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위원 없이도 재미있게 루지 경기를 보자!
루지? 낯선 이름의 썰매 종목입니다. 봅슬레이(원윤종, 서영우)나 스켈레톤(윤성빈)은 세계랭킹 1위를 한 선수도 있지만, 루지는 아직 성장가능성이 많이 있는 종목입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루지 국가대표팀도 메달을 획득하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여자 루지 국가대표 성은령 선수를 비롯한 많은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올림픽 경기 중계에서 우리나라 선수를 응원하실 때에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는 관전 포인트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관전포인트만 잘 숙지하고 보신다면, 루지는 정말 스릴 넘치고 박진감 넘치는 종목입니다. 스스로 분석하면서 경기를 보실 수 있도록 관전포인트를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루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썰매’라는 별칭이 있습니다. 현재까지 기록된 최고시속은 153.98㎞. 봅슬레이(153.03㎞)나 스켈레톤(130㎞)보다 빠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봅슬레이/스켈레톤은 0.01초 단위로 계측하지만, 루지는 0.001초 단위로 계측하여 순위를 결정하게 됩니다. 루지 속도에 대한 감이 잘 안 잡히실 것 같아서, 실제 루지 선수의 주행 카메라 영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정말 빠른 속도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루지와 스켈레톤 구별을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아직 있으실 것 같습니다. 스켈레톤은 엎드려서 타는 썰매, 루지는 누워서 하늘을 보는 썰매입니다. 봅슬레이는, 썰매 안에 타는 종목이고요. 스켈레톤과 루지가 아직도 헷갈리시면 다음 영상을 참고해보세요!
각 썰매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으시면,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보세요:)
다 같은 썰매가 아니다!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아주 단순화 시켜서 루지는 오토바이 경주-스켈레톤은 승용차 경주-봅슬레이는 트럭이나 버스 경주로 비유하기도 한다
-이세중 SBS 해설위원
루지 종목은 봅슬레이, 스켈레톤보다 순간적인 파워를 필요로 하기보다는, 섬세하고 숙련되 주행능력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루지를 볼 때마다, '세련된 썰매같다'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루지 종목에 대한 인상을 아주 잘 담은 영상 하나를 골라봤습니다. 이 영상에서 느껴지는 인상이, 곧 루지 종목의 이미지입니다!
루지는 스켈레톤에는 없는 장치가 있습니다. 루지는 손을 썰매 안쪽에 손잡이를 잡은 상태에서 쿠펜(Kufen)이라는 장치에 다리를 끼고 방향을 조절합니다. 더 빠른 속도를 위해서 선수는 무게중심, 머리의 방향 조절 등을 이용합니다.
루지는 세부종목이 남자싱글, 여자싱글, 더블, 팀릴레이(계주) 4가지입니다. 개인 종목(남자싱글, 여자싱글)은 스켈레톤, 봅슬레이와 같이 이틀 동안 네 번 주행한 기록을 합산하여 메달을 결정합니다. 더블은 개인종목과 다르게 하루에 두 차례 주행한 기록을 합산하여 순위를 매깁니다.
팀릴레이(계주)는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처음 도입된 종목입니다. 팀 릴레이는 여자 싱글, 남자 싱글, 더블 순으로 주행합니다. 앞 주자가 결승선 터치 패드를 치면 출발선에 위치한 문이 자동으로 열리며 대기하고 있던 후발 주자가 출발합니다. 팀 릴레이는 예선없이 바로 결선 한번으로 메달이 결정됩니다. 팀 전체(남자싱글, 여자싱글, 더블)의 기록을 합산해 순위를 정합니다.
