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업무가 많은 탓인지 많이 피곤하다. 그렇다고 일찍 자는 것도 아니고 그저 멍하니 시간을 때우다 지친 고라니처럼, 근데 내가 언제 지친 고라니를 본 적이 있던가? 아무튼 야밤을 곱씹다가 마지못해 늦은 시각 쓰러지듯 잠든다. 그래서 글이 자꾸 늦어지고 있는데 '써야지, 해야지' 생각할수록 더 하기 싫어지는 고약한 심보가 작동하고 만다. 꼭 내가 숙제하려 하고 있는데 엄마가 '숙제 안 하냐!'라고 등쌀을 미는 턱에 불뚝 성질이 나는 모양새다.
바쁜 9월이 가면 조금은 한가한 10월이 오긴 할까? 오히려 더 바빠지지 않을까 괜한 걱정만 늘어간다. 머리로는 이 글, 저 글 다 쓰고도 남았는데 어찌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건지, 아무래도 정말 몸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마저 끌어들인다. 이건 분명 내 싫증이나 게으름 때문이 아닌 신체적 문제로 인한 피치 못할 사정이어야만 내 맘이 편할 것 같아서랄까.
머리로는 아는데, 인정하기 싫은 것, 마음의 깨달음은 얻었는데 몸이 영 마뜩잖게 거드름을 피우는 것. 요즘은 그런 날들로 하루를 채우는 날의 연속이다. 역시 과한 업무 탓인가? 기승전'업무 탓'이로구나. 농담 섞인 얘기지만 가끔 업무를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겨우 이 돈 벌자고 이렇게 열심히 일해야 하나 싶은... 그래, 안다. 누군가는 더한 노동을 하고도 더 낮은 임금을 받아가기도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월급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일부분 나의 탓도 있다는 것을. 그렇다고 세상이 이상하다는 말을 하고 싶진 않다. 설령 진짜 이상한 세상이라 할지라도 그건 나의 영역을 벗어났다.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해서 그런데 예전에도 '받는 만큼 일하자'는 생각이 나의 성장에는 썩 효율적이지 않다고 말했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먼 과거의 나는 너무 자본주의에 길들여져서 적은 월급에 이만큼의 일은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나를 계속 적은 월급에 가두는 생각인지 미처 몰랐다. 일이 많이 몰리면 어떡하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 고민하여 자신을 계속 성장시키며 묵묵히 하라. 여전히 많은 일을 안고 그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다면 내 실력이 부족한 탓이고 만약 정말 과중한 업무를 떠맡고 있다면 언젠가 보상받을 것이다. 그 바쁜 시기를 묵묵히 견디고 고요의 시간이 찾아오면 회사는 마땅히 당신을 알아봐 준다. 그렇지 않다면 그때는 정말 회사를 떠나야 한다.
여기서 간파해야 할 점은 나를 대접하지 않는 회사를 떠나기 위해서라도 나의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니 죽지 않을 만큼 열심히 일하며 나를 성장시키자. 그런데 사실 나에게 월급은 작고 귀엽지만 너무 간절하고 소중하다. 그래서 성장이건 뭐건 피곤해서 모르겠고 그냥 이런 월급이라도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가! 이 몸 비록 언젠가 프리선언을 하겠지만 (설마 정년퇴직을 하는 건 아니겠지?;;) 지금은 대출이자 갚아주는 귀여운 내 친구 월급이! 꼭 사람 이름 같네. 이자 갚고 남는 돈으로 월급이 키 크라고 초콜릿 충전해주어야겠다. 무럭무럭 자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