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롭게 새해 계획 세우기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새해도 됐고, 새 마음 새 뜻으로 다들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던 차였다. 그 친구들을 안 지 10년이 지났고 그 세월만큼 우리의 모습도 참 많이 달라졌다.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직장인인 채로 혹은 아직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친구도 있다. 과연 우리는 10대에 선망했던 그 모습으로 살고 있는 걸까? 나는 10대에 어떤 인생을 그렸던 걸까?
곱씹고 또 곱씹어 보아도 지금의 내 모습에서 10대에 내가 그렸던 모습은 없다. 가엾어라. 10대의 꿈은 물거품이 되어버렸군. 그렇다 한들 인생이 전부 우울하게만 느껴지진 않는다. 20대에는 다른 꿈을 꿨으니까. 물론 어린 시절부터 고이 간직하던 직업을 진짜 가지게 된 친구들이 멋지고 부럽긴 하다. 그들의 뚝심과, 꿈을 실현시키는 능력은 과히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 같다. 다만 과거는 이미 지난 일이니까 현재는 30대의 꿈에 집중하는 편이 낫겠다. 그리고 30대의 꿈은 20대의 것과는 또 다르지 않을까. 여전히 직업을 말하고 있다한들 그 이면에는 삶에 대한 고민이 녹아 있을 것이다. 조금은 현실적이고 좀 더 노골적일 것 같은.
아무튼 다시 친구 얘기로 돌아와서, 친구 하나가 고민 상담을 했는데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는데 어떤 강의를 들어야 할지 고민이 된다는 것이다. 들어보니 고민이 될만한 일이긴 했는데 정작 중요한 건 공부하는 일인데 너무 쓸데없는 일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그리고 그 고민을 수년째 하고 있다는 사실에 뭐랄까, 그냥 힘이 빠진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그 모습에서 불과 2년 전의 내 모습이 보였다. 반추해 보니 나 역시 주변 지인들에게 계속 글을 써야 할지,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는데 골몰해야 할지 너무 힘들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왜 그랬을까? 나 이렇게 열심히 산다는 걸 어필하고 싶었던 걸까. 그런데 정작 그 말을 들어주는 사람들은 얼마나 답답했을까.
두 가지 일 모두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저 나는 결과를 알고 될만한 일만 하고 싶어 했다. 또다시 실패하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20대를 실패하는 일에만 전적으로 투자를 했기 때문에 30대를 또 그렇게 보내기 싫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두려움 치우고, 고민하는 시간 치우고 오히려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그리고 가능하면 내가 빨리 이룰 수 있는 일을 먼저 시작하는 게 좋았을 것 같다.
그러려면 처참히 무너지고 실패하는 일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만 가능성이 높은 일을 빨리 찾을 수 있다. 특히 돈 없는 집에 태어나 예술가가 되려는 나 같은 사람은 그 길이 인생 전부를 걸어야 하는 도박과 다를 바 없다. 있는 집 자식도 사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있을진대, 예술가, 그것도 독보적인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타고난 재능뿐만 아니라 노력의 세월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 그 세월을 버티지 못해서 인생이 나락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신세 한탄하지 마라. 그러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그래도 좋다면 그 길을 파면되는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현실과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 것이 좋다. 생계보다 중요한 꿈은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어른이라면 본인의 생계 정도는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생계가 그렇게 처절하고 비참한 일만은 아니다. 생계를 꾸리는 일에도 소소한 재미가 있고 행복도 느낄 수 있다. 생각보다 나는 잘 먹고 잘 사는 일에도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게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 꿈을 선택해야 할까요, 저 꿈을 선택해야 할까요 하는 이분법적 문제가 아니라, 내가 빨리 이룰 수 있는 꿈과 아닌 꿈을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렇게 작은 것부터 하나씩 이루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사람보다는 작은 것이라도 이루어 본 적이 있는 사람에게 더 귀 기울인다. 우선 이목을 끌면 다른 일을 이룰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진다. 기회는 사람을 타고 오기 때문이다.
자, 지혜롭게 새해 계획을 세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