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윈의 결과로 장기적인 성공을 만들어 내자
우리는 매사를 바라볼 때 어떤 관점을 가지게 되는데 그것을 심리학에서는 프레임이라고 정의한다. 그동안 우리는 비즈니스를 여러가지 프레임에서 해석하고 접근해 왔다. 그 중의 하나로 비즈니스를 떡으로 보는 프레임이 있다. ‘누가 더 많은 떡을 가지고 있느냐’, ‘떡 줄 놈은 생각도 않는데 김치국부터 마신다’, ‘남의 떡이 커보인다’ 등 비즈니스를 떡이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보고 쓰는 표현들인 것이다.
같은 프레임으로 보면 비즈니스에 있어 ‘윈-윈’이라는 것은 이를 테면 떡을 공평히 나눠어 먹는 것이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남의 떡이 늘 커 보이니 어떻게 하면 ‘윈-윈’으로 서로가 만족하는 거래를 할 것인가 하는 것은 비즈니스에서 항상 제기되는 어려운 딜레마이다. 나누어야 할 것이 진짜 떡이라면 한 사람에게는 떡을 자를 기회를 주고 다른 사람에게는 자른 떡 중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어 떡을 공평하게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파트너간 이해의 조정이나 이익의 배분에 있어서 적용이 가능하겠다. 그러나 갑과 을의 관계, 즉,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고 파는 고객과 세일즈의 비즈니스 관계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방법이기도 하다.
영업 조직에서 일을 하다보면 ‘수주 소식(Win Report)’을 자주 접한다. 매출 규모가 크거나,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조직 측면에서 의미있는 딜을 수주하게 되면 대부분의 영업 조직이 ‘수주 소식’을 메일이나 게시판으로 공유한다. 딜의 내용과 진행 과정을 공유함으로써 성공 경험이 조직 전체의 배움이 되도록 하는 의미도 있고 수주에 기여한 사람들에 대한 감사 인사가 담기기도 한다.
나 역시 ‘수주 소식’을 정리하여 메일을 보내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의 성공 소식을 수없이 접하면서 수주는 항상 좋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었다. ‘수주 소식’은 아름답게 쓰여있지만 실제로 고객의 쩌는 협상력 때문에 원가 이하로 수주된 경우도 많고 매출 금액이 크지만 고객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높은 사양을 판매한 경우도 있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경우 원가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결과물을 내어주지 못하기도 하고 제품 구성을 제대로 파악하지고 못하고 쓸데없이 높은 비용을 지불한 고객이 화가 나 우리회사와 거래를 끊고 경쟁사와 거래를 하게 되는 경우도 보았다.
결과적으로 모든 딜이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수차례 확인하면서 나는 우리 회사에도 ‘윈’, 고객에게도 ‘윈’이 되도록, 소위 윈-윈을 하는 것이야말로 영업사원이 매 딜에서 추구해야할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경쟁자 측에서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수행여부는 아랑곳 없이 오로지 수주만을 향해 돌진할 떄는 어찌해야 하나? 수주전에 임하다 보면 경쟁사가 때로 터무니 없는 기간과 금액을 제안하기도 하고 고객의 입장에서 추가적으로 부담해야할 유지보수 비용 등을 누락하기도 한다. 사실 우리도 소위 전략적 수주라는 미명하에 이런 일을 감행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나는 성경에 나오는 유명한 솔로몬 왕의 판결을 떠 올리며 올바른 관점을 견지하고자 노력한다.
솔로몬 왕이 한 아기를 두고 서로 자기 아기라고 주장하는 여인네들 중 누가 진짜 엄마 인지 가리기 위해 판결을 한 구약성경의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솔로몬 왕은 아기를 칼로 갈라서 두 여인에게 나눠주라고 판결한다. 그러자 한 여인이 절규하며 아기를 죽이느니 차라리 아기를 내 주겠다고 하여 아기의 진짜 엄마를 지혜롭게 밝혀내고 아기를 그 여인에게 돌려줬다는 이야기 말이다.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프레임은 단순히 매출, 손익 등의 관점이 아니라 고객의 니즈와 상황 대한 공감의 관점에서 새롭게 정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본다. 매출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나의 입장이 아니라 고객에게 정말 중요한 과제와 고민거리가 무엇인지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다. 고객의 손에 든 떡, 즉 예산을 내 손으로 옮겨오는 것이 아니라 그 예산이 고객의 니즈를 해결하기위해 가장 적절히 집행토록 하는 것으로 세일즈의 역할에 대한 프레임 역시 재설정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프로젝트를 두고 타사와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도 아기를 양육하는 엄마의 심정으로 고객의 성공이라는 관점으로 경쟁에 임할 수 있을 것이다. 진정 그 프로젝트를 내 아기처럼 아끼고 정성을 다해 내가 진짜 그 아기의 엄마임을 고객으로 부터 판결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 제품이 완벽하다고 침을 튀기며 선전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저러한 점은 미흡하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그러나 고객의 필요는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으니 가격 경쟁력이 있는 우리 제품을 권한다고 그들의 입장에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의 경우로 만약 가격만을 고려해서 의사결정을 했다가 사후 문제가 생겼을 경우를 생각한다면 TCO 측면에서 우리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도 당당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제품이나 서비스는 각기 장단점이 있을 수 있고 어느 면을 더 중요하게 교려할 것인가는 결국 고객의 결정사항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여러가지 측면의 분석을 도와주고 내부 프로세스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고객과 공감하는 방식일 것이다. 오늘날의 고객들은 솔로몬 왕처럼 지혜롭다는 점을 기억하자.
이렇게 영업의 과정을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과정으로 만들 수 있다면 우리는 거래의 당사자가 만족하는 거래, 즉 ‘윈-윈’의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 받고 만족한 고객은 우리를 성공의 파트너로 생각해주고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해 주며 우리를 다른 곳에도 추천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