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 왜 한국이 관광객이 사라졌을까?

이미 약발이 끝난 '꽃보다 청춘''

요즘 유튜브 등에서 "요즘 라오스엔 한국인들이 사라졌을까?"라는 영상을 많이 볼 수 있다. 썸네일을 클릭하고 들어가면 다들 하는 말이 비슷하다. 한때는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라고 불렸던 라오스이지만 지금은 한국인들이 많이 사라졌다고 말이다. 그러다 보니 현지에서 사업하는 사장님들의 한숨도 더 깊어졌다. 라오스에서 그 많던 한국인은 다 어디에 갔을까? 왜 한국인들은 더 이상 라오스를 찾지 않는 것일까?


라오스 여행 시작의 붐은 '2014년 꽃보다 청춘'이라는 예능을 통해서였다. 당시 청춘들이 라오스에서 즐기는 모습은 한국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리기 충분했다. 저렴한 가격에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친절한 사람들까지.. 기존에는 [동남아시아 여행]하면 베트남이나 태국밖에 모르던 한국인들이 라오스를 찾기 시작했다. 그 열풍은 한두 해로 끝나지 않았고 그 전성기는 2018년쯤 피크를 찍었다. 너도 나도 청춘들이 모두 라오스에 갔다. 수도 비엔티안에 내려서 독립문 빠뚜싸이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밴을 타고 방비엥에서 블루라군에서 다이빙을 하고 저녁에는 사쿠라바에 가서 몸을 흔들고, 루앙프라방에서는 오래된 사원들 속에서 고요함을 즐겼다. 시내에 한두 곳에 불과했던 한국 식당, 한국 물품점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전성기는 계속될지 알았다. 하지만 2020년부터 불어닥친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다른 나라는 물론이고 라오스로 가는 항공편도 막혀 버렸다. 2023년 이후 점차 관광산업이 재개되고 2024년부터는 대부분의 나라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왔지만 라오스는 그러지 못했다. 그 사이에 이웃 경쟁 국가인 베트남의 여행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Capture_2026_0308_133725.png 꽃보다 청춘의 약빨이 끝난 지는 오래되었다.



불편함이 '낭만'이었던 시절은 갔다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가고 싶은 여행지 1위라고 하는 라오스. (그런데 뉴욕타임스가 정말 그 기사를 싣었는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의문을 갖지 않았다.) 10년 전, 라오스 여행은 일종의 '무용담'이었다. 비포장도로에서 6시간을 덜컹거리는 버스를 견디고, 전기가 자주 끊기는 오지 숙소에서 지내는 것 자체가 여행자의 훈장이었다. 사람들은 라오스의 그 거친 순수함에 열광했다. 조금 불편해도, 조금 지저분해도 그러려니 했다. 여기는 동남아니까, 여기는 라오스니까. 그러나 코로나 이후 여행의 트렌드는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여행은 '고생'이 아니라 '휴식'이다.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귀한 휴가를 내어 비포장도로를 6시간씩 미니밴에 끼여 달리는 고생을 사서 하지 않는다. 씻기 불편한 오두막 대신 수영장이 있는 호캉스를 선택한다. 적당한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깨끗한 그랩(Grab) 택시를 타고, 더 비싼 돈을 주더라도 에어컨이 나오는 곳에 가야 한다. 예전처럼 고생하는 여행은 유튜브로 대리만족을 하고 있다. 즉 과거의 여행이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배낭을 메고 오지를 탐험하는 '가성비'와 '모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지금은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의 시대다.



라오스의 경제 침체는 여행 산업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나는 2022년 코로나 방역이 막 풀린 직후 라오스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라오스의 경제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2016년만 해도 100달러에 약 86만 킵 정도였던 환율이 2022년에는 100달러에 250만 킵 수준까지 치솟아 있었다. 자국 화폐의 가치가 사실상 3분의 1로 떨어진 셈이다. 물가는 빠르게 올라갔지만 사람들의 임금은 거의 그대로였다. 수입길이 막히면서 생활 곳곳에서 어려움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오토바이에 넣을 기름을 사기 위해 주유소 앞에 길게 줄을 서야 했고, 기름을 넣기까지 30분 이상 기다리는 일도 흔했다. 중국 자본으로 건설한 철도는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었고, 코로나로 인해 그나마 중요한 외화 수입원이었던 관광 수입도 완전히 끊긴 상태였다.


이처럼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관광 인프라는 자연히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웃한 태국이나 베트남이 더 나은 서비스와 새로운 여행지를 발굴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동안, 라오스는 당장의 국가 경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워 보였다. 비엔티안 시내에 있는 라오스 최초의 5성급 호텔인 Lao Plaza Hotel의 외관은 생각보다 깔끔하지 않았다. 간판도 낡아 있었고, 오랫동안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듯한 인상이었다. 나 역시 당시 비엔티안의 한 3성급 호텔에 머물렀는데, 방에 있는 냉장고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직원에게 말해 다른 냉장고로 교체했지만 그것 역시 작동하지 않았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5성급 호텔도 저 정도인데, 3성급 호텔이야 말해봤자...’

1.png 고생이 낭만이던 시절은 끝났다.



