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많이 쉬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피곤하지만 어제 자동으로 날아온 브런치의 메시지가 '너 이제 그만 쉬어도 되지 않니?'라고 묻는 것 같았기에 다시 시작한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고향 가는 기차를 탔고, 애석하게 이어폰을 놓고 왔다. 책 한 권도 가방에 넣지 못했다. 급하게 나오느라. 그 덕에 애써 잊으려 했던 브런치를 찾았다.
오랜만에 글을 쓰느라 예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래서 그동안 나의 신변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일기 같은 글로 슬슬 시동을 걸어볼까 한다.
나는 번아웃이 온 것 같았고, 코로나에도 걸려 골골댔다. 격리가 끝나고도 한동안 기침을 했으며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고 피곤했다. 업무는 바뀌었고 그다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도 아닌 것 같았고 헤맸고 욕먹고 자신감을 잃었다. 하필 이 모든 게 한꺼번에 겹쳤다. 속으로 생각했다. 또 좋은 일이 오려나 보다 하고. 하지만 이번 번아웃은 알다시피 조금 오래갔다. 회사와 집을 오가는 일을 제외하곤 모든 것을 멈췄다.
그렇게 시간은 잘도 흘러갔고 어느덧 또다시 따뜻한 봄날이 돌아왔다. 봄날. 이미 꽃구경도 했고 다시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그렇게 조금씩 아주 천천히 지친 나를 위로하는 중이다. 그러고 보니 운동도 잠깐 했었다. 아주 잠깐. 무기력을 없애는 데 운동이 좋다고 하여 운동을 등록했고 아마도 거기서 코로나에 걸렸나 싶다. 하늘이 온 마음을 다해 '너 그냥 쉬어라'하는 것 같았다.
언제까지 마냥 쉴 수만은 없고, 한 풀 꺾인 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더 이상 이것저것 해볼 수는 없겠구나, 내 체력이 버티지 못하겠구나 싶다. 이게 나이 먹는 서글픔일까, 겨우 한 살인데 그 한 살을 지나는 찰나에 이렇게 급격하게 에너지가 고갈될 줄이야... 하지만 얼마 전 본 뉴스 기사에서 만 나이로 통일된다고 하던데 그래도 한 두 살 더 깎을 수 있게 되었다며 심리적 위로를 얻는다. 이토록 숫자에 연연하는 인간이라니. 훗.
몇 줄 쓰지 않은 것 같은데 또다시 피로감이 몰려온다. 봄날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좀 자야겠다.
모두 봄날의 따뜻한 하루를 만끽할 수 있길!