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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 Dec 26. 2021

무기계약직의 내 집 장만기

내 인생 최고의 사치

크리스마스에 문득 깨달았는데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고 벌써 두 번째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여전히 나는 크를 했고 ㅠ 그 자매품, 방콕 했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는 내 집에서 '쟨 크리스마스에 약속도 없는가 보다'하부모님 혹은 남들의 걱정(?)과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비록 현관 문짝만 내 것일지라도. 참 우여곡절이 많았고 여전히 곳곳에 문제가 산재되어 있지만 어제 처음으로 나는 이곳으로 이사를 와서 무척이나 행복하다고 느꼈다.

  



이제 부동산 조정장이 오니 마니, 하우스 푸어 된다는 얘기도 많지만 개의치 않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 집은 있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사는 사람이기에 부디 이 집을 지켜나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혹시 오해가 있을까 미리 밝힌다면 수도권은 아니라는 점, 광역시 중에서도 저기 저~ 구석이라는 점이다. 덕분에 회사가 멀어져 피곤하지만 상식적인 출퇴근 시간이기에 내가 누리는 다른 이점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감당할 만하다. 그리고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내가 수도권에 거주했더라도 내 집 마련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더라면 분명 어떡해서든 했을 것이다. 지금보다 더 회사와 멀고 낡고 작은 집을 살 수밖에 없겠지만. ㅠ




단순히 자랑을 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주변 사람들에게조차 내 집을 샀다고 말하지 않았다.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얘기라고 생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내 집 마련은 이미 요단강 건넌 꿈같은 일이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누구나 집을 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는 분명 내 집을 갖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내 주제에, 내 월급에, 부모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이라고 미리 단념해 버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고, 분명 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그 방법을 찾아보라고 알려주고 싶다.

 



내가 정답은 아니지만 하나의 방법일 수 있기에 나의 경우를 얘기하자면 사실 아주 심플하다. 아꼈다. 전에도 글을 썼지만 집이라는 큰 사치를 부리기 전까지 사치는 없었다. 물론 자동차를 사는 사치를 부렸지만 솔직히 아주 조금 과장해서 그건 여전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끼기만 해서는 집 못 산다는 말은 사실이다. 내 월급은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기에. 심지어 나는 계약직으로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는 삶을 살았고 그나마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해서 2년 이상 일 해 본 적이 처음이다. 다행히 회사에서 숙소를 제공받아서 많은 부분 지출을 줄였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시기를 잘 만나 주식투자로 소액 수익얻었다. (물론 절대 앞으로도 주식투자가 계속 이렇게 잘 될 수만 없을 거라고도 생각한다)




그리고 가장 큰 이득을 본 건 회사에서 직원에게 지원해주는 대출금을 이용해서 내 월급을 스스로 올렸다는 것이다. 이 돈이 아니었다면 정말 피를 말리는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가뜩이나 대출 시점에 갑자기 대출 규제를 하는 바람에 정말 애가 탔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에 집을 사면서 느낀 바지만 정말 집은 돈이 아니라 용기로 사는 거라는 말을 실감했다. 가슴이 콩닥콩닥 거리고 이걸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겁도 났다. 여전히 너무 고점에 매수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이게 다 살이 되고 피가 되는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근데 살은 되지 말자;;) 물론 공부를 더 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도..




아무튼 모은 돈과 회사 대출과 은행 대출(보금자리론), 거기에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무모함이 더해져 내 집 마련을 했다. 참고로 무모함은 없어야 한다; 원래 내가 좀 모험적인 것인지, 앞으로 나는 돈을 더 잘 벌게 될 거라고 생각하거나 정 안되면 전세 놓고 원룸으로 들어가겠다는 마음으로 저질렀다. 그래서 사실 집 안이 텅 텅 비었다.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가전, 가구만 들였기 때문이다. 부모님에게서 독립한 이후로 늘 방 한 칸에 살다가 홀로 방 세 칸을 다 쓰려니 너무 넓고 우습게도 힘들기까지 했다. 이제는 조금씩 적응이 되고 있고 점점 더 행복해지는 중이다.




형제에게 집을 사라고 권하면 '내가 무슨...'이라는 말을 먼저 내뱉곤 하는데 솔직히 남은 몰라도 내 피붙이가 그렇게 말하면 너무 딱하고 안타깝다. 제발, 제발... 짐짓 포기하지 말고 어떻게든 되는 방법을 고민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꾸준한 투자 공부는 필수이며 빚내어 한 번에 비트코인 대박을 리려는 위험한 생각은 접는 것이 좋다. 그러다 골로 간 사람, 내 주변에도 있다. 타고난 것이 없을수록 천천히 꾸준히 갈 수밖에 없다. 늘 말하지만 그게 억울하다고 포기하면 거기서 그냥 끝이다.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지만 한 번 태어난 인생, 단 하루 5성급 호텔에서 호캉스를 즐기는 것보단 10년, 20년, 혹은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를 수많은 날들을 햇살 내리쬐는 집에서 쫓겨날 걱정 없이 살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아, 나는 물론 대출이자 못 갚아서 쫓겨날 위험도 있다;; 몸값을 올려보자!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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