라오스는 '단기 여행'의 함정에 빠졌다

라오스 여행은 대게 다 비슷하다. 비엔티안에서 시작해 방비엥에서 뛰고, 루앙프라방에서 사원을 본다. 4박 6일의 이 전형적인 루트를 돌고 나면 여행자는 말한다. "라오스? 다 봤지." 그러면서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라오스는 재방문의 기회를 잃는다. 반면 경쟁상대인 인근 나라들은 어떤가? 최근 태국을 위협하며 동남아 여행 1위로 올라선 베트남은 무려 5~6번을 가도 매번 새로운 느낌을 주는 나라다. 다낭과 호이안의 휴양, 하노이와 하롱베이의 자연, 호찌민의 시티 라이프는 물론이고 최근 뜨고 있는 냐짱과 무이네의 사막, '베트남의 제주도' 푸꾸옥, 그리고 북부 사파의 경이로운 계단식 논까지. 선택지가 무궁무진하다.


태국은 어떤가. 최근 베트남에 좀 밀리긴 했어도 여전히 세계 10대 관광대국답게 베트남보다 더 화려하다. 수도 방콕만 하더라도 10번을 와도 지겹지 않다. 어디 그뿐인가. 남쪽의 에메랄드빛 물결의 푸껫, 천혜의 자연환경 끄라비, 북부에는 예술의 도시 치앙마이, 숨겨진 여행지인 난과 빠이 등등. 태국만 하더라도 10번은 족히 올 만하다. 태국에 오랫동안 살았던 나도 다 보지 못했다. 그만큼 인프라와 콘텐츠가 넘쳐난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어떨까? 인도네시아를 보자. 인도네시아도 많은 여행지가 있지만 90% 사람들은 발리로 간다. 오직 발리로만 간다. 하지만 발리는 한 번 가면 끝나는 곳이 아니다. 서핑의 성지 짱구, 정글 속 우붓 등 한 지역 안에서도 즐길 거리가 너무나 다양해 재방문율이 압도적이다. 한번 갔던 곳에 다시 방문하지 않는 나도 또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반면 한 번의 방문으로 소비되어 버리는 라오스는 이 치열한 동남아 여행 시장에서 자연스레 경쟁력을 잃고 만 것이다.


라오스에도 다른 관광지가 많다. 남부의 수많은 섬이 떠 있는 시판돈, 세계문화유산이 있는 팍세, 북부의 거대한 돌 항아리 평원 시앙쿠앙, 트레킹의 성지 루앙남타 등 숨겨진 보석들이 무수히 많다. 하지만 한국에서 온 일반 여행자가 이곳을 가기란 힘들다. 국내선 비행기편도 마땅치 않고, 덜컹거리는 불편한 버스를 반나절 이상 타야 한다. 영어도 통하지 않고 번듯한 숙소조차 찾기 힘들다. 마니아층이 아닌 대중이 접근하기엔 인프라라는 진입 장벽이 높은 것이다. 인프라뿐만 아니다. '그곳에 가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매력적인 서사도 부족하다. 여행자는 단순히 장소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소비한다. 지금의 라오스는 여행자에게 '다시 와야 할 이유'를 충분히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씨앙쿠앙  14.JPG 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신비한 동항아리가 있는 라오스 북부 씨앙쿠앙



다시, 라오스를 꿈꾸며

①여행자 A : 한 달 살고 왔는데, 너무 후지고 음식도 안 맞고...

②여행자 B : 라오스 여행 10일 갔다 왔는데 메리트가 하나도 없어요! 물가, 음식, 호텔, 술집등 머 하나 당기는 게 없어요~~ 관광이나 휴양지로도 그다지~~

③여행자 C : 동감해요 비엔티엔에서 타켁까지 가는데 두 시간이면 갈 거리를 8시간씩 걸리니 두 번은 못 가겠더라고요 교통 음식 언어 숙박 등 태국의 반도 안 되는 거 같아요.

④여행자 D: 순수한 거 없어졌고 물가상승 공기두 안 좋고 머 하나 좋은 게 없음 몇 년 전만에도 가성비 유흥가능했는데 요즘 엄청 오름


최근 라오스를 여행하고 온 사람들의 후기이다. 라오스에 실망한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나는 라오스가 베트남이나 태국처럼 거대한 관광 도시로 변모하길 바라지 않는다. 그건 오히려 라오스만이 가진 빛깔을 잃는 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국가 규모나 경제 수준을 비교하면 그렇게 되기가 힘들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처럼 '불편함'을 무기로 방치한다면, 라오스는 영영 한국 여행자들의 마음속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라오스는 라오스의 무기로 여행자들을 끌어 모아야 한다. 라오스만의 순수함과 낭만을 잃지 않으면서도, 여행자가 불편함을 딛고 한 걸음 더 깊숙이 라오스 발을 들일 수 있는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라오스 남부의 적막한 섬에서 쏟아지는 별을 보고, 북부의 소수 민족 마을에서 진한 커피를 마시는 경험. 누군가에게는 이런 '발견의 기쁨'이 다시 라오스로 향하게 할 강력한 동기가 되지 않을까. 언젠가는 라오스의 비상을 기대해 본다.

짬빠싹  26.JPG 크메르 제국의 유적지인 세계문화유산이 있는 라오스 남부 짬빠싹
씨판돈 27.JPG 4천 개의 섬이 있다는 아름다운 라오스 최단 남부 씨판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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