1만 달러를 넘어섰다. 인도는 겉으로 보면 인건비가 싸 보이지만, 실제로 공장을 세우면 상황은 훨씬 복잡하다. 도로, 전기, 통신 등 기초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고, 숙련된 노동력도 부족하다. 이 때문에 물류비, 관리비 등이 계속 증가하고, 결국 생산 단가는 중국 대비 95% 수준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즉, 싸다고 덜컥 투자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MIT 공대 같은 명문 학교도 있고, 교육열도 있다고들 하지만, 이것은 말 그대로 극소수의 이야기다. 인도의 도시 외곽이나 시골에 가보면 아직도 19세기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과거와 현재, 심지어 미래까지 한 공간에 공존하는 듯한 풍경. 여기에 카스트 제도와 종교적 관습이 여전히 사람들의 행동과 사고방식을 제약하고 있다.


인도 정부도 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Make in India'라는 국가 캠페인을 통해 제조업을 키우려 노력 중이다. 각종 규제를 없애고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잘 풀리지 않는다. 오히려 제조업을 뛰어넘어 바로 서비스 산업으로 직행하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인도는 과거와 달리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래의 중국’이라는 표현은 조금 어색하다

stf1saiayg4zsd0xpkqj.png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인도의 모습 (perplexity 생성)




인도를 여행하며 느낀, 뼈저린 비효율성

나는 인도를 지금까지 세 번 다녀왔다. 인도라는 곳은 호불호가 아주 강한 곳이다. 나처럼 마니아(?)가 되어서 여러 번 가는 사람도 있지만, 한번 갔다 오고 손사래를 치면서 절대로 안 가는 사람들도 많다. 마니아들은 인도의 넓은 대륙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문화, 수많은 유적지, 인도인들의 특유의 넉살좋은 미소를 좋아한다. 반면 싫어하는 사람들은 지나친 호객행위, 불편한 인프라, 각종 성추행(?), 청결함의 부족 등을 꼽는다. 하지만 인도는 단순히 여행자 입장에서 벗어나 관찰자로서도 흥미가 많은 곳이다. 그래서 역사나 문화 등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다. 몇 년 전에는 인도를 경유하면서, 그 나라가 가진 비효율성을 극명하게 느끼게 되었다.


첫 번째는 공항에서 경유할 때의 일이다. 2023년 코카서스 3국(조지아,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을 여행하는 일정으로 여행을 했다. 방콕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인도 뭄바이 공항을 경유하게 되었다. 우선, 시작 절차부터 놀라웠다. 수하물 검사장 앞에는 와이파이 코드를 받을 수 있는 기계가 있었는데, 분명 불은 들어와 있었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있다. 문제는, 이어진 환승 안내 시스템이었다. 각 비행기의 도착 승객들을 대상으로 '방콕', '호찌민', '자카르타'를 외치며 사람들을 수작업으로 분류하고 있었던 것이다. 단 하나의 표지판조차 없이, 오로지 직원이 부르는 소리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A4 용지에 경유지를 적어서 사람들을 오라고 하면 편할 텐데? 수하물 스캔 시스템도 어이없었다. 총 4대 중 1대만 가동 중이었고, 줄은 길어지고 사람들은 지쳐갔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이 시간대면 몇 명의 환승 승객이 오니 몇 대를 가동해야 한다”라고 계획을 세우겠지만, 인도에서는 ‘일단 1대 켜놓고 상황을 봐가며’ 방식이 익숙한 듯했다. 속도가 너무 느려 다른 외국인들도 불만을 터뜨렸고, 그제야 옆 기계를 하나 더 켰다. 놀라운 건 직원 수가 10명 정도였다는 점이다. 모두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무도 놀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업무 효율은 마치 2명이 일하는 수준이었다. 마치 '전 세계 비효율 대회'라도 열린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중학생을 훈련시켜서 일을 해도 이보다는 2~3배는 빠를 것 같았다.


두 번째는 공항 내에서 와이파이를 이용할 때 생긴 일이다. 어찌어찌 환승 게이트를 통과해서 면세점으로 들어왔다. 나는 줄 초반부에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아마도 늦게 온 사람들은 시간이 부족했을 듯싶다. 시계를 보니 아직 1시간 정도 시간이 있었다. 면세점을 둘러보다 와이파이 사용을 시도했다. 대부분의 나라의 공항에서는 무료 와이파이를 1시간 정도는 사용할 수 있게 하는데 여기는 아예 그런 것이 없다. 인프라가 열악하다. 대신 직원이 한쪽 안내 데스크에서 45분 사용 가능한 코드를 나눠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코드 하나 받기 위해 줄을 서 있었고, 나도 뒷줄에 서 있었다. 그런데 줄이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알고 보니 한 사람당 무려 5분이나 걸렸다. 여권과 탑승권 확인을 넘어, 아마도 뭔가를 입력하고 확인하고 다시 기록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듯했다. 마치 군사 기밀문서라도 배포하는 듯했다. 이미 몇몇 사람은 나처럼 와이파이 코드를 받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돌아갔다.


