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창의성을 키우기(Creativity, down to earth)
"천재들의 뇌를 열다" 서평.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이 있지만, 우리는 창의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상을 산다. 창의성이 중요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창의성은 참신성 그리고 유용성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참신성은 기존관습에 얽매이지 않음으로써 획득될 수 있다. 유용성은 그 새로운 아이디어가 주는 함의, 편리함이 있기 때문에 환영받는다. 칙센트 미하이에 따르면, 창조성은 개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 개인에 의해 아이디어, 패턴 등이 다른 사람들이 이해 가능한(해당 영역의 지식, 제도를 활용하여) 형태로 표현되고 전문가들의 검열을 통해 선택되어 해당 분야(문화적 도메인)에 흡수되어야 한다. 창조성이란 도메인(지식분야), 필드(전문가), 개인의 세 요소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시스템 모델’이다. 즉, 창조성에 객관적 평가가 필요하게 된다. 창조성은 독창성, 넓은 의미의 유용성, 결과물을 구성요소로 갖는다.
특히 창조, 창작의 분야에 있는 경우에 더욱 창의성이 중요하다. 기존에 관찰하지 못했던 형상, 패턴, 구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신적 영감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하는 순간, 창의성을 위해 노력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소위 말하는 ‘될놈될(될 놈은 된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뇌신경과학은 이런 신비주의를 걷어내고 실증적으로 창의성을 살펴본다. 결국 다양한 자유연상과 영역의 연결을 통해서 다양한 자극과 탐구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기제와 환경이 중요하다. 창조성 중에서 한 개인 안에서 일어나는 과정에 대한 이해를 갖기 위해 창조적 성격과 창조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창조적 성격이란 어떤가. 선입견없이 수용하는 열린 자세, 모험을 감수하는 성격, 저항적인 성격, 개인주의, 감수성, 장난기, 꾸준함, 호기심 그리고 단순함이다. 선입견이 개입되지 않기 때문에 사물에 대한 독특한 관찰이 가능하며, 개방적이며 양면성도 잘 견뎌내기 때문에 흑백논리의 절대주의만을 추구하지 않는 경향도 보인다. 창조적인 사람들은 모험과 탐험을 즐기면서 사회적 관습의 한계를 넘어선다. 창조적인 사람들은 사회적 관습을 무시하면서도 동시에 강렬한 감정을 느낌에 따라 상처와 고통을 크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창조적인 사람들은 오래 버티고 고집이 세기 때문에 극한까지 추구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사물을 인식하려고 한다. 창조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외부의 저항과 반대가 있더라도 꾸준히 계속 밀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 호기심이 크면 기전과 원인을 알고 싶어하고 사물을 쪼개고 합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시도한다. 특히 호기심의 동기와 에너지가 명확하므로 몰입하면 집요하게 추구한다. 그런 점에서 창조성을 갖는 사람들은 복잡한 내면과 의문이 넘치는 회색세계에 살기 때문에 우울감과 사회적 고립감에 빠지게 된다. 한편, 창조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창조성은 무의식이 개입되며 연합피질이 무작위적으로 새롭게 연결되고 단어, 이미지, 아이디어 간의 충돌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질서가 잡히고 창작 결과가 나타난다. 즉 자유연상이 활발하며 연합피질간의 연결에 특수성을 갖는다.