루지 종목의 관전포인트는 세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스타트 기록, 두 번째는 주행능력(트랙 적응력)입니다. 마지막은 팀릴레이에서, '실수가 없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은 성공적인 스타트가 성패의 60%를 좌우합니다. 루지는 스타트보다는 운전능력이 성패를 결정합니다. 그래서 더 섬세하고, 숙련된 실력이 필요한 종목입니다. 물론 루지도 빠른 스타트를 가지는 것이 유리합니다. 같은 주행능력을 가졌다면, 스타트가 빠른 선수가 유리합니다. 하지만, 스타트에서 부진하더라도 주행능력으로 순위는 뒤바뀌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루지는 스타트를 할 때에 썰매 위에 앉은 상태로 팔로 스타트 봉을 밀고, 그 다음 얼음을 손으로 미는 동작인 '패들링'을 통해 추진력을 높이면서 출발합니다. 이 때문에 장갑에 스파이크가 달려 있습니다.
루지종목도 스타트기록과 주행능력이 모두 중요한 포인트이지만, 다른 종목에 비해서 주행능력이 조금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루지는 계속 가속도를 받아야하는 종목이며, 최고속도가 썰매 종목 중 최고이기 때문에 트랙 주행 중에 가속도에 방해요인을 없애도록 주행하는 것이 결국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서 두가지를 설명하려고 합니다.
우선 봅슬레이/ 스켈레톤은 스타트기록 순위와 최종기록 순위가 거의 유사한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루지는 스타트 기록이 조금 느리더라도, 최종기록에서 순위가 뒤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타트에서 상체를 이용한 패들링으로 속도를 내기 때문에 봅슬레이, 스켈레톤보다 스타트 속도가 높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중력가속도를 받으면서 속도가 올라가는 구간은 스타트기록 이후가 되며, 트랙 이해도가 높은 선수가 속도의 손실없이 주행하게 된다면 성적이 좋을 것입니다. 특히 상단부에서 벽에 부딪히거나 속도를 감속하게 된다면, 후반부에 가속력을 내는 데에 저항요인이 되기 때문에 초반에 벽에 부딪히지는 않는지 잘 보아야 합니다.
왜 스타트보다 주행능력(트랙 적응력)이 중요한지 조금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아래는 가장 최근에 있었던 루지 월드컵 남자싱글의 결과지입니다. 우선 빨간색은 최종순위입니다. 그리고 파란색은, 스타트 순위를 의미합니다. 1위를 했던 Pavlichenko 선수는 스타트에서 1차주행은 4위, 2차주행은 6위를 했지만, 최종 결과는 1위입니다. 최종 4위를 한 Kivlenieks 선수도 1차주행 스타트 순위가 19위, 2차주행 스타트 순위가 12위였습니다.
선수는 벽에 부딪히지 않기 위해서 감속을 할지, 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더라도 감속하지 않을지 선택해야하는 구간들도 있습니다. 여러번 주행을 보면, 어떤 부분에서 많이 벽에 부딪히는지 살펴보면서 관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벽에 부딪히면 유려한 주행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루지는 아름다운 주행코스가 곧 기록을 줄여주는 코스가 됩니다! 루지 종목의 레전드 선수들이 얼마나 유연하고 유려하게 썰매를 타는지 직접 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살아있는 루지 남자싱글의 전설 Felix Loch 선수의 2010뱅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영상보시죠!
루지 팀 릴레이는 남자싱글, 여자싱글, 더블이 순서에 관계없이 차례로 주행하되, 각 썰매가 피니시에 들어올 때에 터치패드를 누르면, 뒤의 순번 선수가 출발할 수 있게 게이트가 열리는 방식입니다. 각 선수는 결승선 터치패드를 치지 못하면 실격을 당합니다. 결승선 터치패드를 치기 위해서 몸을 일으켜세워야하는데, 일으켜세우려면 속도의 손실이 생기기 때문에 최대한 늦게 일어나려다가 터치패드를 치지 못하는 선수가 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팀릴레이는 실수하지 않으면 메달권에 진입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결국 트랙에 대한 적응도가 관건인 셈입니다.
팀릴레이가 진행되는 방식을 영상으로 보시면 아실 수 있습니다. 다음 영상에서 실격당해서 울고 있는 선수가 1분 5초 쯤에 나옵니다. 보는 저도 마음이 아프네요.
아래 링크에서 봅슬레이, 스켈레톤의 관전 포인트를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상단 타이틀 배경 이미지 출처는Getty Images, 2018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