아주 중요한 서류를 체크하거나 확인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주는 것뿐인데 한 사람당 5분씩 시간이 걸릴 일이 있을까? 여권과 탑승권 확인만 하고 비밀번호가 적힌 종이를 건네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렇게 일을 한다면 어떻게 나라가 굴러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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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여기선 그게 곧 일상이다

빨리빨리 정신(?)의 한국인들이야 세계 어느 나라 가든지 느리고 답답하다고 느끼는 경우는 많다. 인도는 그 답답함을 더 느끼게 하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사업을 하거나 비즈니스를 한다면 어떨까. 문득 생각을 해보면 처음부터 딱 막혀온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인도 뉴델리에서 작은 사무실을 차리려는 한국 지인이 있었는데, 전기 연결하는 데만 거의 한 달이 걸렸다. 처음엔 전기국에 서류를 내고, 다음엔 담당자 사인을 받고, 또 그 위에 있는 상급자의 확인을 받아야 했다. 그러고도 정작 전기기사가 언제 올진 아무도 몰랐다. 전화해서 물어보면 "“내일 갑니다.” “죄송합니다, 모레 갑니다.” “다음 주엔 확실히 갑니다.” 이게 계속 반복됐다. 이쯤 되면 단순히 느린 걸 넘어서, 시스템 전체가 효율보다 ‘사람’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이 든다. 한국처럼 프로세스대로만 움직이는 게 아니다.


또한 규제도 심하다. 인도는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제도를 시행하려 해도, 중앙정부뿐 아니라 각 주 정부, 지방 자치단체, 때로는 마을 원로나 노조, 지역 정치인까지 설득해야 한다. 중앙에서 명령을 내리면 바로 지방 말단 조직까지 바로 시행되는 중국과는 완전히 다르다. 한 번은 외국계 회사가 작은 창고 하나를 짓기 위해 마을 촌장님에게 ‘의견 청취'를 3번이나 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형식상 동의만 받으면 되는 일이었는데, 그 마을 사람들 눈에는 “외국 기업이 와서 자기 땅을 차지한다'라고 생각을 하였다. 결국 마을에 발전기금이라는 명목아래 엄청난 뇌물 아닌 뇌물을 내고서야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인도식 협상이다.


만약 사업을 하다가 법정 분쟁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인도 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을 모두 해결하려면 수백 년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안드라프라데시 고등법원 판사 V. V. Rao는 “3,128만 건의 미처리 사건을 현재 속도로 처리하면 320년 걸린다”라고 했고, Cato 연구소도 비슷한 계산을 내놓았다. 실제로 콜카타 고등법원에는 50년 넘게 미해결 된 사건도 있다. 승소를 기다리다가 죽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 인도식 사법이다.


사회 구성원 간 신뢰가 부족하다는 것도 큰 문제다. 이런 농담이 있다. 한 사람이 아파서 병원에 갔다. 누군가 물었다. “왜 병원에 가죠? 병원도 믿을 수 없잖아요.” 그러자 그는 대답했다. “의사도 먹고살아야죠.”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갔다. 다시 물었다. “왜 약국에 가요?” 그는 또 대답했다. “약사도 먹고살아야죠.” 그런데 결국 그는 약을 먹지 않고 버렸다.또 누군가가 "왜 약을 안 먹어요?" 라고 묻자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나도 살아야죠.” 약도, 약국도 믿을 수 없으니, 자기 자신만 믿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러다 보니 사람들은 믿지 못하고 철저히 나, 가족, 가문, 집안 중심으로 사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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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여전히 밝다

인도는 앞으로 갈 길이 많은 나라이다. 인프라는 열악하고 빈부격차는 심하다. 카스트 제도가 폐지된 지가 70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 행정 처리는 느리며 부패가 심각하다. 법원이 해결해야 하는 법률 사건을 모두 처리한다면 120년이나 걸린다는 것이 빈말이 아니다. 규제가 많아서 행정 허가를 하나 받기 위해서는 수년이 걸리기도 하고 중간에 지급해야 하는 뇌물도 많다. 국내 SK가 인도에 공장을 세우려고 몇 년 시도했다가 무산된 사례는 이미 유명하다.


위에서는 많은 단점을 나열했지만, 나는 인도라는 나라를 쉽게 단정 짓지 않는다. 우선 수천 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또한 힌두교, 불교, 자이냐 교 등 수많은 사상들이 인도에서 나왔으며 그 영향력은 오늘날까지도 미치고 있다. 인구수도 14억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사람들의 교육열도 한국 못지않다. 온 집안이 공대에 들어가기 위해서 경쟁하는 모습은 한국의 의대 열풍보다 더 하다. 현재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도계 인재들도 많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 그리고 미국 부통령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까지


분명한 것은, 인도는 더 이상 과거의 인도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어쩌면 인도는 중국의 길을 따라가기보다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세계 경제의 핵심 국가로 부상할지도 모른다. 또한 지금의 비효율과 혼란만 보고 인도를 단정 짓기엔 이르다. 중국처럼 빠르게 성장하지는 않더라도, 타타 그룹은 자동차와 철강, IT 등 다양한 산업에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고 있고, 릴라이언스는 에너지와 통신 분야에서 혁신을 이어가며, 인포시스는 세계 곳곳에서 IT 서비스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14억 명에 달하는 방대한 인구, 젊은 인재들, 그리고 강한 교육열은 인도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타타 그룹, 릴라이언스, 인포시스 같은 기업들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이렇게 인도는 스스로의 길을 걸으며 언젠가 ‘결국 인도가 해냈다’는 평가를 받을 나라로 성장할 것이다.

unnamed.jpg 이미지 제미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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