어찌되었던 간에 선천적인 요소도 중요하지만, 창조성 발현에 환경의 영향도 고려할 수 있다. 창조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환경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유, 새로운 경험, 벼랑 끝에 있다는 절박감. 둘째, 지적 교환행위. 셋째,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적 분위기. 넷째, 멘토와 후원자. 다섯째, 경제적 풍요 등을 들 수 있다. 성장하는 어린아이를 위해 조성할 수 있는 환경은 무엇이 있을까. 첫째, TV를 꺼라. TV는 유모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하지만, 모험/경험의 다양성을 줄이고, 뇌에 일방적으로 정보를 주입하는 수동적인 행위다. 상호작용이 없는 지식활동과 운동하지 않는 방식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물론 TV는 간접경험 및 새로운 개념을 소개하는 강력하고 효율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태어나서 5세경까지 아이들이 TV를 잠깐 보게 하거나(하루에 한시간 이내) 전혀 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서로 이야기하며 함께 책을 읽어라. 가족이 함께 독서하고, 도서관에 다니는 학습의 전통을 물려줄 필요가 있다. 한편, 능동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여 질문을 다양하게 던질 필요가 있다. 셋째, 다양성을 강조하라. 어린아이들은 박식하게 다양한 분야를 접하는 것이 좋다. 물론 특정 대상에 대해 몰입하는 것을 크게 방해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분야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흥미로운 질문을 던져라. 강한 호기심은 창조성의 중요한 요소다. 아이들은 호기심이 강하므로 이를 견고히 하는 질문을 함으로써 창조성을 계발할 수 있다. 아이의 질문에 대해서 무시하지 않고 함께 답을 찾아가보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이용하고 인터넷을 검색하고 직접 관찰, 토론하는 방법을 모두 동원하여 다양한 소스로 답을 찾아갈 필요가 있다. 다섯째, 집 바깥으로 나가 자연세계를 보라. 자연을 통해 질문을 던지게 되고, 자연을 바라보면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영감을 받을 수 있다. 여섯째, 음악에 흥미를 갖도록 만들어라. 음악활동은 언어를 사용하는 뇌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어떤 일을 하든 기획을 하고 새로운 방식을 추구함으로써 효율성과 가치창출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성인에게도 창의성을 계발하고 신장하는 것이 중요한 영역이 된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한다. 첫째 새로운 영역을 탐구하라. 새로운 관점을 갖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분야를 학습하는 것이다. 한편 낯선 분야에 깊게 몰입함으로써 뇌를 발달시킬 수 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는 풍성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미켈란젤로, 다빈치는 해부학과 예술에 모두 능했고, 처칠과 아이젠하우어는 미술에, 아인슈타인은 바이올린에 몰입했다. 둘째, 일정시간 명상/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라. 명상하고 그저 멍때리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무의식과 잠재의식이 활성화되어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셋째, 관찰하고 글을 적는 습관을 가져라. 시각, 언어, 연합피질에 새로운 시냅스게 새롭게 늘어나도록 도울 것이다. 넷째, 상상하는 훈련을 하라. 상상력은 창의성의 원천으로, 세계에 대한 관점을 확장하여 시공간에서 해방될 필요가 있다.
결국 창의성은 다양한 분야를 넓게 그리고 몰입함으로써 경험적 다양성을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획득된 다양성을 서로 연결지어 상호작용하여 창발되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창의성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 가까운 곳에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문예창작 또한 그 자체로 창의적인 활동이지만, 창의성의 원천이 된다.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고, 관찰하면 글쓰기를 하고 상상하는 활동을 끊임없이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예창작 과정에서 ‘구방심’을 하는 일은 뇌의 휴식을 줄 뿐 아니라, 자유연상을 돕는다. 한편, 자신만의 취향을 갖고 취미활동을 하는 것 또한 창의성에 긍정적인 기제를 돕는다. 취미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고 아이디어를 얻는 기회가 된다. 한편 나아가 일상의 객관적인 세계로부터 벗어난 ‘취미’의 시공간에 이동하는 것은 몰입을 경험하게 만든다.
모든 사람은 인류역사의 새로운 존재다. 한 사람의 존재가 흥왕하게 드러나고 성격과 취향 그리고 그 안에 일어나는 다양한 기전이 패턴화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소통되고 흡수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창의적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창의성을 천재의 영역이 아니라, 일상의 영역으로 끌어내릴(down to earth)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일상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서 우리는 창의성에 기대어 자아의 욕망을 충족하고 실현하며 나아가 일상의 무게 또한 덜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