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보면, 압수수색 검증영장이 발부가 되었고, 전격적으로 그 집행이 이루어졌다는 말도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재판을 하다보면 여러 번의 압수영장에 의해 강제수사가 실시되고, 그에 의해서 광범위하게 모든 증거를 다 조사한 후 구속까지 되었는데도 결국 무죄 선고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위 상황은 예외적일 수 있겠지만, 압수수색 검증영장 집행 절차에 참여해 보면, 그 정도가 생각보다 많은 정신적 고통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사무실, 저택, 자동차까지 모두 수색한다는 것은 방 안의 서랍을 열고, 그 안의 개인적인 물품을 모두 살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주로 크기가 작은 물건까지도 압수수색 검증 영장을 집행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미리 예고를 하고 시간을 조정해서 수사관들이 오기도 하지만, 예고 없이 새벽부터 문을 두드리는 통에 아기나 노인들이 매우 놀라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이럴 때에는 변호사 입회가 가능하며 그 참여 하에 영장의 첨부 별지까지 꼼꼼하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간혹 영장에 기재되지도 않은 범위, 방법으로 수색이 될 때가 있는데 그 때에는 영장 범위를 넘어섰다는 이의를 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통상 잘 협조하면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변호인 참여 포기 동의서 등에 사인을 하는 경우까지 있는데, 잘 생각해 보셔야 할 일입니다.
그리고 영장을 피의자 본인에게는 보여주지 않고도, 제3자들에게 피의자의 민감한 정보를 임의제출하라고 하거나, 압수수색 검증영장을 받아서 집행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주로 신용카드 내역, GPS 정보, 통신내역, 데이터 내역 등이 그렇습니다. 즉, 누구랑 통화를 했고, 카톡을 했고, 신용카드를 어디에서 썼는지 등을 보아 동선을 추적하기도 하고, 범인을 특정하는 데 활용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를 당하는 피의자 입장에서 보면, 당분간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몸서리를 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샅샅이 압수수색을 하여 증거를 확보하고, 피의자 개인의 헌법상 기본권들을 매우 침습적으로 제한하거나 침해했는데도, '유죄의 증거가 없다'며 무죄 선고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압수된 증거가 모두 적법하게 수집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 피의자 측에서는 수사의 내밀성을 이유로, 증거를 살펴보지 못한 채 구속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어떤 증거에 의해 피의자 본인을 구속까지 시켰는지 피의자도 잘 모르는 채 기소 후에야 수집된 증거를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보통, 압수수색 검증영장 집행 - 구속에 필요한 증거수집- 구속영장 청구- 실질심사 순으로 진행되며, 압수수색 검증영장을 법관이 발부하였으므로 이러한 때에는 구속이 되는 경우가 다수입니다. 그리고 구속 직후 구속적부심을 청구할 수 있지만,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매우 적습니다. 즉, 압수수색 검증영장에 의해 대대적으로 수색되고, 압수된 증거들은 구속 사유에 해당한다는 점, 특히 범죄가 중대하고 증거를 인멸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입증하는 데에도 쓰이는 것입니다.,
언론에는 잘 나오지 않는 사건들이기는 합니다만, 단순히 증거가 부족하여 무죄를 받았다고 기사화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구속구공판(구속된 상태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는 것, 법정구속은 주로 수사와 1심은 불구속, 1심 판결시 구속되는 경우 등을 의미) 사건에서 구속되어 수사, 공판까지 받은 피고인이 무죄를 받는 것은 매우 드물고, 여기에는 위법수집증거 등 증거의 수집과정이 문제가 있어서인 경우도 있습니다.
즉,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공무원인 수사관들이 모든 절차에 법령을 지키고, 판례가 지시하는 기준대로 압수수색 검증영장을 집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수사관인 증인(주로 검찰 측 증인)을 신문하다 보면, 최근까지도 아예 적법한 방식을 잘 몰랐다는 증언을 듣기도 했습니다. 즉, 압수를 당할 때 변호인 참여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형사소송법, 헌법 등 우리 법이 이미 규정해 둔 적법한 절차로 수색이 실시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압수수색으로 구속이 되었는데, 무죄로 밝혀진다면?
한 의뢰인이 있었습니다. 영장실질심사부터 변호인선임이 되어 준비를 하게 되었는데, 구속영장청구가 되고, 그 실질심사(구속 여부를 위한 재판)가 진행되어도 수사의 내밀성 보장을 위하여 피의자 측에는 그 증거의 열람이 제한됩니다.
그런데, 구속영장청구서에 기재된 사항을 보니, 대부분 피의자도 모르게, 제3자가 임의제출하거나, 압수수색 검증영장을 받아 수집된 증거가 대부분으로 보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충분히 변호인의견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으나, 실무상 통상의 절차대로 구속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구속구공판이 된 후 증거목록과 증거 전체를 등사하여 검토하여 보았는데, 실제로 위법수집증거가 다수로 파악되었습니다.
그래서, 위법수집증거라는 주장과 함께, 포렌식 등으로 얻은 디지털증거는 무결성 등 훼손으로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주장을 하였고, 변호인 측 주장이 대부분 받아들여져 공판 초기에 보석청구가 인용, 석방되었습니다. 그래도 구속기간이 약 30-40일 내외가 되었는데, 날씨가 매우 좋지 않고 수용환경이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하여도 좋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피의자인 의뢰인이 겪은 고초는 상당히 심각했습니다.
그나마 1심 공판 초반에 보석청구가 인용되어 석방되었던 것은 다행이나, 그 이후에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공판에 출석해야 했고, 증거마다 보이는 위법수집의 정황에 피의자는 그 이후에도 한참을 누군가에게 사생활을 침해당할까봐 불안해 하기도 했습니다.
압수수색 검증영장 집행 시, 필요한 것들(제언)
- 압수수색 검증영장 집행시, 그 별지까지 꼼꼼히 확인하세요. 가능하다면, 변호인 입회 하에 진행하세요
- 구속 단계에서 수색, 압수된 증거가 활용되어, 구속 영장이 발부될 수 있습니다. 영장청구서에 위법수집증거의 정황이 있는지 잘 검토하셔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최대한 빨리 변호인선임을 하는 것이 낫습니다.
- 기소 즉시 증거목록과 증거들을 모두 등사하여 살펴보아야 합니다. 법관에 의한 영장이 발부되었다고 하여 그 수색이나 압수가 모두 적법한 것은 아닙니다. 영장과 대조하여 적법한지 여부를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구속여부를 심문하고, 결정할 시에 적어도 압수수색 검증영장 및 그 증거들에 대한 위법수집 여부에 관하여는 수사관들로 하여금 영장 자체에 기재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에 관하여 적법 수집을 수사관들이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 구속 여부 심사에서 피의자에게 유리한 쪽을 결정을 내리는 것이 법관에게도 필요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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