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미영 Feb 15. 2020

탁월함의 비결 '준비와 연습'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일이다.” - 벤자민 프랭클린 

얼마 전 파트너사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의 오프닝 인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직원 하나가 따라 나오더니 ‘부사장님, 저도 부사장님처럼 발표를 잘 하고 싶은데 말주변이 없어서 고민이예요’라고 한다. 영업이라는 직업 자체로 나에게는 사람들 앞에 서서 말 할 기회가 많았다. 임원이 되고나서는 회사를 대표할 기회가 더해지다보니 더 자주, 여러 사람들 앞에서 얘기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내가 원래부터 대중 앞에서 말하는 재주를 타고났다는 얘기도 듣곤 한다.


나는 자신의 고민을 터 놓은 직원에게 내가 스마트폰 메모앱에 적어둔 깨알 같은 메모를 보여 주었다.


‘오늘 교육 프로그램 오프닝에서 할 얘기

1. 연마감을 앞두고 교육을 위해 바쁜 시간을 내어참석해 주신데 대한 감사 인사

2. 우리가 상대하는 고객들이 처한 비즈니스 환경과 그들의 고민

3. 영업 사원들에 대한 고객의 기대치 변화

4. 영업 사원이 기술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와 오늘 교육 프로그램의 취지

5. 끝까지 자리해 줄 것에 대한 당부’.


메모와 함께 나는 한 마디를 더 해 주었다. ‘나도 준비 없이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야. 그래서 사전에 준비를 꼭 하지’. 메모를 본 그 직원은 깜짝 놀라며 ‘부사장님은 말솜씨를 타고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라고 한다.



리더십 포지션을 맡게 되면 소속된 조직이나 회사를 대표하여 발표할 일이 많아진다. 나의 경우도 내부 직원 행사, 파트너사를 대상으로 하는 행사, 고객을 초청해서 진행하는 마케팅 행사 등에서 오프닝을 하거나 세션을 맡아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경우가 많다.


대내외적으로 행해지는 많은 행사에서 짧은 스피치라도 할 경우에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특히나 행사의 오피닝 멘트나 건배제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행사나 모임의 분위기가 정해지기 때문에 긴장을 할 수 밖에 없고 나는 반드시 사전에 준비를 한다.


일과중 나의 자투리 시간은 허투루 쓰이지 않고 대개 이러한 일들을 위해 쓰여진다. 나의  문서 디렉토리에는 ‘인사말’이라는 폴더가 있고 그 아래에는 ‘YYYY/MM/DD_행사제목’이라는 이름의 파일들이 수없이 들어 있다.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행사라 할 지라도 매번 진행되는 행사마다 행사의 내용과 목적, 참석자가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같은 행사라 하더라도 그 내용과 목적, 참석자에 따라 인사말은 달라져야 한다. 그래서 나는 매 행사마다 그 행사의 취지에 맞는 오프닝 멘트나 인사말, 심지어는 건배제의도 사전에 꼼꼼하게 준비한다.


‘브레인네트워크’라고 공공기관의 IT 부서 책임자들과 나 같은 민간 IT업체 사람들이 오랫동안 함께 해 온 봉사활동 단체가 있는데 거기서 나는 ‘건배제의담당’으로 통한다. 매번 모임의 취지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건배는 대개 모임의 결속을 다지는 의미가 크기 때문에 건배담당인 나에게 고작 1~2분이 주어지지만 건배를 함께 하는 멤버들의 마음에 모임과 멤버들에 대한 애정이 샘솟도록 나는 건배사를 늘 성의있게 준비한다.


짧은 인사말이나 건배제의도 그럴진데 프리젠테이션은 말할 것도 없다. 프리젠테이션을 잘 하는 리더들은 많지만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은 그 비법에 대한 책들이 여러권 있을 정도로 특히 유명하다. 오래 전 고인이 되었지만 그가 했던 프리젠테이션의 페이지 페이지는 아주 정제된 시처럼 쓰여졌고 스테이지는 마치 극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의 프리젠테이션은 언제나 치밀하게 준비되었고 기진맥진할 정도로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결과였다고 한다.


다른 사람이 보여주는 남다른 능력이나 탁월한 성취에 대해 사람들은 타고난 재능이라고 쉽게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경우 탁월함은 철저한 준비와 연습으로부터 온다. 물론 재능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재능 만으로 남들보다 잘 할 수는 있어도 탁월함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그릿’에서 앤절라 더크워스는 ‘질적으로 다른 연습’에 대해 강조했다. 그녀는 ‘20년간 경험을 쌓아가는 사람과 1년 마다 경험쌓기와 그만두기를 20번 반복하는 사람’ 이야기를 언급한다. 연습과 준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특히나 쉴새 없이 쏟아지는 업무 중에 자투리 시간을 쪼개서 준비를 하고 무언가를 잘 하기 위해 연습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남들보다 잘 하려면 남다른 ‘의식적인 연습’이 필요하다는 그녀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1만시간’의 연습은 단순 무식한 연습이 아니라 더 잘 하기 위해 연습하고, 준비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늘 고민하고, 훌륭한 멘토를 찾아가서 배우는 노력과 용기까지를 포함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준비를 열심히 하다보면 도저히 잘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에도 과감히 나설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준비를 통해 용기내기를 반복하다 보면 그것이 쌓여 ‘더 잘 해낼 수 있는 근육’이 생기고 에너지를 짧은 시간에 집중시키고 발휘하는 기술도 생기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 솔로몬 왕의 지혜로부터 배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